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현대차, 모터스포츠 저변확대 해결 과제는?

입력 2011년07월1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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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2011시즌 첫 경기가 열렸다. 현대자동차가 2003년 아마추어대회를 통한 모터스포츠 저변확대라는 뜻을 품고 시작한 스피드페스티벌에 고배기량 프로 클래스를 추가하는 등 대회 규모를 키운 것으로 아반떼, 포르테 쿱과 함께 세 개의 클래스로 진행됐다.



KSF는 당초 지난 5월 "안산스피드웨이(사동 90블록)"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불법 대회 논란에 휩싸인 뒤 우여곡절 끝에 지난 주말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렸다. 결과적으로 장소를 옮긴 게 대회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폭우로 사고가 잇따랐지만 공인된 체육시설에서 무사히 치러진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렇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가 본격적으로 나선 첫 대회이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경주장을 찾아 화려해 보이려는 인상을 남겼지만 억지스러운 면도 분명 있다.



▲아마추어 클래스에 프로선수가?

현대차는 2003년 스피드페스티벌을 만들면서 아마추어 대회를 통한 모터스포츠 저변확대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8년이 지난 지금껏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계열사인 광고대행사 이노션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모터스포츠에 뛰어 들었고, 프로와 아마를 통합한 KSF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아마추어 클래스로 부르는 아반떼와 포르테쿱 클래스에 포뮬러카를 타던 프로선수를 비롯해 이름만으로도 실력을 가늠할 만한 유명한 선수가 참가했다. 전반적인 수준 업그레이드라는 점에서 참가 선수 일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런 이유에서 KSF는 아마추어와 프로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겉보기엔 대회 자체의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말 뿐이었다. KSF 공식 홈페이지에도 분명히 프로와 아마추어가 구분돼 있고, 상금 차이가 크다. 대회 보도자료에는 제네시스쿠페 클래스와 여러 이벤트만 언급됐을 뿐 자세한 순위는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문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대회가 끝난 뒤 4일이 지나서야 발표됐다. 통상 마지막 체커기가 휘날리는 순간 결과가 발표되는 다른 경기와 사뭇 달랐다.



KSF에 출전한 한 아마추어 선수는 "최상위 클래스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이해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챌린지클래스 선수들을 등한시 하는 건 페스티벌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촌평했다. KSF는 제네시스쿠페에 챔피언십이라는 클래스 명칭을 사용, 포르테쿱과 아반떼는 챌린지를 사용한다.



그러나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실제 팀 구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네시스쿠페 클래스에 참가하는 팀은 대부분 완벽한 조직을 갖고 있지만 아반떼나 포르테쿱 클래스는 선수 개인이 차를 관리하고 정비도 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타 대회 출전 선수 뺏어오기 논란

KSF에 신설된 3,800cc급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 클래스는 티빙슈퍼레이스의 주력인 제네시스쿠페 클래스와 겹친다. 현대차는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에선 기회가 늘어난 게 아니라 일부 선수들이 옮겨왔다고 해야 맞다. 슈퍼레이스에 출전하는 팀과 선수들의 일부가 KSF에 출전키 위해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 팀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관리를 하는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지만 경주장을 찾은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쉽게 보면 대회 전체 규모의 확장이 아닌 풍선 효과처럼 어느 한쪽으로 쏠렸다는 얘기다. 결국 상생의 지혜 없이는 그간의 폐해를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출전 기회가 늘어나고, 상금도 늘어나면 저변확대가 되리라 판단했다"면서 "슈퍼레이스 측과도 충분히 협의를 거쳤지만 문제가 있다면 함께 더 논의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현대차 잔치에 끙끙 앓는 기아차

아마와 프로가 구분돼 있다
이번 KSF는 현대차 잔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 지붕 아래 형제 회사지만 KSF에서의 기아차의 위상은 초라했다. 경주장을 찾은 관중들도 현대차 초청 고객만 있을 뿐 기아차를 응원하는 손님은 없었다. 기아는 단지 구색 맞추기 용으로 참가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출범식 행사에서도 기아차 관계자는 발언 기회조차 없었다. 그나마 입을 연 질의응답 시간에 기아차와 관련된 질문에 답한 게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르테쿱 클래스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고충이 많다. 지난해 돈 들여 경주차를 만들었더니 대회 프로모터가 바뀌며 새로운 규정을 내세웠고, 선수들은 규정에 맞춰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비용을 지출해 경주차 튜닝을 마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온통 현대차 얘기만 나올 뿐 기아차는 철저히 소외된 탓에 클래스가 언제 없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감도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포르테쿱을 KSF가 아닌, 슈퍼레이스로 옮기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오는 중이다. 현재 슈퍼레이스는 2,000cc급(슈퍼2000) 경주차의 턱 없이 숫자가 부족하다. 적을 땐 세 명이 참가해 1,2,3외를 차지하기도 하고, 많아야 5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따라서 포르테쿱 선수들이 합류하면 최소 20명 이상의 선수가 참가하는 데다 쉐보레 크루즈, 기아 포르테쿱, 르노삼성 SM3 등이 경쟁을 펼치게 돼 흥미를 더할 수 있다. 이 경우 KSF는 현대자동차 레이스로 개최하고, 기아차는 다른 대회를 후원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길 수 있다. 이른바 현대차가 내건 모터스포츠 저변확대라는 슬로건에 더 없이 부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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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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