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의 사용이 늘어나 화려하게 변신하는 건 기업의 절박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소형화, 전기차의 상용화 추세도 뚜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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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앵 DS5 |
제64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장에서 만난 국내 자동차회사 수석 디자이너의 말이다. 그는 "불경기일수록 자동차에 다양한 디자인 장식을 넣어 소비자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실제 이번 모터쇼에 등장한 자동차 디자인은 하나같이 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장식이 많은 게 특징이다. 특히 시트로엥과 푸조 등의 프랑스업체들은 굵직한 선의 잦은 사용을 통해 외형 이미지가 최대한 드러나 보이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시트로엥 DS5와 푸조 HX1 컨셉트는 화려함의 극치로 평가받으며 세계 경기의 불안감을 표현했다. 화려함보다 차분함으로 승부수를 띄운 폭스바겐 등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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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HX1 컨셉트 |
디자인의 화려함이 경제와 무관치 않은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발 유럽의 재정위기가 자동차 수요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렇다. 1대라도 더 팔아야 생존이 가능한 자동차회사로선 어떻게든 소비자 시선을 잡아끌 필요가 있고, 유일한 방법이 바로 디자인의 화려함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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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펠 자피라 투어러 |
또 하나는 다운사이징, 이른바 크기 줄이기의 유행이다. 특히 유럽연합 내 일부 국가들이 자동차 과세기준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바꾸며 "효율"이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떠올랐다. 실제 프랑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세금을 부과키로 결정했고, 독일 등 유럽연합 내 주요 국가도 기준 변경에 적극적이다. 결과적으로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됐고, 현대차가 유럽 전략차종 i40의 크기를 최대한 줄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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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 4C 컨셉트 |
이산화탄소 부담은 전기차의 확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주행중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만큼 오히려 보조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르노의 경우 올해 판매에 들어갈 전기차 가격에 정부보조금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생산을 늘릴 방침까지 세웠다. 스마트는 모터쇼장 내 모든 공간을 전기차로 메울 만큼 전기차에 올인했다. 내연기관차의 대세가 "소형의 효율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궁극의 고효율로 전기차가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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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업 |
그럼에도 당장 중요한 건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감 해소다. 미래가 불안하면 지출을 줄이게 되고, 이 때는 신차 판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할 때 이번 모터쇼가 한국 자동차산업에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미래 생존경쟁력 확보를 위해 "효율"과 "디자인"에 치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효율은 한국도 밀리지 않지만 디자인은 특히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부분이다.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도록 기업이 앞장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두 명의 고집으로 자동차를 만들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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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i40 세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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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트위지 전기차 |
프랑크푸르트=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