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디자인에도 역사가 있다

입력 2011년11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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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러만 가면 되던 자동차 탄생 초창기만 해도 디자인은 설계의 개념에 가까웠다. 그러나 인간의 오감(五感) 중 모양과 색상 등을 구분해내는 시각의 욕구는 끊임없이 발전했고, 디자인은 설계뿐 아니라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지금은  "디자인 과학"이라는 범주로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다.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컨버터블이다. 초창기 자동차는 무엇보다 운행이 중요했기에 지붕은 불필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한여름 뙤약볕과 겨울의 차가운 바람 그리고 눈과 비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붕을 덮으면서 자동차 디자인도 세단과 해치백, 컨버터블 등으로 다양해졌다.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시기는 1930년대다. 당시 유럽에선 자동차경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제조사들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즉 자동차가 달리면서 들이치는 맞바람을 줄였을 때 가속도가 높아진다는 걸 깨달았던 셈이다. 날렵하면서도 납작한 형태의 앞모양을 의미하는 쐐기(Edge) 디자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렇다고 쐐기형이 공기역학의 표준은 아니었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디자인으로 유선형도 각광받았다. 유선형은 새의 머리가 둥글어 맞바람이 뒤로 잘 흐른다는 점에서 착안한 디자인 형태다. 흔히 새를 본뜬 대표적인 기계로 항공기를 꼽는데, 자동차 또한 항공기 디자인에서 유선형 디자인을 가져 왔다.


 테일핀도 디자인 역사를 논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부분이다. 꼬리 부분을 뜻하는 "테일"과 날카로운 송곳을 의미하는 "핀"을 더한 테일핀은 1960년대 미국 자동차시대를 주도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테일 램프를 길게 만들어 물고기 꼬리 모양같다 해서 "피시 테일"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테일핀 스타일은 헐리우드 스타들의 대명사로 꼽혔을 만큼 부를 상징하는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테일핀은 "기름 먹는 하마"의 의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아무리 돈이 많았던 부유층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석유파동 이후 자동차제조사들의 시각은 크게 바뀌었다. 경제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자동차 만들기를 중요하게 여겼고, 그에 따라 "깜찍이" 스타일이 각광받았다. 상어 모양에서 디자인을 가져오는 곳도 있었다. 그 만큼 제조사별 디자인 차별화에 매진한 시기이기도 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나라마다 디자인의 차이가 확연히 구분됐다는 사실이다. 초창기만 해도 대부분 사각형의 성냥갑같던 자동차가 1970년대들어 크게 일본, 미국, 유럽 디자인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또 유럽이라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이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답게 자동차에 예술 개념을 접목시키는 데 주력했고, 독일은 무뚝뚝한 독일 정서를 담기라도 하듯 기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를 자동차를 추구했다. 이탈리아는 정열로 상징되는 국가답게 날렵함을 주제로 삼았다. 미국은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다시 차가 커졌고, 일본은 날카로움을 기본으로 했다.


 최근엔 자동차 디자인이 점차 혼합 형태를 띠고 있다. 나라별로 차별화되던 디자인을 고집할 경우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기 어려워서다. 일본차같은 유럽차가 나오는가 하면 독일차같은 한국차도 나온다. 일본차같은 미국차도 눈에 띤다. 21세기는 디자인과 컨셉트를 보고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은 과학이자 감성의 집합체로 여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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