프랑스 푸조가 내놓은 아이콘 ‘RCZ’는 지난 200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처음 공개됐고, 이후 고유의 화려한 디자인을 유지한 채 2010년에 양산형으로 거듭났다. 해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를 직접 봤을 당시만 해도 그대로 양산될 것이란 직원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이런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10월 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푸조는 프리미엄 쿠페라는 점을 내세우며 상징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엠블럼이 처음으로 적용됐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당당히 드러낸 탓에 푸조의 아이콘으로 자리하기에 충분했다. 푸조가 기본형에 이어 지난달에 내놓은 고성능 버전, "RCZ 다이나미끄"를 시승했다.
▲스타일
"예쁘다, 귀엽다, 특이하게 생겼다." RCZ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일단 겉모습부터 인상적인 "스타일리시" 아이템인 셈인데, 어딜 가나 시선이 집중됨을 느껴야 한다. 이동수단에 불과한 자동차가 아닌, 늘 가지고 다니면서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승화됐다고 볼 수 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남성이 아닌 탄탄한 몸매를 지닌 미모의 여배우로 표현할 수 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일반적인 차와 달리 두 개의 굴곡을 지닌 "더블 버블(Double-Bubble)" 루프가 두 개의 알루미늄 아치로 후면 스크린과 연결돼 있다. 앞모습은 푸조 고유의 펠린룩을 지녔다. 디자인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전면 그릴을 낮게 배치했다. 날렵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약간 화려한 듯한 앞과 달리 뒷모습은 최대한 단순하다. 그러나 결코 심심하지 않다. 탄탄한 몸매는 뒷모습에서 완성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로 개성을 한껏 드러낸다.
RCZ의 인테리어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그렇듯 최대한 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통해 뛰어난 그립감을 느끼게 하는 스티어링 휠, 알루미늄 스포츠 페달, 6단 수동변속기, 기계식 주차 브레이크 등의 요소를 갖췄다. 여기에 멋진 스티치가 수놓여 있는 가죽 마감의 유선형 대시보드와 군데군데 적용된 알루미늄 장식, 크로노그래프 스타일의 시계까지 갖춰 프리미엄 스포츠 쿠페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운전석에 앉으니 최대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도록 낮게 설계된 드라이빙 포지션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헤드 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까지 더해져 스포츠 쿠페로의 감성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RCZ는 2+2 형태의 시트 구조를 지녔는데, 네 명이 앉을 수는 있지만 성인이 앉기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실제로 2인승 쿠페로 허가를 받았기에 두 명이 탑승 정원이다. 물론 뒷좌석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일 수도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늘어나 보이는 것보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적재 용량은 최대 760ℓ.
▲주행 & 승차감
RCZ 다이나미끄는 4기통 1.6 THP 트윈스크롤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0kg.m의 성능을 낸다. 낮은 엔진 회전수부터 빠른 반응을 보이며 시속 200km도 순식간에 도달이 가능하다. 최고속도는 237km/h다. 연료 직분사 방식과 VTi 가변 흡기 밸프 리프트 시스템은 15.1km/ℓ의 연료효율성과 155g/km의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하는 데 도움을 줬다. RCZ 기본형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데도 연비도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 간단히 보면 연료와 공기를 주행 상황에 맞게 최적 비율을 유지,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RCZ에 탑재된 엔진은 이미 내구성과 성능을 검증 받았다고 볼 수 있다. PSA그룹(푸조-시트로앵)과 BMW그룹이 함께 개발한 1.6ℓ급의 제품이고, 이미 널리 사용되기 때문이다. BMW의 경우 미니 브랜드에 이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구현 방식에 따라 성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RCZ 다이나미끄는 미니 쿠퍼S JCW보다 출력이 8마력 높다. 무엇보다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마음껏 차를 몰기 위해선 변속기가 중요하다. RCZ 다이나미끄는 6단 수동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변속감은 깔끔하다. 거칠게 변속되는 게 아니라 경쾌하다. 각 단의 위치가 명확해 잘못된 변속으로 인한 엔진 손상 가능성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클러치 답력도 적당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로 진입해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며 속도를 높여 봤다. 얌전히 탈 때와는 다른 주행 감각을 드러낸다. 멋진 엔진 및 배기 사운드가 뿜어져 나오면서 심장 박동수를 높인다. 특히 변속이 이뤄지는 시점마다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과 함께 짜릿한 쾌감을 주는 청각적 매력이 크게 와 닿는다. 이런 짜릿함을 즐기는 사이 속도계는 어느덧 200km/h를 넘어섰지만 불안감은 없다. 도로바닥에 착 달라붙은 듯한 느낌이다. 도로 장악력에선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푸조가 만든 스포츠 쿠페답게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의 코너링도 일품이다. 235/40R19 규격의 타이어와 19인치 휠도 한 몫 거들었다. 차가 자세를 잃는다 싶으면 순식간에 반응, 위기상황을 탈출하도록 돕는 똑똑함도 갖췄다.
운전자를 위한 편의 기능도 더해진다. 언덕에서 차가 뒤로 밀리며 수동 변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우려될 법도 하지만 언덕 밀림 방지 기능인 ‘힐 어시스트’ 덕에 안전적인 변속이 가능했다. 또한 전동식 히팅 가죽시트, 제논 라이트, 전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총평
푸조의 숨은 병기 RCZ 다이나미끄는 얌전한 팬시카로만 보일 법한 예쁜 겉모습을 지녔지만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하며 멋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고, 짜릿한 속도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차다. 운전할 때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자극 받는 셈이다. 오랜만에 순수한 감흥이 느껴진다. 여기에 프랑스 차의 특징인 감성적인 요소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다.
하지만 수동변속기는 물론 지나치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독특한 매력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출시 후 지금까지 등록대수는 RCZ 15대, RCZ 다이나미끄 2대로 총 17대가 이뤄졌다. 두 달 만에 500대가 계약된 일본이나 200대 한정판이 48시간 만에 완판된 프랑스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성향이다. 물론 아무나 편하게 타는 차는 아니라는 점, 최근 개성이 강한 젊은 층이 수동변속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다는 점 등의 덕을 일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자동변속기를 원한다면 고성능 버전인 RCZ 다이나미끄를 포기하고 RCZ 기본형을 사면 된다. 가격도 5,610만원으로 다이나미끄의 5,950만원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다. 그렇지만 RCZ의 진정한 매력은 다이나미끄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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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