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유럽형 미국차, 포드 포커스

입력 2011년09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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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글로벌 C세그먼트 전용 포커스(Focus)는 "원-포드(One Ford)"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된 차다. 포드 유럽에서 전체 제품 기획을 담당했지만 미국과 아시아 등 주요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게 특징이다. 오는 19일 국내 공식 출시를 앞두고 포드코리아가 시승회를 준비했다. 2인 1조로 구성된 시승팀은 포커스를 나눠타고 서울 성북동에서 인천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직접 시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첫 인상은 유럽에서 만들어진 차답게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면의 인상을 좌우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 하단에 3단 구성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들어갔다. 고성능 차를 연상시키도록 크게 만들어져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들게 했다.

국내 출시되는 차는 4도어 세단형과 5도어 해치백 두 종류다. 전면부에서 디자인 차이는 없지만 후면은 해치백의 경우 국산차인 벨로스터와 비슷한 이미지다. 세단은 해치백과 다르게 트렁크 도어가 돌출돼 있지만 폭이 넓지 않아 세단이 주는 전통적인 느낌에서 일부 벗어났다는 생각이다. 세단과 해치백에 따라 측면 라인도 약간 다르다. 하지만 두 차종 모두 루프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고, 숄더 라인은 높아지는 역동적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성북동에서 을왕리까지 가는 1코스는 조수석에 앉았다. 북악 스카이웨이의 와인딩 구간을 시속 60km로 내려가면서 조수석 승차감에 주력했다. 매우 단단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유럽이 개발을 주도한 만큼 승차감에 있어 유럽형을 철저하게 지향했다. 미국 특유의 부드러움은 없다. 그러나 노면 충격이 엉덩이에 그대로 전해지는 까닭에 주행 거리가 짧았음에도 피로감이 전해졌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는 정도가 더욱 심했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성산로를 따라 자유로에 진입했다. 동승한 운전자가 차의 속도를 높였다.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출발 전 뉴 포커스의 소음과 진동을 많이 줄였다는 포드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확실히 엔진 소음은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풍절음이 문제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다소 귀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신공항 하이웨이로 진입해 운전자는 속도를 더욱 높여 갔다. 안정된 하체가 차를 확실하게 지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수석에선 운전에 관여할 부분이 없어 편의 장치와 수납공간 등을 확인했다.

포드가 항상 자랑으로 내미는 음성인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싱크"와 마이포드 터치 시스템이 포커스에도 장착됐다. 하지만 한글 지원은 아니다. 포드는 2013년 한국어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음성명령을 내릴 때는 비교적 정확한 영어 발음이 필수다.

다시 서울로 향했다. 운전석에서의 승차감은 조수석과 미묘하게 달랐다. 운전석에서는 조수석과 같은 단단함이 오히려 안정감있게 느껴졌다. 유럽차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났다. 미국차지만 미국차가 아닌 차다.

포커스에는 고압직분사와 트윈 독립 가변식 캠샤프트 타이밍이 결합된 2.0ℓ 가솔린 직분사 DOHC 4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최대출력 162마력에 20.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6단 자동 듀얼클러치로 연료효율은 ℓ당 13.5km를 기록한다.

가속감은 나쁘지 않다. 반면 듀얼클러치여서 빠른 변속을 기대했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직선에서의 움직임은 만족할 만하다. 단단한 하체에서 오는 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지 않고 묵직함이 느껴졌다. 162마력의 출력이 차의 움직임을 충분히 떠받치고 있다.

단단한 승차감 덕분에 곡선에서는 보다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왠만한 곡선 구간은 속도를 줄일 필요 없이 빠져 나간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코너링 성능 향상에는 이른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의 역할도 크다. 그립 유지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좌우 앞 바퀴간 토크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는 기술이다. 보통 슈퍼카에 적용되지만 포커스에는 C세그먼트 최초로 적용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제동력도 우수하다. 시속 160~170km에서도 상황에 따라 속도를 재빠르게 줄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ESC의 개입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포드가 야심차게 개발한 포커스지만 국내에서 인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수입차라면 으레 중형 세단 이상을 생각하는 소비자 성향 탓이다. 물론 최근 수입차 시장의 다변화가 포커스의 안착 가능성을 높이지만 아직 수입 소형차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비슷한 세그먼트의 국산차가 가격대비 품질면에서 일부 수입차를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토요타 코롤라의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포드도 퓨전의 판매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 성공의 열쇠는 닛산 큐브와 같이 가격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이와 관련, 포드코리아 정재희 사장은 시승회에 앞선 설명회에서 "포커스의 출시 가격은 2,000만원 후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포드코리아는 전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포커스는 19일 국내 본격 출시 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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