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중국기업 사브 인수 제동…사브 회생 '빨간 불'

입력 2011년11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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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AFP·AP=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이 스웨덴 자동차회사 사브를 인수하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7일(현지시간) 만약 사브가 중국 기업들에 매각된다면 9-4X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공급을 중단하고 GM의 기술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브의 9-4X SUV는 GM의 "캐딜락 SRX"를 기반으로 하며 이 두 모델은 외관과 조립 라인, 핵심 부품 등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GM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브의 사주가 변경된 이후에도 기술 등을 사용할 경우 GM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 기업의 사브 인수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GM은 다만 "적절한 기간과 조건 하에서 구동장치와 다른 부품들은 사브에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사브의 모기업인 스웨디시 오토모빌은 중국의 팡다자동차와 저장(浙江)영맨로터스 자동차회사(ZYLA) 등 2개 기업에 사브 지분 100%를 1억 유로(1천566억원)에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은 사브를 사들인 뒤 6억1천만 유로를 투입해 생산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었다.

 사브는 2000년 미국의 GM에 인수됐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GM이 네덜란드계 기업인 스웨디시 오토모빌(옛 스피케르)에 매각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사브는 그 이후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납품업체와 직원들에게 대금과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지난 4월부터 조업을 사실상 중단해왔고, 지난 9월에는 결국 미국식 파산보호절차와 비슷한 기업재조정(reorganization)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GM의 이번 결정은 사브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GM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일 GM은 중국 및 다른 지역의 핵심 시장에서 GM의 경쟁적인 지위가 침해당할 경우 사브 매각을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GM은 중국에서 상하이 자동차그룹(SAIC)과 제휴 관계를 맺고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GM의 기술제공 중단 등의 조치로 사브의 회생 가능성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사브가 회생하는 길은 중국 기업들에 매각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분석해왔다. 그러나 사브 매각을 위해서는 스웨덴과 중국 당국의 승인뿐 아니라 사브에 우선 주를 갖고 있고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GM의 승인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매각은 무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웨디시 오토모빌의 빅터 뮬러 최고경영자(CEO)도 "GM의 결정은 중국 기업들의 사브 인수 계획을 백지로 돌리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GM의 짐 케인 대변인은 "다만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 기업들이 GM에 약 5억 달러가량을 지급하는데 합의하면 기술 등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GM이 제안했다"고 전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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