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보름달을 보셨나요? 태풍 꿀랍의 영향으로 곳에 따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펼쳐져 한가위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었던 곳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곳엔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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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와 만나는 선전 |
중국 선전에 있는 민속문화촌의 야외 공연장. 화려한 조명과 함께 다이내믹하면서도 신출기묘한 공연이 이어지던 무대 위로 두둥실 보름달이 떠올랐다. 한 치 이지러짐 없는 만월은 계수나무와 방아 찧는 토끼가 아니라 여인을 품고 있다! 능수버들처럼 휘어지는 여인의 실루엣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아하, 이태백이 놀던 달이 바로 저 달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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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시내 |
선전의 이 민속공연은 선전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첫손 꼽힐 만큼 유명하다. 선전 자체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객보다 많은 관광객들은 민속문화촌의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선전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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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시내 명품 판매 건물 |
그도 그럴 것이 선전은 관광도시로의 면모보다 경제도시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선전은 1979년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온 등소평에 의해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활기 넘치는 젊은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 홍콩을 방문한 여행객의 중간 기착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전자, 제약, 화학, 방직, 건축재료, 가공식품의 제조로도 유명해졌다. "심천 스피드", "심천효과" 와 같은 숱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빠른 경제 성장을 주도한 이곳은 중국의 대외 개방의 창으로서, 그리고 경제 시스템 개혁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중국의 성장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선전의 총면적은 2, 020㎢이고, 보통 선전경제특구라 부르는 지역은 이 총면적의 1/6면적 일대를 말한다. 현대화된 초고층 건물과 도시개발계획으로 산뜻하게 정돈된 거리는 서울 중심가 못지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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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룡역 |
선전은 홍콩 바로 북쪽, 광조우 남부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홍콩과 광조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홍콩여행자들이 하루나 반나절 코스로 심천의 주요 명소를 여행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홍콩의 구룡역에서 우리나라 국철과 비슷한 열차를 타고 나호(로우호우)역에 내려 홍콩 출국 수속대를 넘어 다시 선전의 입국수속을 마치면 선전역을 통과할 수 있다. 이 열차는 광조우까지 갈아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열차로 약 2시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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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민속문화촌 입구 |
중국민속문화촌은 중국 내에 있는 소수민족들의 문화와 민간예술, 풍속, 민속건축물 등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곳이다. 총 55개 소수민족 중 조선족을 포함한 21개 민족을 선별하여 그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24개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에는 해당 민족의 전통건축물은 물론 세세한 생활용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원형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고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직접 실생활을 보여주면서 관광객을 맞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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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국 테마 파크 |
이와 함께 소인국테마파크도 펼쳐지는데 북경의 만리장성과 고궁, 서안의 병마용과 황제릉, 돈황의 막고굴, 티베트의 포탈라궁, 장강삼협, 계림산수, 태산, 황산, 항주의 서호, 소주의 고정원림, 운남성의 석림 등이 세워져 있으며, 크고 작은 석불, 사원, 탑, 누각, 왕릉 등의 명승지와 고적들이 정교하게 망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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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미니어처 |
여유 있는 일정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을 돌아다녀도 다 보지 못할 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줄을 잇는다. 코끼리열차라 불리는 유람차를 타고 민속문화촌과 소인국테마공원을 돌아보는데만 1시간 남짓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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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문화촌 내 주점 |
민속공연은 1, 2부로 나눠 펼쳐진다. 1부는 실내에서 이뤄지고, 2부는 장가계를 본뜬 야외 무대에서 이뤄진다. 위그루족, 몽고족, 태족, 제토족 등 각 민족들이 번갈아 나와 그들의 전통 춤과 풍속을 보여주는 1부공연에 이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시간에 펼쳐지는 야외공연은 그 화려함과 스펙터클함이 말문을 막는다. 몽골족의 마상쇼와 화려한 불쇼, 손에 땀을 쥐는 공연과 감탄을 자아내는 황홀한 묘기들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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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국 테마 파크 |
공연에는 수많은 인원이 동원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불꽃이 되기도 깃발이 되기도 한다. 공연에 출연하는 인원만 5백여 명. 그야말로 무대 위에서도 인해전술이 따로 없다. 무희들은 대부분 중국의 "예술학교" 출신이나 "모델학교" 출신들로 나이는 평균 19~20세. 이들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이 공연을 위해 땀을 흘린다고 한다. 무대 제작비용만 180억 원에 무용수들을 위한 세트 복장만 1200여 벌에 이른다고 하니 직접 이 공연을 접하지 않더라도 그 규모와 내용면에서 가히 짐작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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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다이내믹한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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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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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혼한 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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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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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들과 기념촬영하는 관광객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