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차 브레이크라고 하면 주차할 때 센터콘솔에 위치한 레버를 손으로 당기거나, 왼쪽 풋레스트 위에 자리한 페달을 발로 밟는 방식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엔 국산 대형 고급차뿐 아니라 준대형차에도 일부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던 EPB(Electronic Parking Brake;전동식 주차 브레이크) 적용이 늘고 있다. 버튼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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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B는 주행중 긴급제동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
EPB 적용으로 운전자와 자동차제조사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제조사는 EPB 작동을 위한 작은 버튼 하나만 설치하면 돼 그 동안 핸드레버와 풋페달이 차지해 온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기능 때문에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또 AVH(Automatic Vehicle Hold)와도 연계할 수 있어 신호대기 등 정차 시 자동으로 작동 및 해제가 가능하며, 경사로 정차 후 출발 시에도 차가 뒤로 밀리지 않아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EPB는 주행중 긴급제동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위기상황 시 안전운행을 돕기도 한다. 브레이크 페달에 이물질이 끼거나 다리에 쥐가 나는 등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을 때는 EPB를 활용하면 좋다. EPB를 주행중 사용하면 ESC나 VDC같은 차체자세제어장치가 함께 작동해 안전하게 제동이 가능하다. 이 경우 ABS 모듈이 작동해 "두두둑" 등의 소리가 들려 놀랄 수 있지만 정상적인 소음이니 방향을 유지하며 정차하면 된다. 그러나 이 기능은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해 긴급제동 시에만 쓰는 게 좋다. 제동력을 보완하는 보조 장비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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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식 주차 브레이크 |
EPB는 그 동안 컨티넨털이나 TRW 등 해외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주로 생산하다가 최근엔 현대모비스가 국산화에 성공,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EPB의 작동 방식은 케이블 풀러 타입과 캘리퍼 통합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케이블 풀러 타입은 손이나 발로 주차 브레이크 레버를 움직여 케이블을 당김으로써 뒷바퀴 브레이크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그대로 활용한다. 다만 케이블을 당기는 역할은 사람이 아닌 모터가 한다. 캘리퍼 통합형은 구조가 단순해 조립이 쉬운 특징 덕분에 최근 유행하는 방식이다. EPB 버튼을 사용하면 캘리퍼에 통합된 모터가 유압을 발생시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EPB 작동 스위치를 이중 설계해 오작동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최대한 안전성에 신경썼다”면서 “기능이 첨단화됨에 따라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해야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운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EPB가 힘이나 순발력이 부족한 운전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힘을 줘야 했던 기존 방식의 주차 브레이크와 달리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기능이 활성화된다”며 “특히 오르막길에서 순발력이 부족해 차가 뒤로 밀리는 위험을 줄이는 등의 긍정적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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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동식 주차 브레이크 |
한편, 차의 성격에 따라 여전히 손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는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있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한 차종의 경우 코너링 시에 레버를 당겨 뒷바퀴를 고정시킨 채 미끄러트리는 운전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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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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