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했다. 한국 내에서 미국차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말에 울컥,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왜곡된 통계에 의한 것일 뿐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한국 내 미국차보다 적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자동차 점유율이 한미 FTA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에 제동을 건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반박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국적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통계의 왜곡을 낳았고, 이런 내용이 일반화되면서 미국차가 한국 내에서 부진하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것.
올 상반기 미국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2%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브랜드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0%다. 얼핏 보면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는 통계의 기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국적을 떠나 브랜드별로 판매량을 집계한다. 반면 한국은 생산 거점별로 구분, 국산차와 수입차의 이등분법 통계를 사용한다. 쉽게 보면 미국의 경우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도 현대기아차 판매량으로 집계하지만 한국은 한국지엠이 부평과 군산, 창원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한 차는 미국 브랜드로 분류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발언한 한국 내 미국차 점유율 0.5%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하는 수입차 내 미국 완성차의 점유율이다.
이 같은 완성차 통계와 관련해선 그간 국내에서도 여러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한국지엠이 수입, 판매하는 카마로와 베리타스, G2X 등은 한국지엠이 한국수입차협회 소속이 아니어서 미국차 판매량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브랜드의 스파크와 아베오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생산되기에 한국차라는 게 한국의 시각이다.
만약 국내도 미국식 통계처럼 브랜드를 분류 삼으면 한국에서 생산 또는 수입, 판매되는 미국 브랜드(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올 상반기에만 7만3,000대로 점유율이 9.2%에 달하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르노를 포함한 유럽 브랜드는 9만2,000대로 11.6%에 달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내 미국차 점유율 0.5%는 통계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 FTA 체결의 반대 이유는 될 수 없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바램대로 국내 통계 기준이 브랜드별로 바뀌는 일은 쉽지 않다. 현재 통계를 제공하는 곳은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다. 만약 통계를 브랜드별로 바꾸면 한국지엠과 인도 마힌드라가 인수한 쌍용차, 그리고 르노가 대주주인 르노삼성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굳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현재는 국내에 생산 공장을 가진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하지만 브랜드별로 구분하면 이들 3사가 별도로 협회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통계의 교정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존재 불가론까지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
물론 현재도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실질적인 주인은 현대기아차다. 게다가 표면적으로 회장은 회원사가 돌아가며 맡지만 국내 자동차업체의 지원을 맡는 지식경제부가 상근 부회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따라서 국내 통계의 기준은 지식경제부 기준을 따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지식경제부가 통계 기준을 바꿔야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그에 따라 잣대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통계 기준이 바뀌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FTA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기아차가 그만큼 억울함을 호소해서다. 국내 자동차의 맏형이 고치자고 제안한 만큼 지식경제부도 전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식경제부가 쥐락펴락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위상도 흔들리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울분이 국내 완성차 산업의 또 다른 재편 구도를 만들어 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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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 | |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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