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알페온 하이브리드, '부드러움을 더하다'

입력 2011년10월3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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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동력보조 시스템, 가속감 더해

한국지엠의 플래그십 세단, 알페온이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거듭났다. 국내 출시된 "알페온 e어시스트(eAssist)"는 준대형 최초를 표방하며 한국지엠이 처음 내놓은 하이브리드카다. 성능과 효율을 높여 대중화에 앞장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고, 그린카 경쟁에서도 한걸음 나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27일 신차 출시 행사와 함께 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승행사도 진행됐다. 신도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을 출발해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왕복하는 코스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과 가속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코스로 구성된 200km 거리였다. 

▲출발
운전석과 사이드 및 룸미러 등을 맞추고 출발 준비를 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니 일반적인 차와 다를 것 없는 사운드를 낸다. 2.4ℓ SIDI(Spark Ignition Direct Injection)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알페온 e어시스트는 화려한 표현과 달리 실제 원리는 상당히 단순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기가 동력을 보조(어시스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17.6kW급 구동모터(MGU)의 출력을 벨트를 통해 엔진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 최고 23.9마력을 더한다.


출발 후 15분은 잦은 신호변경과 많은 차로 서행할 수 밖에 없었다. 실내는 기존 알페온과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 어렵다.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 아니라 기존 출시된 차에 일부 기능을 추가한 탓이다. 그러나 센터페시어 상단의 LCD모니터를 통해 하이브리드 정보 화면을 볼 수 있어 하이브리드카를 탔다는 점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고, 계기판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왼편에는 속도계와 함께 에코게이지가 친환경 운전 정도를 알려준다.

오른편의 회전계도 달라진 게 있다. 오토 스타트-스탑 작동 상태를 알려주는 구간이 새로 생겼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RPM을 표시하던 바늘이 "AUTO"라고 쓰인 부분까지 떨어진다.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음을 확인시켜주는 기능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바로 시동이 걸린다. 가다서다를 반복해도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알페온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연료효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향상된 성능이 매력일 수도 있다. 어차피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동력에 관여하며 힘을 보태는 방식이어서 일종의 "과급기(터보차저 등)" 쯤으로 생각하고 마음 편히 달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속성능은 분명히 향상됐다. 가속시 몸이 뒤로 밀리는 정도나 느낌은 스포츠 세단이지만 부드럽게 가속된다. 2.4ℓ 엔진은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큰 감이 있었는데 전기 모터가 힘을 더해 토크감이 향상됐다. 작은 엔진임에도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e어시스트의 목적이다.



최고시속은 187km를 기록했다. 속도 제한이 걸려 있다. 충분히 가속되는 상황에서 계기판 액정 화면에 속도 제한 경고 메시지가 뜬다. 더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하이브리드 모듈의 내구성 때문에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시속 140km까진 꾸준히 가속된다. 터보차저처럼 일정 영역 이상에서 작동하는 게 아닌 항상 구동에 관여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에 부족한 출력을 보완했다. 결국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영역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핸들링은 좋다. 아니 무난하다고 보는 편이 낫겠다. 중년 남성이나 여성이 타기에도 좋을 것 같다. 시속 100km쯤에서 차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앞뒤가 약간 따로 노는 느낌이 있다. 하이브리드 모듈 때문이다. 배터리 등의 부품이 뒷좌석 뒤에 자리한 탓에 앞뒤 움직임에 시간차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동승자나 운전자가 불편함을 느낄 만큼은 결코 아니다.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릴 때 느낌을 떠올리면 좋겠다.

알페온 e어시스트는 제동 및 감속 상황에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 배터리에 충전한다. 버려지는 힘을 배터리에 모아 가속할 때 꺼내 쓰기 위해서다.

초기에는 연료효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음 편히 운전했다. 가다서다의 반복 구간을 십여분 주행한 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활용, 고속주행을 40분 정도 즐겼다. 연비를 확인해 보니 8km가 넘었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아무리 성능 향상이 특징이라 해도 25%나 향상됐다는 연료효율은 중요한 항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일정 시간을 시속 80km로 정속 주행했다. ℓ당 18~20km를 기록, 전기 모터의 힘을 눈으로 확인했다. 물론 순간 급가속시나 가혹조건에서는 4km 이하를 보였다. 연료효율은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다.

▲총평
원래 알페온은 부드럽고 조용한 차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에선 오히려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반적인 소음 억제력이 워낙 뛰어난 탓에 하이브리드 모터의 날카로운 소리가 거슬렸다. 물론 지극히 민감하지 않다면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다. 그렇지만 한번 느껴지기 시작하면 계속 들리는 게 귀의 특성이라 시승을 마칠 무렵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알페온 e어시스트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드러움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엔진에 가해지는 부담을 모터가 일부 덜어 보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표현, 준대형 세단의 컨셉트에도 부합된다. 최대한 단순화 작업을 거친 "필요한 만큼"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도 여전히 넉넉하다. 또한 알페온 하이브리드 버전의 시장 반응에 따라 다른 차종에도 빠르게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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