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어우러진 멋, 길바닥만 구경해도 재미

입력 2011년08월26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마카오의 세계문화유산들은 구도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국적인 고건축물들이 기다리고 있고,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찾아가는 재미가 흥미롭고 색다르다. 검고 흰 타일로 꾸며진 물결무늬 바닥이며 독특한 모자이크가 펼쳐지는 길바닥만 구경해도 재미가 넘치는 곳이다.

교황자오선이 표시된 지구본이 있는 세나도 광장 분수대


포르투갈의 오랜 지배를 받았던 역사를 반증하듯 마카오에는 동서양 문화의 특장점이 고루 묻어나는 고색창연한 건축물이 수두룩하다. 이 건물들은 건축학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건물뿐만이 아니다. 건물과 이어지는 그 앞의 광장까지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을 만큼 독특한 광장문화를 품고 있다.



네오클래식 양식의 자애당
하루 정도면 마카오의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들은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세계문화유산이 몇 곳 되지 않아서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무려 서른 곳이나 있다. 서울의 구(區) 하나 정도 크기 밖에 되지 않는 마카오에 이렇게 많은 유적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는가.



마카오 여행의 시작점이 되는 곳은 세나도 광장이다. 마카오의 가장 중심 지역으로 공식적인 행사나 축제는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검고 흰 물결무늬가 춤추는 바닥으로, 이 무늬는 도미니크 교회를 지나 성 바울 성당의 유적까지 이어진다. 이는 동물이나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겨 넣는 포르투갈식 도로포장으로, "깔사다(Calcada)"로 불린다. 그 옛날 포르투갈 상인들이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싣고 왔던 돌을 이용해 조성한 바닥이라고 하니 연륜으로 보나, 독특한 문양으로 보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성 바울 성당 유적지에서 기념촬영하는 관광객들


세나도 광장을 낀 주변 건물들도 하나 같이 이국적이다. 1587년에 세워진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 성 도미니크 성당은 노란 빛깔의 화려한 성당이 멀리에서도 눈에 띈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하고 웅장한 제단과 포르투갈 왕가 문장으로 장식된 천장을 볼 수 있다. 역시 바로크풍의 건물인 산타 카사 디세리디아(자비의 성채)는 1569년에 설립된 건물이다. 마카오의 첫 주교인 도 벨키오르 까네이로가 자선사업을 위해 설립한 곳이다.



포르투갈 남성과 마카오 여성이 마주선 청동상
1784년 지어진 릴 세나도 빌딩은 마카오에서 가장 전통적인 신고전주의 양식의 포르투갈 건축물로 손꼽힌다. 수백 년 동안 마카오 정부와 의회 건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시정 자치국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가 있고, 뒤뜰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이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고전적인 돌계단은 예전 포르투갈 북부의 역사박물관을 본떠 만든 도서관과 의회실로 연결된다.



이들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어우러진 광장에는 분수, 벤치 등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숍과 카페, 식당들이 에워싸고 있다. 광장의 분수대에는 교황자오선(敎皇子午線)이 표시된 큰 지구본이 있다. 교황자오선은 15세기에 교황 알렉산더 6세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자 양국 식민지의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성 도미니크 성당


여행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세나도 광장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에 있는 관광안내소. 지도나 호텔, 교통정보 등 마카오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와이파치 존이라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면 유용한 쉼터가 된다.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 없는 예수회 기념광장
성 도미니크 성당에서 성 바울 성당의 유적으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에는 진주차(쩐주나이차)와 육포, 아몬드쿠키, 후추빵 등 갖가지 먹을거리가 펼쳐지는 골목이 이어진다.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로 걸음을 옮겨놓길 힘들 정도인데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쿠키와 육포를 권하는 삐끼(?)들로 인해 더더욱 걸음이 느려지는 곳. 카페거리, 육포거리, 어묵거리를 누비는 재미가 남다르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앞을 가로 막는 웅장한 건물이 나타난다. 마카오를 대표하는 곳이라 할 수 있는 성 바울 성당 유적. 언덕 위에 자리한 그 웅장한 모습에 압도되어 절로 걸음이 멈춰진다. 성 바울 성당은 1594년에 설립되어 1762년에 문을 닫은 성 바울 대학 중 일부였으며 극동에 지어진 첫 유럽풍의 대학이었다. 1835년의 화재로 인해 대학과 성당은 정문과 정면계단, 건물의 토대만을 남긴 채 모두 불타버렸다. 비록 건물의 전면부만 남아 있지만 가톨릭의 상징이 한자와 라틴어, 그리고 갖가지 동서양의 멋이 어우러진 벽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마카오만의 매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화강암 바닥돌은 포르투갈 상인들이 배에 실어온 것


성바울 성당의 유적과 연결된 계단 아래쪽에는 예수회 기념광장이 이어진다. 1920~30년대에 세워진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 광장은 성 바울 성당의 유적을 찾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육포와 에그타르트, 아몬드쿠키로 마카오는 물론 홍콩에도 명성이 자자한 파스텔라리아 초이헝윤과 파스텔라리아 코이케이 등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 등이 이곳에 있다. 시끌벅적한 그 광장 끝에 있는 남녀 청동상이 문득 눈길을 끈다. 포르투갈 남성과 마카오 여성이라고 한다. 청년에게 연꽃을 건네는 처녀의 청동상이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성 아우구스틴 광장의 독특한 문양
전통을 자랑하는 초이헝윤의 에그타르트
쿠키와 육포 등을 파는 가게들로 빼곡한 골목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