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는 1918년 창립돼 롤스로이스의 라이벌로 자리한 유서 깊은 메이커다. 그러나 1931년 롤스로이스에 합병된 후 1960년에는 BMW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2003년 롤스로이스는 BMW, 벤틀리는 폭스바겐으로 편입되며 롤스로이스는 고급승용차의 대명사, 벤틀리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길을 걷게 된다.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성능 슈퍼카와 장거리용 그란투리스모(GT)의 형태가 결합된 럭셔리 쿠페다. 지난 2002년 파리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이후 8년만에 완전 변경을 실시했다. 벤틀리라는 브랜드가 운전기사를 두는 쇼퍼 드리븐의 형태가 아닌 오너드라이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컨티넨탈 GT는 제품군의 다른 어떤 차보다 "즐기는 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컨티넨탈 뉴 GT를 시승했다.
▲스타일
벤틀리 고유의 외관은 그대로지만 차의 특성에 맞게 일부분은 약간 변형됐다. 우선 전면부의 경우 벤틀리 격자무늬 라디에이터는 직각으로 더욱 세워져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범퍼 부분의 공기 흡입구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마찬가지로 격자무늬를 이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성능 쿠페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보닛의 끝 부분에는 벤틀리 엠블럼이 위치하고, 전통의 4등식 헤드램프도 들어갔다. 기본적으로 2도어 쿠페의 모습으로 스포츠카를 대변하는 형태다.

측면은 절제된 선에서 고급스러움이 엿보인다. 앞 펜더에서 도어 끝 부분에 걸친 숄더 라인에선 숨이 막힐 정도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리어 휠 캡을 감싸고 리어 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공기역학을 담당한다. C필러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이대로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의 단순함이 매력이다.
후면은 슈머포밍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플래그십 뮬산과 분위기를 같게 했다. 웅장하면서도 컨티넨탈 특유의 날렵함을 잊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이것은 벤틀리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리어 램프와 엠블럼은 여전하다. 외장색은 흰색이지만 조금 푸른 느낌이 감돌아 고급스러우면서도 젊은 감각을 내고 있다.
내장은 하이엔드 브랜드답게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특히 계기 패널을 감싸는 고급 가죽은 시각과 촉각 모두 만족시킨다.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 글로브 박스 등은 우드 패널을 사용했다. 패널에는 불규칙한 무늬들이 눈에 띄지만 결코 싸보이지 않는다. 은은한 분위기로 엔틱 가구를 보는 착각을 들게 한다.
시트는 "코브라" 디자인 시트로 편안함이 강조됐다. 탑승자의 몸을 부드럽게 잡아준다. 이전에 시승했던 컨티넨탈 슈퍼 스포츠의 시트는 딱딱할뿐더러 덩치가 큰 사람은 어딘지 불편함도 느껴졌는데 GT는 그런 스트레스는 발생하지 않았다. 뒷좌석 공간은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고 하지만 거의 실용성이 없어 보인다. 성인이라면 타고 내리는 일 모두 불편하다고 느껴질 뿐 아니라 다리를 뻗지 못할 정도로 좁기 때문이다.
▲성능
슈퍼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는 소리를 조각하는 일이다. 어떤 소리가 나느냐에 따라 고성능 스포츠카가 될 수도, 아주 밋밋한 차가 될 수도 있다. 소리는 차의 지문이라는 말도 있듯 슈퍼카나 럭셔리 메이커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항목이다. 스티어링 휠 왼쪽의 키홀더에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강렬하면서도 묵직한 엔진 시동음이 귀를 때렸지만 경박스럽지 않다. 마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듯 포효하는 소리다. 웅장하면서도 가슴을 채운다.
가속 페달을 밟아 조금씩 속력을 냈다. 근육질의 소리는 낮게 깔려 마치 오케스트라의 더블 베이스가 연주하는 묵직한 소리로 변화하고 있었다. 오직 달리는 일에만 초점을 맞춘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것은 컨티넨탈 GT가 단순히 성능만을 강조하는 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스포츠 성능도 꾀했지만 럭셔리 쿠페라는 정체성을 함께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엔진은 W12 6.0ℓ 트윈터보가 올라갔다. 최고출력은 575마력, 최대토크는 74.4kg·m을 낸다. 동력 제원만 보더라도 순간 가속력이나 힘에 있어 불만이 생길 수가 없다. 더욱 발전된 경량화 시스템으로 인해 이전 대비 65kg 가벼워져 최고 속도는 318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불과 4.6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길이 4,806mm, 너비 1,944mm, 높이 1,404mm, 휠베이스 2,746mm로 쿠페치고는 작지 않은 크기임에도 직선이나 곡선에서 민첩하게 도로를 지치고 나아간다. 강력한 동력성능에 차의 자세를 잡아주는 단단한 하체 등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주행 감성에 대해 외장 색상만큼이나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20인치 휠이 기본이지만 21인치까지 크기를 확장할 수 있다.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동력배분은 40:60으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구도다. 가용 접지력에 따라 전륜과 후륜 사이의 구동력은 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좀 더 높은 수준의 도로 접지력을 보여준다. 효율이 향상된 ESC와 댐핑 컨트롤 시스템 등을 운전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안정감있는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총평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우아함에 초점을 맞춘 그랜드투어러(장거리용 자동차) 컨티넨탈이다. 다시 말해 기존 컨티넨탈의 슈퍼카적인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편안함이 극대화 됐다는 뜻이다. 너무 과격해지지 않음을 스스로 택한 점은 그저 달리기 성능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아하고 절제된 슈퍼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본 가격은 2억9,10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구매가 가능한 소비층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만큼 주머니를 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이미 올해 벤틀리의 전체 판매에서 1/4을 차지할 만큼 존재감 또한 확실하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 포드, "2011년 포드 환경 후원 프로그램" 지원자 모집▶ 포르쉐, 파나메라 GTS 출시▶ 렉서스, "하이브리드 체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