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바람에 부풀어오른 여인네의 주름치마같다. 동그랗게 펼쳐진 풍성한 주름치마 속으로 짓궂은 파도가 우르르 몰려와 부딪친다. 그럴 때마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가 눈부시다. 파도에 젖은 치맛자락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우르르 몰려드는 파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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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천항의 주상절리 |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 사이에 위치한 주상절리(柱狀節理) 풍경이다. 주상절리란 화산 폭발 때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어 굳으면서 굳는 속도에 따라 수축되고 서로 당기는 힘이 생겨 육각이나 오각 또는 사각기둥 모양으로 굳어진 암석을 말한다. 암석이 쪼개지는 방향에 따라 판상(板狀)절리와 주상절리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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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우거진 감시통로 |
그 동안 주상절리는 제주도 중문해안 등지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이 곳 경주 앞바다에서도 발견됐다. 더욱이 대부분의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서 있는 기둥모양인 데 반해 이 곳의 주상절리는 가로로 누워 있을 뿐 아니라 부챗살처럼 펼쳐진, 마치 여인네 주름치마같은 둥근 모양이 어디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읍천항 주상절리는 최근들어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렇다고 최근 발견된 건 아니다. 사실 이 곳은 해병대 초소가 들어서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왔다. 그러나 몇 해 전 초소가 폐쇄되고 군인들이 철수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지금은 폐허가 된 초소 안의 망대가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마치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만든 것 같은 망대 위에 오르면 에머랄드빛 초록바다와 주름치마처럼 펼쳐진 주상절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썩이는 파도가 검은 암석에 쉼없이 부딪히며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내는 광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 주상절리 주변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군부대 철조망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야 하고, 안내간판이나 이정표 하나 변변치 않다. 군부대 감시통로로 사용했던 오솔길을 따라가면서 혹 길을 잘못든 게 아닐까 긴가민가할 때쯤 비로소 앞에 망대가 나타난다. 방향을 안내해주는 표지판 하나가 몹시 아쉬운 형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곧 해결될 듯하다. 경주시는 이 일대 주상절리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는 한편 전망대와 주차장 등을 조성해 관광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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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만발한 담벼락 |
주상절리가 위치한 읍천항은 벽화마을로도 유명하다. 읍천 1, 2리를 합쳐 200여 가구가 사는 마을 해안쪽의 주택가와 폐창고 담벼락에는 다양한 벽화들이 장식됐다. 지난해 여름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가 실시한 아름다운 지역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 곳은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새로 태어났다. 허물어진 담벼락에 바닷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해녀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담벼락을 뚫고 거북이가 날아오르는 장면이 보이는가하면 매화가 만발한 고목나무에 온갖 새들이 깃든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동화 속 나라를 거니는 듯하다.
"바닷가 어느 마을에…"로 시작될 읍천항의 동화에 올여름 많은 이들이 찾아올 듯하다. 재미있는 벽화뿐 아니라 주상절리가 빚어내는 절경을 놓치기 않기 위해. 그래서 읍천항 앞바다에 의좋게 서있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는 손님맞이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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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군부대 망루 |
▲찾아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에서 경주로 진입하되 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4번 국도 감포 방면으로 향한다. 추령터널 지나 어일 3거리에서 우회전해 지방도 929번을 타고 감은사지, 수중릉 방면으로 향한다. 국도 31번과 만나는 3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한다. 수중릉 - 월성원자력발전소를 지나 울산쪽으로 향하면 읍천리와 읍천항이 나온다. 읍천항 입구를 지나 약 1km쯤 가면 길 왼쪽에 쿠페모텔이 있다. 모텔 옆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로 꺾어들어가 주차하고, 왼쪽 소나무숲 사이로 나 있는 감시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군부대 울타리 안에 있는 망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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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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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천항의 의좋은 등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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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담벼락에도 벽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