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인천이 자동차경주장 유치를 재추진하기로 해 F1대회를 치르고 있는 전남도가 "중복투자로 인한 국력낭비"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경주장 부지를 사들이고 경주장 건물도 전남개발공사에 넘겨 수익사업을 본격화하려고 했던 전남도로서는 경주장 정상화에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25일 전남도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인천시 중구 남북동 오성산 일대에 자동차경주장 유치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인천경제청은 수년 전부터 이곳에 경주장을 조성하려고 노력했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재원 조달방안을 갖춘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또 전남 영암에 F1대회 등을 위한 세계적인 규모의 자동차경주장이 이미 들어서 있어 중복투자로 말미암은 자원낭비라는 지적까지 일어 지난해 유치작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3개 컨소시엄이 자동차경주장 사업 참여 의향을 밝혀와 인천의 자동차경주장 유치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이번에는 투자자들의 사업계획이 구체적인 만큼 사업추진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인천경제청은 기대하고 있으며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뒤 심사를 거쳐 이달 안에 예비사업자까지 선정한다는 일정도 마련됐다.
인천경제청은 영암의 F1경주장과 차별화해 F1대회를 제외한 다른 경주대회를 개최하면 양쪽이 "윈윈"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활성화 차원에서 그동한 중단한 자동차경주장 유치를 재추진하게 됐다"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영종지구 내 다른 개발프로젝트들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와 F1대회조직위는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또 저러다 말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에는 컨소시엄이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져 사업추진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사업부지로 정한 오성산 일대는 인천공항과 가깝고 수도권에 있어 이 지역에 많이 몰려 있는 모터스포츠동호인들의 접근성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자동차경주장이 들어설 경우 영암 F1경주장은 허울뿐인 F1대회만 치르고 각종 수익사업은 인천 자동차경주장이 "싹쓸이"한 뒤 몇년 뒤에는 F1대회마저 빼앗기는 최악의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박준영 전남지사까지 나서서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간 중복투자로 인해 국력 낭비와 불필요한 경쟁이 발생할 것이다"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관련 중앙부처에도 이같은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번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전남도는 인천이 알아서 관둬주기만을 바랄 뿐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인천경제청이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계획 중에 하나일 뿐이다"며 "몇년전부터 수차례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지만 만약 자동차경주장이 들어설 경우 우리로서는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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