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80km로 달렸다. 개인적으로는 기록을 깼다. 지난 1997년 벨기에에서 독일로 이동하면서 벤츠 E320으로 냈던 시 속 270km보다 빨리 달린 것이다. 그 것도 오르막길에서다. 인터체인지에서 빠져야 하지만 않았어도 300km까지 달렸을 것 같 다. 보잉 747 기종이 일반적으로 시속 250~300km에서 뜬다고 하니 비행기 이륙속도와 맞먹는다. 그런데도 심리적인 불안감 만 있을 뿐 차체는 거뜬하게 이 속도를 받아낸다. 몇 년만 젊었더라도, 용기만 조금 더 있었더라도 차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시 속 300km까지 액셀 페달을 밟았을텐데. 역시 몇 살 젊은 동행자가 차를 더욱 재미있게 다룬다. 옆에 앉은 기자의 다리에만 힘이 잔뜩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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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XK와 한눈에 구별하기 힘든 다소 평범한 겉모양은 불만스럽다. 그 것만으로는 이 차의 특별함, 즉나 이런 차 타 는 사람이야라고 과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재규어측은 이에 대해 자사 고객 성향을 분석해 차를 만든 결과라고 소개한다. 재규 어 고객들은 슈퍼카를 타도 덜 튀는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것.
XK의 인테리어 역시 스포츠카답지 않게 평범한 편이다. 이런 디자인을 XKR-S도 그대로 이어받아 일반적인 세단과 크게 다르 지 않다. 이 차의 진가를 자랑하려면 그저 달리는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고급스러움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일 부 카본 소재를 제외하고는 실내를 모두 가죽으로 덧쒸워서다. 변속기는 다른 재규어차와 마찬가지로 다이얼 방식이다. USB와 아이 팟 잭을 갖춰 일반 세단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성도 배려했다.
XKR-S의 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16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4방향 럼버 서포트 기능도 있다. 특히 옆구리만 따로 조 여주는 기능이 장점이다. 버튼을 눌렀더니 앞좌석이 완벽한 버킷 시트로 변신해 운전자 몸을 제대로 잡아준다. 시트는 2+2로 4인승 이지만 뒷좌석은 어린이나 애완동물을 태울 수 있겠다.
재규어에 따르면 XKR-S는 XK라인업의 기초가 되는 알루미늄 차체는 물론 서스펜션에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해 차의 성능, 민첩 성, 연료소모량, 배기량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또 재규어의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을 위한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XKR-S 전용으로 만 들어 최상의 핸들링 컨트롤과 접지력을 제공한다. 액티브 디퍼렌셜 컨트롤은 고속에서 스티어링의 민감도를 낮추고, 안전성과 운전자 의 컨트롤을 높이도록 새롭게 프로그램화하는 등 재규어가 이제껏 개발한 차 중 가장 운전자 중심으로 만들었다. 실제 이 차를 타 는 이틀 내내 동네를 산보하는 편안한 기분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이는 GT카의 특징이기도 하다.
겉모양의 평범함에 대한 불만은 시동을 거는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몸매 잘 빠진 훈남이 갑자기 짐승처럼 포효하기 때 문이다. 배기음색은 시동을 걸 때와 일반적인 주행을 할 때, 액셀 페달을 밟을 때 각각 다르다. 시동을 걸 때 우렁차게 터지는 사 운드는 일반주행 때 갸르릉거리는 정도로 유지되다가 액셀 페달을 밟으면 고주파의 폭발음을 들려준다. 이 차가 어떤 상태인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각각의 소리는 잘 튜닝돼 운전자의 감성을 간지럽힌다.
운전대는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다. 여성 운전자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액셀 페달의 답력도 슈퍼카라고 해서 무겁지 않다. 운전하는 느낌은 일반 세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차를 경험하면서 내린 결론은 넘치는 힘이다. 힘이 터무니없이 많이 남는다. 이 힘을 다 어디에 쓸까 걱정될 정도다. 시 속 150km라는 속도까지 순식간에 내달리고, 그 상황에서도 마치 시속 40~50km로 달리는 것처럼 평온하다. 시속 200km 를 주파하는 것도 금방이다. 운전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마음 졸이지 않고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속도다. 다만 파워나 속도를 감당 할 배짱이 없어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게 될 뿐이다.
XKR-S는 V8 5.0ℓ 알루미늄 엔진에 트윈 보텍스 루츠-타입 슈퍼차저를 적용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 크 69.0kg·m를 뿜어낸다. 출력과 토크가 XKR에 비해 10% 높다. 제원표 상 0→100km/h 가속시간은 4.4초, 최고 속도는 300km/h다. 기자가 시승중 내본 최고속도는 시속 280km였지만 여건만 됐다면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자동 6단인 변속기에는 다이내믹 버튼이 있어 이를 누르면 차가 파워를 이어가며 더욱 힘있게 달리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 이 커보이진 않는다. 일반주행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순발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이 버튼을 누르면 알록달록한 색상 의 아날로그 계기판이 붉은 색으로 바뀐다. 재규어가 흥분했다는 걸 표현한다고 재규어코리아 사장이 옆에서 설명한다. 슈퍼카의 성능 을 내지만 변속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편이다. 킥다운을 시도해도 실시간으로 차가 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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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미래전략팀 이정호 기자 dream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