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지원' 허울에 스러지는 중고차 딜러의 꿈

입력 2011년10월1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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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대전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A(48)씨는 지난 2008년까지 "잘 나가는" 중고차 딜러였다. "한 달에 수천만원 버는 시절도 있었다"며 기억을 더듬던 A씨는 "매입자금 지원 여부"에 대해 묻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A씨는 "일부 중고차매매상사에서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 "매입자금 지원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며 "중고차 딜러를 꿈꾸는 많은 청년이 이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13일 전했다. 자신도 2천만원의 빚을 떠안은 채 일을 그만뒀다는 A씨는 "딜러로서의 꿈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슬펐다"고 고백했다. 이어 메모지에 "매입자금 = 빚"이라는 도식 하나를 그려 보여주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매입자금을 지원받을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짜 점심은 없는" 중고차 매매업에서 중고차 딜러들이 차량 매입자금 지원이라는 조건 앞에 쉽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 12일 충남 아산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사장을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살인 등)로 중고차 딜러 문모(2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문씨는 경찰에서 "사장이 중고차 매입을 위해 쓰라고 준 돈 6천만원을 빨리 갚으라며 독촉했다. 공동으로 보증을 섰던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나무라는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 매입자금 지원"이라는 유혹에 빠졌다가 빚쟁이로 전락한 사례"라며 "사장이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문씨를 끌어오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선지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입자금 지원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찾은 대전 중고차 시장에서 딜러 대부분은 "그런 관행이 거의 없어졌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한 딜러는 일부 업체에서 "능력 있는" 중고차 매입상을 끌어오기 위해 수천만원의 자금을 먼저 지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금을 대준다는 것은 그만큼 딜러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아무리 수완이 좋더라도 때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반대로 예전에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딜러가 몇억씩 입금받고 야반도주하는 사건도 발생했던 것으로 안다"며 "아무리 영업능력이 좋더라도 하루아침에 거액이 수중에 들어오는데 잠깐이라도 다른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지역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라도 업체가 딜러에게 자금을 먼저 지급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실제 매입 물량이 있을 때 딜러가 차량 가격 등을 조율한 뒤 업체로부터 매입자금을 지원받는 흐름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업무 특성상 먼저 자금을 지급받더라도 매입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사업자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 딜러는 말 그대로 "현금 장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업체ㆍ딜러 모두 중고차 매매업에 책임감을 갖는 한편 투명한 거래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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