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유사가 ℓ당 100원의 기름값 할인을 끝내자마자 일선 주유소의 기름값이 뛰자 정유사와 주유소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보통 휘발유의 ℓ당 가격은 1,936.85원으로, 전날에 비해 0.58원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최근 한 달간 공급가격이 ℓ당 평균 20원가량 내렸지만 주유소들이 가격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렸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고, 주유소들은 정유사가 오피넷에서 공개하는 공급가가 엉터리라며 맞서고 있다.
◇ 최근 한 달 도매가 내리는데 소매가는 올라 = 18일 정유사들에 따르면 이들이 오피넷에서 공개한 주간 보통 휘발유 공급가격은 6월 셋째주 이후 이달 첫째주까지 꾸준히 인하됐다. 휘발유 가격(세후 가격)은 6월 셋째주 1,784.18원에서 넷째주 1,785.26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6월 마지막주 1,763.95원에 이어 이달 첫째주 1,761.75원 등으로 한 달간 22원 이상 내렸다. SK에너지는 6월 셋째주 1,810.67원에서 이달 첫째주 1,756.93원으로 53원 이상 인하했고, 여수 공장 가동중단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GS칼텍스는 가격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같은 기간 1,760.67원에서 1,758.87원으로 1.8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가는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대개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일주일 후 주유소의 소매가에 반영된다. 휘발유 값은 6월 넷째주 1,918.42원, 마지막주 1,921.74원, 이달 첫째주 1,921.06원으로 상승 추세를 유지하다 할인이 끝난 둘째주에는 1,927.34원으로 올라 한 달간 8원 이상 인상됐다. SK에너지는 도매가가 50원 내렸지만 소매가는 6월 넷째주 1,983.39원에서 이달 둘째주 1,961.50원으로 20원 정도 인하됐다. GS칼텍스 주유소들은 같은 기간 공급가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휘발유를 1,895.89원에서 1,921.77원으로 25원 이상 올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제품 소매가는 개별 주유소가 주변 시세 등 시장상황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정부가 할인 종료 직후 기름값이 오르는 문제의 책임을 정유사에게만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 주유소 "오피넷 숫자가 이상하다" = 일선 주유소들은 "정유사에서 실제로 공급받는 기름값이 오피넷에 공개되는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며 정유사가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 오피넷에 공개된 보통 휘발유 공급가와 자영 주유소가 실제 매입한 가격은 정유사별로 최고 ℓ당 70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오피넷에 나온 공급가가 1,776원이었지만 자영 주유소 매입가격은 1,849원으로 73원 차이가 났고, GS칼텍스는 오피넷 가격은 1,754원인데 실제 주유소 매입가는 1,771원으로 17원, 에쓰오일은 1,743원(오피넷 가격), 1,769원(실제 매입가)으로 26원 격차가 있다고 협회는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유사의 주간 공급가가 공개될 때마다 주유소 사장들은 "왜 실제와 큰 차이가 나는 가격이 올라오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며 "정유사들이 실제로 주유소에 공급한 가격을 오피넷에 공급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가 현물 대리점에 염가로 내놓는 덤핑유가 주유소 소매가를 낮추는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덤핑유가 사라졌고, 유사석유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정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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