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클래스 카브리올레의 플랫폼은 C클래스와 같다. 기존 모델인 CLK의 플랫폼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차명은 벤츠의 중형 E클래스 제품군에 속하지만 카브리올레나 쿠페의 특성에 걸맞게 보다 역동적인 디자인을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리고 벤츠의 라인업 재정비 전략에 따라 CLK가 아닌 E클래스로의 회귀(CLK는 단종됐다)를 14년 만에 명받았다. E350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다.
▲스타일
소프트톱을 선택했다. 최근 대세라는 하드톱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혹자는 소프트톱이 카브리올레 혹은 컨버터블 모델의 진정한 멋스러움이라고 전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컨버터블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하드톱보다 소프트톱은 지붕이 닫혀 있어도 차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데 어렵지 않다.
앞 모습은 E클래스 세단과 동일한 디자인이다. 차이점이라면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엠블럼이 라디에이터 그릴 안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 보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인상을 준다. 보닛 위가 아닌 라디에이터 그릴에 엠블럼이 사용됐다는 점은 이 차가 벤츠의 스포츠 모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사점이다. 물론 카브리올레라는 장르적인 특성도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측면은 E클래스 쿠페나 세단과 비교해 큰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윈드 실드 각도는 뒤로 눕혀진 모습이다. 지붕이 열려 있을 때나 닫혀 있을 때나 안정된 차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함이다. 리어에서도 E클래스와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범퍼 하단이 디퓨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전면부와 동일한 컨셉트가 적용된 탓이다.
인테리어는 E클래스 쿠페와 같은 구성이다. 세단의 직선적인 단순함보다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그러나 센터페시어의 복잡한 단추들은 어지럽다는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도 쿠페와 같다.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패들시프터는 빠져 있다. 하지만 카브리올레 장르에서도 주행성능이 강조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패들시프터 배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계기반은 5단 구성이다. 가운데가 속도계를 중심으로 왼쪽은 연료계와 시계가 있고, 오른쪽은 엔진 회전계와 수온계가 위치한다. 흰 색상이 기본이며, 전체적인 시인성은 훌륭한 편이다.
지붕은 센터 콘솔 앞 스위치를 이용해 여닫을 수 있다. 회사에 따르면 개폐시간은 20초. 주행 속도 40km/h까지 작동한다. 열린 루프는 트렁크에 보관돼 적재 공간의 일부를 차지한다. 루프가 닫혀있을 때 트렁크 용량은 390ℓ다.
루프 개폐 스위치 밑에는 에어캡 작동 스위치가 존재한다. 윈드 실드 상단에 10cm 정도 바람막이가 솟아 올라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E클래스 카브리올레가 4계절 오픈드라이빙을 표방하는 것도 에어캡 덕분이다. 벤츠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자동 드라우트-스톱 시스템이다. 용어상으로는 어렵지만 개념적으로 설명하자면 지붕이 열려 있어도 실내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개선된 에어스카프는 앞좌석 헤드레스트 송풍구 각도를 위아래 36도까지 조절할 수 있고, 주행 속도에 따라 바람의 세기도 달라진다.
앞좌석 안전벨트는 자리에 앉으면 앞으로 자동적으로 빠져나온다. 착용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붕을 열고 주행할 때는 이 부분이 약점으로 다가온다. 바람에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성능
V6 3.5ℓ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7kg․m을 낸다. 기본적으로 세단과 같은 엔진이지만 세부적인 세팅을 통해 연비 향상을 꾀했다. 변속기는 7단 G트로닉이 조합됐고, 연료효율은 ℓ당 9.0km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효율이 그다지 높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쿠페보다 120kg이 무겁다. 따라서 엔진 자체의 성능이 부족하지 않다 해도 체감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강력한 가속성능보다 벤츠 특유의 안정감 넘치는 주행 성능이 돋보인다.
가속 페달에 힘을 꾸준하게 주면 속도가 꾸준히 올라간다. 앞서 말했듯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다. 그래도 일정한 속도에 이르면 안정적인 하체와 맞물려 주행 감성이 좋은 편이다. 오히려 과하지 않은 게 장점으로 다가올 정도다.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 여유로움을 느끼기엔 최적의 주행성이라는 생각이다.
직진 주로에서의 안정감도 높은 편이다. 아무래도 개방 차체의 특성상 하체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승차감은 쿠페에 비해 단단한 편이다. 따라서 곡선 주로에서도 빼어난 탈출 능력을 보여준다. 중량이 높아 코너 바깥쪽으로 쏠리는 성향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카브리올레지만 지붕을 닫았을 때 내부 소음은 높지 않다. 오히려 세단 수준의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여서 흡음재를 과도하게 사용된 탓도 있겠지만 톱 구조를 다층 구조로 설계하고, 윈도우와의 접점도 최대한 밀착됐다. 카브리올레의 단점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보이는 부분이다.
지붕을 연 상태로 달리면 에어캡 덕분에 내부로 유입되는 바람이 줄어든다. 그러나 바람이 완벽히 제어되지는 않는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제어는 오히려 카브리올레의 맛을 반감시키는 것인지 판단의 문제지만 완벽 제어보다 바람이 있는 게 카브리올레의 맛이다.
▲총평
기존 CLK를 삭제하고 E클래스 제품군에 카브리올레가 추가된 것은 판매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누렸다. 별도의 제품군보다 벤츠의 전략 세단 E클래스의 일원에 편입, E클래스의 신뢰도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E클래스 카브리올레의 올 상반기 판매량이 141대나 된 것이다. 컨버터블 모델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이로써 라이벌로 꼽히는 BMW 335 컨버터블이나 A5 카브리올레와의 대결에서도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했다. 차급은 같지만 제품명은 상급인 E의 이름을 적용한 것도 경쟁 차종과 격이 다른 차별성을 보여준다.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졌다는 측면도 고루 작용했다. 가격은 8,79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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