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 수리비 적게 개발하는 게 이익"

입력 2011년07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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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가 제품을 개발할 때 수리비를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이 억제되고, 결국 자동차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지게 됩니다. 부품 수익 극대화는 눈 앞의 단기적인 이익일 뿐,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요."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 김병호 소장(사진)의 말이다.



김 소장이 책임을 맡고 있는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의 손상성을 평가하고, 적정한 수리비를 산출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시속 64km의 정면, 측면, 차대차 고속충돌시험과 시속 15km 미만의 저속충돌시험, 부상을 줄이기 위한 머리지지대 개선연구, 수리를 위한 표준작업시간 책정 등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말 그대로 자동차보험료의 기초가 계산되는 자동차보험업계의 핵심 기관이다. 이런 점에서 본지는 최근 김병호 소장을 찾아 자동차기술연구소의 현황과 역할에 대해 집중 인터뷰했다.



-자동차 안전도 및 손상성과 수리성 평가는 어떻게 하나?

"안전도는 세계적인 기관인 미국 도로보험안전협회(IIHS)의 시험 기준에 따른다. 시속 64.4km로 40% 부분 충돌을 하고 있다. 아울러 손상성과 수리성은 세계자동차수리기술위원회(RCAR)의 시험 방법을 활용한다. 정면의 경우 시속 15km로 10도 경사벽을 40% 부분 충돌을 하고, 후면은 시험차를 10도로 정렬한 뒤 시험용 이동벽이 시속 15km로 40%의 부분 추돌을 하게 된다. 가벼운 앞뒤 접촉사고를 감안한 시험이다. 시험은 국산 신차 모두가 대상이다."



-자동차기술연구소의 안전도 평가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안전도 평가 기준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견줘 대등한 위치에 있다. 미국 IIHS의 경우 우리와 공동 연구도 진행할 정도다."



-국토해양부도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하고 있다.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 연구소가 2005년부터 고속충돌시험을 했는데, 2009년 국토해양부 산하 성능시험연구소(KATRI)가 동일한 시험기준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연구소의 시험 방법이 정부의 평가 방법에 도움을 준 셈이다. 하지만 시험 유형은 같아도 안전도 등급 결정 방법은 차이가 있다. 성능연구소는 인체모형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하지만 우리는 인체모형 뿐 아니라 차의 찌그러짐 정도와 인체모형의 거동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한다. 그래서 실제 사고차 운전자의 상해위험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손상성과 수리성 평가 결과가 보험료에 어떻게 반영되나?

"신차를 예로 든다면 우선 전후면 충돌시험을 하고, 복원수리를 통해 해당 차의 수리비를 산출한다. 여기에 해당차종의 부품가격, 주요작업 항목별 작업시간, 도장료 평가를 해서 일종의 평가지수를 만들어 낸다. 이 지수에 사고빈도를 감안해 최종 등급을 산정하는데, 이 때 도출된 등급이 자기차손해 보험료 산출 때 반영된다. 차종별 등급은 최하인 1등급(적용율 150%)부터 최고인 21등급(적용율 50%) 범위에서 결정된다. 등급 간 보험료 격차는 5%다."



-차종별 보험료 차등화 제도 시행이 완성차 회사에 영향을 미쳤나?

"시행 이전에는 자기차손해담보의 손해율 격차가 매우 컸다. 그래서 2007년 4월부터 차종별 보험료차등화 제도가 시행됐다. 초기에 혼선을 피하기 위해 신차 평가는 1년간 유예했고, 2008년 4월부터 신차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물론 초기에는 자동차회사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요율 차등화 제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동차회사의 인식도 달라졌다. 2009년 5월에 한국지엠이 경차 스파크 출시 전 우리 연구소에 차를 제공했고, 사전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는 현대기아차도 신차 출시 전 보험료 등급산출을 위한 평가를 자발적으로 신청했다. 최근에는 수입차의 손상성과 수리성 평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수입차 수리비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보험개발원에서 자동차 부품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부품 값 낮추기 위한 방안이 있나?

"일단 국내 부품 시장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 부품업체가 아닌 완성차업체가 부품가격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중고부품 사용 활성화를 위한 중고품 공급 인프라 구축을 했고, 친환경부품사용특약 보험상품도 출시됐다. 중고품을 사용하면 새 부품 값의 20%를 현금으로 보상해 주기도 한다. 물론 중고품에 대한 품질보증도 보험사가 책임지고 해준다.



해외도 중고품 사용 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이 많다. 일본은 자동차 수리할 때 필요한 부품의 20% 이상을 중고품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 수준이다. 중고품을 잘 활용하면 완성차회사가 고집하는 순정품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 더불어 순정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순정품 사용도 활성화 할 계획이다."



-자동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품목 기본화가 쟁점이다. 연구소 입장은?

"갖가지 에어백을 비롯한 안전품목 기본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연구소는 이런 안전품목 기본화에 적극 찬성한다. 더불어 시기도 앞당겨지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기본화가 되면 차 값이 오를 수 있지만 인상된 가격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의 경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자동차회사의 기술적 노력을 조언해 준다면?

"지금까지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상이나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수동적 안전장치(에어백, 프리텐셔너 등)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적 안전장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차체자세제어장치(ESP, ESC, VDC 등)와 긴급자동제동장치(AEB), 차선이탈경고장치(LDW), 충돌경감시스템(CMS)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도 RCAR의 프라이머리 세이프(Primary safe)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각종 안전시스템에 대한 성능 검증을 하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한국만의 차별화 된 평가 방법도 있나?

"미국은 수리비 실적 평가에 따라 요율차등화를 실시하고, 주마다 회사마다 평가 방법이 다양하다. 일본의 경우 차종별 보험실적, 즉 실제 수리비의 지급정도를 통해 요율을 반영한다. 독일은 사고건수가 연간 2,000건 이상인 차종을 대상으로 시험을 하고, 수리비를 산출한다. 반면 우리는 충돌시험을 통한 수리비 평가와 부품가격, 공임, 도장료 등 수리비 원가에 대한 구조평가를 통해 등급을 산정하는 게 다르다. 우리가 더 체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연구소 인력 현황은 어떻게 되나?

"모두 35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공학 및 기계공학 전공자다. 이외 컴퓨터공학, 회계학, 경영학 전공자도 있다. 박사급 연구원은 4명이고, 석사급은 15명이다. 이외 차량 기술사, 미국 공인 화재폭발 조사관, 자동차정비기사, 자동차검사기사, 정보처리기사, 손해사정사 등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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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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