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김연아에 가려진 모터스포츠

입력 2011년11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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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영암에서 열린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을 끝으로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모터스포츠 대회는 대부분 종료됐다. KSF 주최측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피겨 여제"로 불리는 김연아의 사인회와 국내 유일의 후륜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의 신형 출시 행사도 그 일환으로 기획했다. 



 김연아의 초청은 신선함을 뛰어넘어 파격이었다. 평소 스포츠 스타를 접할 길이 많지 않은 서킷 인근 주민들의 관심도 그 만큼 뜨거웠다. KSF는 경기 관람이 무료여서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모였다. 그러나 김연아가 모터스포츠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김연아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을 경기장에 모은 점은 칭찬할 수 있겠으나 모터스포츠는 사라지고 김연아만 존재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일이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김연아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는 현대자동차 홍보대사로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을 뿐이다. 

 스타마케팅은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 수법이다. 또 다른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인 "티빙슈퍼레이스"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바로 한류스타인 류시원(EXR 팀106) 감독 겸 선수의 존재다. 특히 입장료를 받는 슈퍼레이스에서 류시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입장수익의 상당 부분을 그가 책임지고 있어서다. 실제 경기 전날 인근 리조트의 모든 객실이 류시원을 보기 위한 원정응원단으로 채워질 정도다. 


  류시원은 경기에 자신의 팀을 이끌고 출전한다. 따라서 류시원을 보러 경기장에 오는 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경기를 지켜본다.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다. 풍선막대를 두드리며 열렬히 응원한다. 이 정도면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김연아와 모터스포츠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 날 찬물을 더 끼얹은 건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이었다. 물론 제네시스 쿠페의 원메이크 경기가 열리는 대회여서 이해는 되지만 신차 발표가 상대적으로 대회 자체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일부 사람들은 신차 발표가 끝나자마자 대회장을 떠나기도 했다.

 결국 KSF가 흥행을 위해 벌였던 일은 결과적으로 모터스포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흥미로우면서도 획기적인 점수제도, 팀과 드라이버를 위해 저렴하게 책정한 대회 참가금, 대폭 오른 입상 상금 등 KSF는 출범 당시 기존 대회의 완벽한 대안이라는 게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평가였으나 시즌 마지막 대회는 달랐다. 한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오늘 대회는 김연아 때문에 완전히 망했네"라고 허탈해했다. 

 이 날 경기는 완벽하게 김연아를 위한 무대였다. 관람객 어느 누구도 경기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김연아가 나오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주차장으로 향하던 관람객에게 "왜 경기를 보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경기가 아니라 김연아를 보러 왔다"고 답했다. 그 때가 오후 2시였다. 대회가 모두 끝나려면 4시간이 남았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영암=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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