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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전환에 그만인 프로방스마을 |
지루하게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쉬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세상 풍경이 축축하고 눅눅하다. 장마철 우중충한 분위기를 확 떨쳐버릴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벼르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 자리한 프로방스마을은 어떨까. 너무 알려진 곳이라 식상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장마철에 딱 어울리는 기분전환 장소다. 빗속에서 바라보는 파스텔 톤의 색상과 동화적인 분위기가 우중충한 분위기를 말끔히 가시게 한다. 빗물에 젖어 더 짙고 깊어진 색감으로 다가오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에서 풍금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프로방스마을은 갈 때마다 넓어지고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관광지라 하기엔 왜소한, 파스텔 톤 건물 몇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입구의 대형 주차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건물과 테마 공간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꽤 넓은 마을로 바뀌었다.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등이 전부였던 초기와 달리 요즘은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카페를 비롯해 독특한 감각으로 젊은 층에 어필하는 패션 액세서리 소품과 디자이너 숍, 의류매장까지 진출해있다.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서 손바닥만한 마을이 모두 드러났던 초기 풍경과 달리 이제는 제법 안내도를 보고 움직여야 할 만큼 블록마다 골목이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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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내도 |
이런 변화를 두고 어떤 이들은 프로방스마을이 점점 상업적으로 변해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 변화해 제대로 된 관광지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낸다.
어쨌든 이곳을 찾는 이들이 바라는 건 프로방스마을이 주는 그 분위기다. 일상에서 가볍게 떠나 휴식처럼 만날 수 있는, 맑은 날이면 맑은 날 대로, 흐리거나 바람 부는 날에는 또 그대로의 멋이 느껴지는 프로방스마을의 그 분위기가 변함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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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들어선 숍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하다. |
연두 빛은 더욱 짙은 연두 빛으로, 보랏빛은 더욱 환상적인 보랏빛으로 변하는 비오는 날의 프로방스마을로 가보자. 빗방울이 풍금소리처럼 번지는 그곳에 가면 눅눅하고 축축한 풍경이 마법처럼 화사하고 산뜻하게 펼쳐진다. 붉은 꽃들도 덩달아 더욱 붉어지는 창밖 너머로 빗줄기가 굵어질 때 이런 시 한 편은 어떨까.
당신의 목소리엔 물기가 묻어 있었지요
낭하를 걸어나와 화단에 줄지어 피어 있는
봉숭아 채송화 칸나 깨꽃들을 어루만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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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빌리지. 갖가지 허브들이 축 처졌던 기분을 업시켜 준다. |
당신의 손길에 부끄러워 꽃들은 더욱 붉게 봄을
울었지요 하학종 소리,
솔숲 잔가지 흔들어 새를 날리고
밭둑, 소리의 손에 멱살 잡힌 풀잎들
불쑥 내미는 몸에 가슴 문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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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관련 음식과 상품을 파는 곳 |
가벼워진 책보 등에 메고
때 낀 손톱 깨물며 갈 때
"서울 가신 오빠는 비단옷감……"
바람에 채어 끊어질 듯 이어지던
당신의 부름 소리에 돌멩이 매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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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분을 파는 숍 |
발길 무겁고 가슴 둠벙엔 뜻 모를 울음
차올랐지요.
돌아보면 집채보다 더 크고
무겁게 단신(短身)의 생애 덮어오던 그날의
어둠의 추억 속 홀로 빛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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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만드는 허브 엿. |
내 유일의 위안이었던 동반자
당신의 목소리엔 물기가 묻어 있었지요
-이재무의 ‘풍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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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딜까? 화장실 외벽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
▲맛집
프로방스마을 안에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이름난 레스토랑과 식당들이 많다. 자유로를 타고 조금 나가면 유명한 장어집이 있다. 양어장을 운영하는 갈릴리농원(031-942-8400)은 웬만한 미식가들에겐 이미 소문난 집. 자유로를 타고 문산 방면으로 가다가 낙하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간다. 금승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조금 더 가면 갈릴리농원 본관 건물과 신관 건물이 보인다. 본관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휴무, 신관은 연중무휴. 굵은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구워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기본 세팅으로 야채(상추, 깻잎, 고추, 마늘, 양파, 생강), 양념장과 쌈장이 나온다. 그 이후론 셀프. 식당에선 장어와 음료만 팔기 때문에 식사는 준비해 가거나 마트에서 햇반을 사와야 한다.
▲가는 요령
자유로에서 문산 방면으로 가다가 성동IC에서 빠진다. 성동리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30m 정도 가다가 음식점이 있는 골목이 보이면 이곳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한 후 600m쯤을 올라가면 왼쪽으로 입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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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갈릴리농원. 장어구이를 찾아온 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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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농원의 숯불장어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