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기름 공급가의 할인 조치 종료일을 10일 앞두고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및 경유 값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유가 한동안 보합세를 보였기 때문에 외부요인보다는 할인 종료를 앞두고 석유제품 수요의 증가라는 내부 요인이 기름 값 상승을 견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기름값은 비축유 방출, 두바이유 가격 동향, 일선 주유소의 소비자가 반영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값 보름 연속 상승 =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5일 무연 보통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0.45원 오른 1,921.84원을 기록했다. 주유소 휘발유값은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하 조치(4월7일)의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보였지만 5월 초 다시 오름세를 보여 한동안 1,95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9일 최고점(1,952.32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10일까지 32일 연속 하락했다. 10일(1,910.72원) 최저점을 찍은 휘발유 값은 이후 보름 동안 연속 올랐다. 지역별로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25일 기준)이 ℓ당 1,998.59원으로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인천(1,941.89원), 제주(1,938.04원) 등에서도 휘발유 값이 다른 시도보다 상대적으로 비쌌다. 25일 기준 자동차용 경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ℓ당 0.56원 올라간 1,746.62원을 기록했다. 경유가격은 12일(1,729.40원) 이후 13일째 상승했다.
◇국내 수요증가가 상승세 견인 =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보합세를 보였는데도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국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말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서는 이후 4개월째 110달러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 요인이 크게 유동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름값 할인조치 종료를 앞두고 증가한 수요가 휘발유ㆍ경유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정유사가 3개월 한시로 시행하는 기름값 할인 방침이 다음 달 6일이면 만료돼 기름 값이 오르기 전에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주유소가 많은 것이다. 일선 주유소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오르기 전에 사뒀다가 오른 뒤에 팔면 그만큼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많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보니 정유사들이 물량을 공급하는 데 소극적"이라며 "주유소들이 사재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의 여수공장 설비가 6월 중순 고장이 나 경유 등 일부 석유제품 생산이 중단돼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진 것도 기름값 상승에 한몫했다. 수요 증가(주유소)에 공급 감소(정유사)가 맞물리면서 기름값 오름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 방침 종료 후 얼마나 더 오를까 = 공급가 할인 방침이 끝나는 다음 달 7일 이후 주유소들이 제품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유3사가 지난 4월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를 ℓ당 100원씩 할인했을 때 대부분의 주유소는 "비쌀 때 산 재고가 남아있어 당장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며 소비자가를 신속히 내리지 않았다.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다음 달 7일부터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일제히 올려도 주유소들은 쌀 때 산 재고가 남아있어 소비자가에 인상분을 신속히 반영하지 않아야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국제 석유수급 차질에 대응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조치에 동참하겠다면서 정부가 346만7,000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한 것도 변수다. 지식경제부는 이번 국제사회의 전체 방출물량이 6천만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ℓ당 35원가량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IEA의 비축유 방출 조치에 따라 최근 두바이유 가격이 폭락한 것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4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60달러 내린 101.54달러를 기록해 4개월 만에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 악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의 공급가 인하가 예정대로 종료된다면 앞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강한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석유공사는 전망했다.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