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레전드 수입이 잠정 보류됐다. 아울러 언제 수입이 재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혼다 플래그십 세단 레전드의 판매는 이미 6월부터 ‘0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1월 변속기와 소음 부분 등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4월 드라마에 PPL을 진행했을 정도로 판매에 의지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측은 "현재 레전드의 국내 재고 물량이 모두 소진됐으며 이후의 수입, 판매에 대해서는 잠정 보류된 상태다"라고 밝혔다. 잠정 보류에 대한 이유로는 "지난 5월 입법 예고된 전기·전자 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순환법)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자원순환법은 유해물질 사용제한 기준(납, 수은 등 총 4종)을 초과한 제품에 대해서 개선명령 후 영업정지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기준이 강화됐다. 혼다 측은 레전드가 이 기준을 충분하게 만족치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수입을 잠정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전드 판매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기준이 강화되면서 부담이 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어차피 판매가 높지 않아 판매 중단에 대한 여파가 작은 만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상황을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 현재 판매가 보류된 상태다"며 "일본 본사에서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지만 국내법이 우선이라는 회사 내부의 결정에 따라 수입과 판매를 잠시 미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설명을 미리 내놓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결정이 결국 총체적 부진에 빠진 혼다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플래그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레전드의 판매를 잠시 접어두는 한편, 혼다의 고급차 브랜드인 어큐라를 국내 진출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미국에서는 레전드가 어큐라 브랜드로 판매되는 만큼 향후 어큐라의 국내 진출을 모색하는 편이 혼다로서도 반전을 노릴 수 있다"며 "이미 여러 번 어큐라의 국내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타진된 만큼 레전드의 판매 보류는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혼다코리아는 어큐라 브랜드 도입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혼다 관계자는 "어큐라 브랜드 진출은 아직 검토된 바가 없다"라며 "레전드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 뿐 고급차 브랜드에 대한 내용들은 그야말로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북미 지역에서 어큐라 RL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레전드는 올해 1월 혼다 최초로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하고 인테리어 품질 등을 강화한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지만 5월까지의 판매량은 25대에 그쳐 다소 부진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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