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0를 현대자동차에선 "새로운 중형차"로 부른다. 굳이 "왜건"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 건 "왜건"이란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이다. 막강한 세단 선호현상이 지배하는 국내에서 왜건으로 부를 경우 자칫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더구나 90년대 아반떼 투어링으로 실패했던 기억이 "왜건"이란 명칭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했다. 그래도 왜건은 왜건이다. 보닛, 좌석 그리고 트렁크가 별도로 분리된 세단과는 형태가 다르다.
▲디자인
왜건에 대한 거부감 줄이기는 디자인에서부터 시작됐다. 쏘나타에 적용했던 헥사고날 그릴 대신 크로마 그릴을 선택했고, 안전기준에 따라 만든 돌출범퍼도 수출형과 다르게 했다. 게다가 LED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헤드 램프는 독수리 눈을 형상화했다. 그렇다고 독수리처럼 공격적인 모양은 아니다. 야간에는 LED 밝기가 어두워져 전조등 역할이 부각된다.
현대차가 디자인에서 노력한 부분은 측면이다. 통상 왜건은 앞유리부터 뒤까지 지붕선이 일자형인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i40는 뒤로 가면서 지붕이 조금씩 낮아진다. 쿠페형 디자인을 접목한 것. 이를 통해 "왜건=화물차"라는 국내 소비자 편견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뒷모양도 트윈 머플러와 램프 사이에 크롬 가니시를 연결해 고급스러움을 내세웠다. 쏘나타 세단과 차별화해야 내수시장 안착에 성공하는 만큼 외형에선 품격을 최대한 강조했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쏘나타와 비슷한 느낌이다. 센터콘솔 노브 등 곳곳에 조그만 크롬 내장재를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적극 살렸지만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대시보드의 각종 버튼은 누르는 로직 타입이 대부분이다. 로터리 방식의 다이얼은 중앙 풍량조절장치를 중심으로 오디오 볼륨 및 채널검색 레버가 좌우 조그맣게 대칭형으로 자리 잡았다. 운전자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모든 스위치류를 집중해 기능적으로 유용하다. 그 아래에 수납공간을, 변속레버 뒤에 컵홀더를 뒀다. 컵홀더에는 덮개를 마련해 깔끔하다. 주차와 관련된 장치는 변속레버 뒤에 원형으로 배치했다. 스티어링 휠 너머의 계기판은 중앙 LCD창을 중심으로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안에 원형의 연료계와 수온계를 각각 자리시켰다. 따라서 지침의 길이가 짧을 수밖에 없다. 역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쉽지만 실용성을 감안하면 문제될 게 없다.
▲성능&승차감
시승은 가속력과 승차감 체험에 집중했다. 시승차는 2.0ℓ 직분사 가솔린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현대차가 이 엔진을 사용한 건 i40가 처음이다. 최고출력은 178마력, 최대토크는 21.6㎏·m다. ℓ당 13.1㎞의 연료효율을 낸다고 제원표에 나와 있다.
일단 조용하다. 진동도 별로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i40가 YF쏘나타보다 60㎏ 무거운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흡차음재를 보강하느라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왜건이라는 점이 괜한 편견을 만들 수 있어 쏘나타보다 고급화해야 했고, 그러자면 쏘나타 대비 진동소음이 뛰어나야 했다"고 설명했다. 쏘나타보다 고급차로 만들다보니 진동소음에 만전을 기했다는 얘기다.
페달을 밟았다. 부드럽게 가속된다. GDi여서 MPI보다 숫자 상 출력은 커졌으나 바로 와닿지는 않는다. 고속도로에 올라 질주하니 바닥에 밀착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에선 무거워야 하지만 국내에서 그렇게 하면 불만이 쏟아진다"며 "국내는 국내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지만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건 아니다. 내수 전용을 위해 서스펜션 튜닝을 거쳤고, 그에 따라 감쇄력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 국내에선 지나치게 단단하면 역시 불만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형의 단단한 서스펜션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어 선택품목으로 유럽전용팩을 만들었다. 해당 품목을 선택하면 수출용 승차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휴식시간에 트렁크 안을 들여다봤다. 러기지 레일 시스템이 보인다. 가방 등을 놓았을 때 흔들림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국내 최초라고 설명한다. 물론 실용성이 중요한 차종이어서 뒷좌석 6대4 접힘 기능도 있다. 실제 출발할 때 트렁크에 가방을 놓고 고정시켰는데, 코너링 등을 시도할 때 흔들림이 없다. 운전할 때 무언가 움직이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이다. 유럽인들도 좋아할만한 장치다.
조수석에도 앉았다. 자리 조정을 위해 버튼을 누르는데 조수석도 전동식으로 10방향으로 움직인다. 세단과는 또 다른 고급화를 위해 조수석에도 돈을 쓴 셈이다. 주차조향보조 시스템과 전자파킹 브레이크, 스마트 내비게이션, 후방주차 가이드 시스템 및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등도 마찬가지 이유로 적용했다. 자동차의 고급화라는 게 편의품목의 확대 적용임을 고려하면 분명 쏘나타보다 한 단계 고급화에 치중한 건 맞다.
▲총평
가솔린차와 달리 실제 시중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차종은 1.7ℓ 디젤이다. 연료효율이 ℓ당 18㎞에 달하는 덕분이다. 가솔린차보다 가격도 170만원밖에 비싸지 않다. 덕분에 SUV 등과 비교하는 소비자가 많다. 디젤엔진의 경우 경제성면에선 분명 장점이 있다. 관건은 어디까지나 왜건이란 점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왜건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성공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i40를 내수시장에 연간 2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숫자는 i30의 위력을 실감한 후 정한 목표다. i30의 경우 처음 나올 때 해치백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반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i40도 쏘나타와 별개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i30는 준중형차, i40는 쏘나타보다 고급차다. 수요층이 다르다. 그나마 디젤엔진의 경제성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높은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차피 왜건은 경제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증거다. 어쩌면 i40가 국내에서 승용 디젤차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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