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에쿠스가 미국에서 만족도가 높은 차종에 뽑혔다. 미국 내 조사업체인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에쿠스가 현대차 역대 최고인 61점을 얻으며 렉서스 LS 다음으로 만족도 높은 차종 2위에 오른 것. 벤츠 S클래스와 7시리즈 등이 버티는 대형 고급 승용차부문에서 거둔 이 같은 성적은 현대차로서도 고무될 만한 결과가 분명하다. 미국에 처음 진출시킨 대형 세단이 미국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얻었다는 분석이 가능해서다. 그러나 JD파워의 만족도 조사결과에는 이른바 "가격 대비 가치"라는 점이 적극 담겨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에쿠스가 뒤로 밀어낸 S클래스와 7시리즈의 가격이 기본적으로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만족도에 대한 보유자들의 평가 눈높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가격에 비례한다. 지갑을 많이 열수록 구입한 제품에 높은 신뢰를 보내는 반면 눈높이에 조금만 미치지 못해도 기대는 실망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에쿠스의 미국 내 기본가격은 최고급 얼티메이트 기준으로 6만4,500달러(약 6,972만 원)인 반면 BMW 750i는 8만2,500달러(8,910만 원), 벤츠 S550은 9만3,000달러(1억40만 원)다. 한국돈으로 에쿠스가 7시리즈 대비 1.930만 원, S클래스 대비 3,000만 원 정도 싸다. 이런 이유로 해당 차종 보유자들이 가진 품질기준은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은 에쿠스와 렉서스 LS 간 비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만족도 1위를 차지한 LS460의 가격은 6만7,130달러(7,250만 원)으로 에쿠스와 큰 차이가 없다. 에쿠스가 LS와 가격 등에서 비슷한 만큼 LS를 넘어서야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대차의 고급 대형 세단 만들기가 렉서스는 물론 벤츠와 BMW에 비해서도 훨씬 늦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에쿠스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기준이야 어쨌든 이번 결과만 보면 에쿠스의 미국 성적은 "우수"로 볼 수 있다. 물론 "우수"라는 성적표에는 "가격"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1억 원에 육박하는 국내 판매가격을 미국에 동일하게 적용했다면 에쿠스 구입자들의 평가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사소한 흠집 하나도 너그럽게 수용하는 자세에서 절대 용서하지 못하는 깐깐한 잣대가 동원됐을 건 명약관화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가 고급차시장에서 가야 할 방향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북미에서 브랜드 가치와 함께 가격도 조금씩 올리는 전략이 그 것. 이를 통해 "가격 대비 가치"를 넘어서야 진정한 프리미엄 차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병행한다면 금상첨화다. 경쟁이 치열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의 가격정책은 기업의 몫이지만 자동차 소비에 있어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까다로워진 건 오래 전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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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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