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11 시즌 우승자가 일찌감치 결정되면서 코리아 그랑프리 흥행에도 먹구름이 꼈다. 지난해 4명의 드라이버가 영암 서킷에서 시즌 우승을 놓고 경쟁, 시선을 끌었다면 올해는 다소 맥 빠진 경기가 열리는 셈이다.
지난 9일 일본에서 치러진 그랑프리는 맥라렌 소속의 젠슨 버튼이 1시간30분53초427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관심은 버튼이 아니라 지난 시즌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레드불)에 몰렸다. 일본 대회에서 1점만 획득해도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 페텔은 예선에서 폴포지션을 획득해 챔피언의 자리를 미리 예약했고, 결선에서 3위를 차지해 15점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2년 연속 챔피언 자리에 올라 올 시즌을 기분 좋게 마감했다. 지난해 23세 133일로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한데 이어 최연소 2연패 기록을 세웠다.
페텔이 시즌 우승을 미리 확정지었다는 점에서 영암 F1 경기의 관심은 2위 싸움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제 아무리 치열해도 이미 우승자가 결정됐다는 점은 흥미효소를 반감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라이버 순위 외에 팀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컨스트럭터즈 점수에서도 페텔의 소속팀 레드불은 518점으로 이미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위와의 차이가 무려 130점(멕라렌 388점)으로 코리아 그랑프리 결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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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스티안 페텔 |
지난해 영암 F1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쳤다. 시즌 종반 우승에 도전하는 드라이버가 4명에 이를 정도로 혼전을 펼쳤고,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있었다. 게다가 결선 당일에는 비까지 내려 마지막까지 시즌 우승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었다. 6대가 파손되고, 페르난드 알론소(페라리)가 우승을 차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F1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사고가 속출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대회는 그런 화제가 시작 전부터 사라졌다. 따라서 한국 F1 경기에서 박진감을 찾기는 어려울 듯 하다. 스포츠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화제성으로 꼽는다면 올해 대회는 흥행을 이끌만 한 "화제성"이 없어 걱정이다. 이런 이유로 F1 코리아 그랑프리 콘텐츠가 자칫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F1을 준비하는 조직위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전라남도가 전면에 나선 만큼 흥행이 실패한다면 향후 대회마저 장담할 수 없다. 흥행 실패로 이어지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어서다. 개최권료만 매년 300억원을 내야 하는 경기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좌불안석이다. F1 조직위원회 관계자도 "시즌 챔피언이 이미 결정돼 화제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F1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또한 조직위가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 관람객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어차피 경기 자체의 흥미가 줄어든다면 다른 행사로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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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서킷 |
하지만 F1은 기본적으로 스포츠다. 스포츠는 경쟁을 통한 경기가 우선이고, 관람객 또한 경쟁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이미 우승자가 결정된 경기는 바람 빠진 풍선이나 다름 없다. 팀에게는 우울하지만 지난해처럼 우천경기라도 열리면 흥미가 살아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부서지는 차를 보면 관람객은 두 배의 재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올해 영암 F1, 페텔의 우승 확정 소식이 반가울 리는 없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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