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현대기아차, 수입차 해부가 전부는 아니다

입력 2011년10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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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가 "R&D 모터쇼"라는 명목으로 수입차 분해에 열심이다. 이를 통해 각 부품의 설계기술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 향후 제품력 대응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연구개발모터쇼로 발전했다.



 R&D 모터쇼를 통한 선진 제품 배우기는 가시적인 성과도 일부 이뤄냈다. 각 부품의 설계 최적화를 통해 경량화를 실현했고, 덕분에 고효율 제품을 만들어 미국시장에서 "연비좋은 차"로 인정받기도 했다. 게다가 행사에 부품업체 엔지니어까지 적극 참여시킨 건 신차 개발 초기부터 협업체제를 구축, 완성차의 제품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R&D 모터쇼에서 체득한 선진 기술의 적용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부품업체들이 배우고 익히는 건 좋지만 실제 기술개발을 통해 부품의 고기능화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취약해서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좋은 차에 좋은 부품을 쓰는 건 당연하지만 그러자면 원가상승이 뒤따르는데, 오르는 원가를 완성차업체가 수용하는 데 인색해 완제품 개발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원가절감이라는 기업 최대의 과제는 좋지만 완성차업체가 기침을 하면 부품업체는 독감에 걸려 누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개탄한 셈이다. 그나마 1, 2차 협력업체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3차와 4차로 내려가면 기술개발은 커녕 원가 맞추기에도 급급하다. 완성차회사가 원가절감을 1차 협력사에 요구하면 바로 2차 협력업체로 전달되고, 2차는 3차로, 3차는 4차 협력업체로 무리한 원가절감을 요구하게 된다.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만난 4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 10% 원가절감을 요구하면 우리에게는 15% 절감안이 요구된다"며 "그나마 공장을 돌리기 위해 이익이 없어도 주문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만 해도 2, 3차 업체에 해당할 뿐 4차를 넘어서 단품공장으로 내려오면 먼 나라 얘기"라고 덧붙였다.

 평소 간과할 수 있는 조그만 단품이 자동차에 있어 매우 기초적인 품질을 결정짓는 사례는 최근 포르쉐에서도 드러났다. 엔진의 미드샤프트를 고정하는 단품 가운데 하나인 너트의 용량 부족이 엔진 파손을 일으킨 것. 첨단 및 핵심 기술과는 무관할 수 있지만 너트 하나가 엔진 전체를 손상시켰다는 점은 단품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런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R&D 모터쇼는 1, 2차뿐 아니라 모든 협력업체가 참여하되 부품업체가 기술개발 여지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저 보고 배우는 데 그치는 전시성 행사라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자동차의 전설로 불리는 GM의 전 제품담당 밥 루츠 부회장이 앞으로 "GM과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보도가 있었다. 좋은 반가운 예상이다. 그러나 규모로는 그렇게 될 수 있어도 질적인 순위 안에 들어가려면 4, 5차 협력업체까지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동안 규모의 성장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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