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터스포츠가 슈퍼레이스(이하 CJ)와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이하 KSF)로 양분되면서 각 팀들이 경기 참가 여부를 놓고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둘 모두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를 마련해 놓고 있어 참가 팀으로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 게다가 프로팀 가운데서도 비교적 재정이 넉넉한 것으로 알려진 EXR 팀106마저 두 경기 모두 참가에 난색을 표하면서 프로모터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4일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KSF 3전에 출전한 EXR팀106은 아직 KSF 다음 경기 출전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팀 관계자는 "좋은 성적을 내긴 했지만 다음 경기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쉴 틈 없는 스케줄과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KSF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출전해 욕심이 나지만 팀 운영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함께 참가하는 CJ슈퍼레이싱 참가를 우선하고, 일단 KSF의 경우 후반 라운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더 이상 참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고민은 EXR 팀 106만의 고민은 아니다. 현재 국내 모터스포츠 경기 중 F1을 제외하고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대회는 CJ슈퍼레이싱과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다. 그러나 두 대회의 경기 일정이 불과 2주 밖에 차이나지 않아 프로 팀들도 참가에 어려움을 겪는 것. 실제 올해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와 함께 재편된 KSF가 개막을 알리자마자 CJ슈퍼레이싱에 참가했던 팀들이 대거 이동했다. KSF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에 참가하는 팀 관계자는 "두 대회 모두 참가하기란 시간과 운영비 측면에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제 아무리 프로팀이라도 두 대회의 동시 참가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두 대회 모두 태백 레이싱 파크에서 열려 코스 적응은 문제 없지만 그럼에도 규정이 서로 달라 개조에 중복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고민은 CJ의 경우 시즌 후반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수 입장에선 프로모터가 싸움판을 조성하면 적극 참가해 경주를 벌어야 하는데, 아직 일정조차 없다는 점은 참가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CJ와 KSF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그렇더라도 선수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줘야 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선 두 대회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경기 스케줄을 협의, 확정해야 한다는 것. 모터스포츠계 관계자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며 "각자 잘 살겠다는 마음보다 함께 잘 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최소한의 분위기가 조성돼 가는 모터스포츠계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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