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짜석유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과징금을 높이고, 단속 강화를 통해 가짝석유의 유통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감시를 강화해도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게 정유업계의 입장이다. 가짜석유 제조와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짜석유는 용제로 불리는 벤젠과 톨루엔 등을 섞어 만들게 된다. 그러나 벤젠과 톨루엔 등에는 휘발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세가 없다. 쉽게 보면 가짜석유를 통해 취하는 이득의 대부분은 세금인 셈이다. 정상적인 휘발유 1ℓ에 약 1,000원의 세금이 있다면 가짜석유는 유통비용 등이 발생해도 ℓ당 최저 500원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다. 휘발유차 200대 가량이 대당 평균 25ℓ의 가짜석유를 주유하면 하루 평균 250만원 넘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제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가짜석유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나마 1회 적발로 사업자등록을 취소하고, 석유품질관리원의 단속권을 보장하고, 신고보상액을 높이는 게 가짜석유 제조 및 유통업자의 활개를 억제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가짜석유의 제조와 유통 또한 더욱 은밀해질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에선 가짜석유의 근절 방안으로 용제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가짜석유로 취하는 이득이 세금이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실제 가짜휘발유 1ℓ와 정유사가 제조하는 정상휘발유 1ℓ의 제조비용은 가짜휘발유가 더 비싸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용제에 세금을 부과하면 가짜휘발유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져 수익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벤젠, 톨루엔, 솔벤트 등 용제의 경우 흔히 세탁소 등에서 드라이크리닝에 많이 사용되는 서민 용제라는 게 걸림돌이다. 세금을 부과하면 꼭 사용해야 하는 일부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서민들을 위한 환급제도 활용의 도입을 역설하고 있다. 정상적인 용제 사용을 입증하면 세금을 환급해주면 된다는 얘기다.
해당 방안은 정부 부처 내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지식경제부는 용제에 세금을 부과, 가짜석유의 원천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간 가짜석유로 1조6,000억원의 세금이 누수되고, 이렇게 빠져나간 세금의 대부분은 선량한 국민들의 지갑을 통해 다시 채워지는 만큼 가짜석유의 세금 부과를 적극 강조하는 중이다. 반면 유류세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금을 부과할 경우 서민들에게 부담될 수 있는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 중이다.
그러나 용제 세금 부과 방안에 대해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시행하는 국가가 있고, 이들 나라에선 "가짜석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를 통한 이익 취득 방법이 없는 만큼 제조 자체에 뛰어들지 않는 것. 물론 환급절차를 새롭게 만들고, 각종 예외 규정을 정하는 등 행정 절차가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용제 세금 부과 방안은 가짜석유 근절의 실질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가짜석유 근절 대책으로 과징금 상향(1억원), 석유품질관리원 단속권 부여, 정부 부처 합동단속 등의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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