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본사 엔리코 갈리에라 세일즈 마케팅 수석 부사장(사진)이 FF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엔리코 부사장은 지난 5일 가진 인터뷰에서 "FF에 대한 한국 시장의 반응을 직접 살펴보고 싶었다"며 "한국은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더불어 FF가 페라리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차인지, 앞으로의 페라리의 방향성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언급했다. 다음은 엔리코 갈리에라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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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갈리에라 페라리 세일즈담당 부사장 |
-페라리 FF는 페라리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차인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진화"라고 생각한다. 기존 단순한 진화가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진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운 차를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페라리 DNA가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몬테제를로 회장이 엔지니어에게 "활용도가 높으면서 스포츠카의 감성을 차를 개발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엔지니어들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래도 회장은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우리 엔지니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개발하게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599처럼 강력한 동력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마치 경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편안한 주행을 느낄 수 있도록 FF를 개발했다. 앞서 말했듯 기존 유전자를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위한 소비자 요구에 들어맞는 차를 만들어 낸 것이다"
-4륜구동을 장착한 특별한 의미가 있나?
"스포츠카에 4WD 방식은 이미 여러 차종에 적용돼 있다. 그러나 시스템에 있어 페라리의 4륜구동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밝혀둔다. 특히 2륜구동에 비해 4륜구동은 주행에 있어 대단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런 주행의 즐거움을 4륜구동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독자 개발했으며, 끊임없는 개발을 이뤄냈다. 그러나 4륜구동 시스템은 다른 페라리 차에 적용하지 않고, 오직 FF에만 탑재된다"
-FF는 유난히 4인승을 강조했다. 뒷자리 활용도는 얼마나 되나?
"나에겐 6살과 8살 된 아이들이 있다. 페라리를 타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즐거워 한다. 이런 점에서 페라리 FF는 새로운 방향이다. 모든 탑승자가 우리 아이들과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내 키가 190cm인데 내가 앉아도 일단 큰 불편함이 없다. 뒷자리에 누군가 탑승하지 않았다면 적재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뒷자리에는 승객을 위한 모니터를 장착했는데, 모니터를 통해 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성능에 대한 부분을 동승자도 충분히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페라리도 마세라티처럼 SUV 등을 개발할 여지가 있나?
"단호하게 없다. 현재 SUV나 4도어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우리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FF만 해도 기존 페라리와 다른 모습이라고 많은 사람이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감성을 넣은 것은 소비자 요구를 맞추기 위함이고, FF가 고성능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스포츠카라는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적으로 이런 제품을 추구할 것이고 앞으로 나오는 모델은 이런 기본적인 생각에 무언가를 추가적으로 얹는 정도의 발상이지, 기본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FF가 F1 머신 개발에 기여하는 점이 있나?
"반대의 개념이다. 오히려 F1 머신 개발이 로드카 개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성공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F1 기술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특화 기술들을 각각의 제품에 맞도록 적용된다. 페라리만의 독특한 기술 적용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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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잉글필드 아태지역 지사장(왼쪽) |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페라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생각인가?
"다른 제조사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세계 경제는 우려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업은 어느 특정 시장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내수 비중이 4%에 국한될 정도로 글로벌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또한 페라리는 실적만을 위해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 않다. 볼륨 인플레를 키워서 양적 성장을 하는 것은 페라리의 생각이 아니다. 이런 점이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지리적으로는 신규 시장을 개척중이고,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 패러다임도 친환경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전기차는 절대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둔다. 전기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성과는 전기차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엔진에 대비해서 전기차가 가지는 결여를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일례로 현재 12기통 엔진의 경우 기존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12% 줄었다. 이처럼 성능을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할 것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이다"
-페라리는 판매 기록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왜 그런 건가?
"우리는 판매 실적으로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원동력은 철저한 소비자 수요다. 하나 적게 팔더라도 수요에 맞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적에 영향을 받지 않고 페라리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함이다"
-FF의 한국 출시가 늦어진 까닭은 무엇인가?
"(사이먼 잉글필드 아태지역 지사장) 시장 규모와 상관없이 출시에 대한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엔리코 부사장) 한국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나는 56개의 국가를 관리하고 있는데 일정이 촉박해서 다른 나라의 출시는 지켜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에 온 이유는 우선 일정이 맞았던 것도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FF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이먼 지사장) 한국에는 FMK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고 자동차 애호가가 많다. 우리의 기본 전략은 수요에 맞추는 것인데 한국은 그런 조건에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시장이다.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