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체어맨 W가 얼굴을 바꿨다. 기존 가로형 그릴에서 V8 5,000㏄는 세로형으로 변경되며 웅장해졌고, 헤드램프도 역동적으로 다듬어졌다. 어떻게든 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디자인
헤드 램프는 고휘도 LED 방향지시등과 푸른 빛깔의 테두리가 들어간 두 개의 프로젝션 램프가 적용됐다. 시승차는 V8 5,000㏄여서 세로형 그릴이다. 그릴 중간 부분의 위 아래 폭이 넓어 웅장함을 준다. 대형차일수록 냉각기능 향상과 중량감을 위해 그릴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이전 가로형보다 중후함이 더 느껴진다.
리어 램프 또한 LED로 구성됐으며, 급제동 때 스톱 램프를 1초에 4회 점등하는 ESS 기능이 포함됐다. 이전 대비 트렁크리드까지 램프가 파고 들어와 전반적으로 커졌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대형 범퍼 아래에는 크롬으로 감싼 두 개의 머플러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외관 디자인의 변화는 소폭이지만 분명 변화가 느껴진다. 구형이 중후함에 무게를 두었다면 신형은 중량감에 동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듯하다. 제 아무리 최고급차도 역동성을 조금씩 반영하는 디자인 트렌드를 무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내는 최대한 고급을 강조했다. 지나치게 기교를 넣지 않은 계기판과 일목요연하게 필요한 버튼만 집중 배치한 센터페시아는 무광 나뭇결 재질을 넣었다. 번쩍거리는 유광보다 은은한 무광을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기에 편안함이 느껴진다. 물론 고급차일수록 번쩍거려야 한다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요즘 고급차의 추세는 잔잔함이다.
VIP를 위한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 성격이라는 점에서 뒷좌석에 앉아 봤다. 암레스트에 별도의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이 있고, 뒷좌석 전반을 감싸는 시트의 안락함이 좋은 편이다. 안마 기능을 넣으면 등 전체가 편안하다. 실내 전체를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싸 마치 거실 내 고급 소파에 앉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쇼퍼 드리븐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뒷좌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은 조금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전반적으로 그립은 좋지만 에어백을 감싸는 스티어링 표면과 뒷 부분의 이음새가 거칠다. 좌우 스티어링 휠을 정상적으로 잡을 때는 상관없지만 간혹 아래 부분의 휠을 잡을 때 안으로 넣은 손가락에 거친 느낌이 온다. 중대형차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럭셔리 최고급차임을 감안할 때 1% 정도의 감성을 빼앗기는 부분이다. 물론 그 곳을 잡지 않는 사람이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 성능
시승차의 엔진은 V8 5,000㏄로 최대 306마력, 최대토크는 45.0kg·m에 달한다.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이다. 물론 V8 5,000㏄ 엔진도 벤츠에서 도입됐다. 사실 스포츠세단이 아니라면 스프린터같은 순발력은 그다지 불필요하다. 부드럽게 움직이되 소리 없이 가속되면 충분하다. 체어맨 W가 그렇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육중한 체구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힘을 더 주면 꾸준히 속도를 올리되 버겁지 않다. 잠시 동안 시속 200㎞까지 올렸지만 힘은 남아 있다. 속도를 시속 160㎞로 줄이고 달렸는데, 창밖에서 풍절음이 조금 들어올 뿐 별 다른 소음이 없다. 정숙성에선 크게 흠 잡을 곳이 없다.
변속 충격도 없다. 변속기를 벤츠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브랜드 신뢰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부드러운 움직임에 대한 역할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벤츠 변속기에 대한 제품력은 독일 스포츠카 메이커 루프아우토모빌도 받아들인 바 있다. 포르쉐 차체를 기본으로 연간 50여 대의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는 루프(RUF)사도 변속기는 벤츠에서 공급받는다. 알로이스 루프 사장은 그 이유에 대해 고성능 엔진을 넣었을 때 충분히 견뎌내는 내구성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말은 벤츠 변속기의 경우 내구성은 믿어도 좋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승차감은 체어맨 W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사실 승차감은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이 제기됐던 사항 중 하나다. 때문에 지난 2010년 이미 개선된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쌍용차는 체어맨 W의 EAS(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에 리바운드 코일 스프링을 추가해 충격을 최소화했다. 체어맨 W가 처음 나왔을 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전해오던 2차 충격 불만이 2010년형부터 크게 감소한 배경이다. 이번 신형도 승차감은 변함이 없다. 주행할 때 뒷좌석에 앉으면 편안하다. 노면이 불규칙해도 큰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그만 충격은 모두 흡수해 버린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물렁함이 싫다면 서스펜션을 스포츠모드에 놓고 주행하면 된다. 일반적인 스포츠세단과 같은 확연한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 컴포트 모드에 비해선 단단해진다.
주행할 때 음악을 틀었다. 17개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하만 카돈 카오디오의 음색은 여전히 선명하다. 카오디오로 유명한 하만 인터내셔널 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이자 벤츠 S클래스와 마이바흐 등도 사용한다. 그만큼 검증돼 있다는 얘기다. 음악은 뒷좌석에서 햅틱 컨트롤러를 이용해 조작할 수도 있다. 쌍용차는 VIP석 암레스트에 햅틱 컨트롤러를 설치한 것이 국내 최초라고 자랑한다. 이외 최고급 대형세단에 어울리도록 담아낼 수 있는 편의기능은 모두 포함돼 있다. 오히려 없는 기능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다. 체어맨 W가 지닌 상징성을 감안해 쌍용으로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의미다.
▲총평
9,000만원이 훌쩍 넘는 차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 얼마나 잘 달리고, 얼마나 잘 서는가의 기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동하는 운송수단의 기본적인 특질이 갖추어졌다고 전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이다. 여기에 외부 시각도 중요하다. 다소 있어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외형의 변화는 분명 진일보했다. 묵직한 중량감과 중후함이 크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츠 파워트레인이 주는 신뢰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쌍용으로선 중후함과 벤츠 파워트레인에 걸맞도록 실내에서의 고급감과 편안함 극대화를 위한 감성 품질 확보에 치중했다. 바라보고 있으면 서서히 고급감을 주는 계기판 등을 감안할 때 개인적으로 감성 항목에선 체어맨 W에 호평을 보내고 싶다. 어쩌면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풍기는 감성이야말로 존경받고 싶은 CEO의 마음을 읽어낸 게 아닌가 한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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