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세련된 오프로더, 폭스바겐 투아렉

입력 2011년08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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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 사는 한 부족의 이름이다. 전투적이지만 예술감각이 뛰어난 사막의 유목민으로 평이 나 있다. 특히 1990년 이후 자신들의 독립된 생활방식과 사회조건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반군투쟁을 일으킨 호전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처럼 사막이라는 거친 지형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투아렉 부족은 폭스바겐 SUV 개발의 모티브가 됐다. 2002년 투아렉 1세대를 내놓은 뒤 2004년 죽음의 사막 경주라는 다카르랠리에 참여한 것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도 결국 투아렉 부족의 강인함을 자동차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투아렉 부족의 예술성에 착안, 투아렉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으니 그야말로 폭스바겐은 투아렉 부족에게 고마움을 표시해도 모자랄 것 같다.

2세대 투아렉은 외형과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핵심이다. 인테리어를 정갈하게 다듬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1세대의 경우 여러 차례 시승을 통해 느꼈지만 실내에서의 야간 조명이 지나치게 분산돼 집중도가 떨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디자인
전반적으로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에 충실했다. 골프와 제타 등에서 볼 수 있는 앞모양에 LED를 통한 헤드 램프의 개성을 드러냈다.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역동성이 묻어난다. 특히 범퍼 하단에도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은 형상의 가로형 3선을 넣어 일체감을 살렸다. 옆모양은 다부지다. 마치 투아렉 부족의 강인함을 드러내려 한 것 같다. 도어를 여닫는 손잡이는 아래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문을 열 때 최대한 힘이 덜 들도록 했다. 뒷모양에선 트윈 머플러가 개성을 드러내지만 투박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구형에 비해 세련미가 더해졌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성능
국내에 판매되는 투아렉은 두 가지다. 먼저 V6 3.0ℓ TDI 블루모션이 있다. 240마력의 출력에 56.1㎏.m의 토크를 발휘한다. 최대토크 발휘영역은 엔진회전수 2,000-2,250rpm이어서 넓은 편은 아니지만 블루모션 기술을 적용해 ℓ당 11.6㎞의 연료효율을 보인다.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판매가격은 8,090만원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종은 V8 4.2ℓ TDI R-라인이다. 최고출력은 34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무려 81.6㎏.m에 이른다.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엔진회전영역도 1,750rpm에서 2,750rpm으로 상당히 넓다. 페달을 밟으며 엔진회전수를 높이는 순간부터 가속이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실제 제원표에 따르면 0→시속 100㎞ 가속시간은 5.8초에 불과하다. 2.5t에 달하는 차체 무게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셈이다. 게다가 연료효율도 ℓ당 10.4㎞여서 나쁘지 않다. 연료탱크는 100ℓ이고, 구동방식은 AWD다. 판매가격은 V6보다 3,000만원 이상 비싼 1억1,470만원이다. 폭스바겐으로선 럭셔리 오프로더를 표방한 것이다.

시승은 장거리 위주로 진행했다. 처음 차를 건네받았을 때 연료는 90% 정도 들어 있었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740㎞. 대한민국 어디든 갈 수 있는 거리다. 이것저것 장비를 챙기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시속 140㎞에 크루즈 기능을 맞추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 물론 지능형이어서 앞차와의 거리를 맞추는 건 물론 멈춤까지 알아서 한다.

변속기를 스포츠(S) 모드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럭셔리 SUV지만 스포츠카와 같은 가속력을 보여준다. 출력과 토크의 숫자가 보여주듯 달리기는 거침이 없다. 게다가 에어서스펜션의 승차감은 편안함(Comfort), 정상(Normal), 역동(Sport)으로 선택이 가능해 일반적인 험로용 SUV로 규정할 수도 없다. 형태만 SUV일 뿐 적어도 달리기는 디젤 스포츠 SUV라 해야 맞다. 포르쉐 카이엔 3.0ℓ 디젤보다 빠른 차다.

강원도 평창에 도착한 뒤 이튿날 속초로 향했다. 국도를 선택했기에 굴곡이 심한 도로를 지났다. 좌우로 회전이 큰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 SUV임에도 좌우 롤링이 상당히 억제됐음을 느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서스펜션 높낮이를 조절해 봤다. 위아래로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며 차체가 오르내린다. 오프로더를 경험했다면 좋았겠지만 차고가 꽤 높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오프로더 성격이 충분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전 1세대를 타고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마련된 투아렉 오프로드 전용 코스를 체험한 적이 있는데, 이 때 험로주파 능력은 이미 개인적으로 검증한 바 있다. 오프로더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카르 랠리라는 지구 상 최악의 험로경주를 선택한 만큼 험로 주파능력은 투아렉의 자랑 가운데 하나다.

속초를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 연료는 아직 25%가 남아 있었다. 배기량 4.2ℓ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뛰어난 효율이다. 물론 고속도로 정속주행이어서 효율에 보탬이 됐겠지만 그래도 시속 140㎞ 이상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입가격에 부담은 있어도 연료비 부담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총평
투아렉의 성격은 그야말로 혼혈이다. 도심에서는 세련미를 풍기면서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야성을 유감없이 펼치는 차다. 혼란스러웠던 인테리어도 프리미엄 성격에 맞도록 차분해졌다. 다인오디오와 8개 스피커의 음질도 좋은 편이다. 한 마디로 넣을 수 있는 모든 고급 기능을 투아렉에 녹여냈다. 포르쉐 카이엔보다 빠르고, 아우디 Q7보다 오프로더의 성격이 더 가미돼 있다. 그래서 Q7, 카이엔, 투아렉이 동일한 플랫폼이라고 해서 같은 차로 볼 수는 없다. 디자인의 개인적 평가를 제외한다면 4.2ℓ TDi의 경우 Q7 또는 카이엔보다 성능 및 상품성에서 투아렉이 한 수 위가 아닌가 싶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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