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노이즈 아쉬움 남아 혼다코리아가 최근 9세대 시빅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강원도 춘천 제이드가든을 출발해 홍천 일대를 돌아오는 총 거리 103.7km 코스로, 굴곡이 많은 국도와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신형 시빅을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같은 출발지에서 강촌역을 돌아오는 12.9km 코스에선 시빅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주행 & 승차감
시간 배분을 위해 일반형과 하이브리드 두 조로 나눠 진행됐고, 시빅 하이브리드를 먼저 시승했다. 91마력의 1.5ℓ급 가솔린 엔진에 17kW(22.7마력)급 모터가 힘을 더하는 하이브리드 모듈을 탑재한 IMA 차종의 경우 기존 니켈-망간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했다. 무게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뿐만 아니라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리어스포일러 등 IMA 전용 디자인으로 가솔린 차종과 차별화 했다.
중간 회차지점인 강촌역까지는 조수석에 앉아 차를 살폈다. 운전자는 연료효율과 함께 차의 부드러움을 주로 확인하며 주행했다. 일상적인 편안한 운전이다. 경치를 즐기며 달리기에 제격이다. 천천히 달렸기에 소음도 무난했고, 승차감도 크게 거슬리는 건 없다. 공인 연료효율은 ℓ당 24.7km다. 이날 일상적인 도로 상황에선 약 18~19km/ℓ를 기록했다. 비록 짧은 거리를 주행하면서 모니터를 통해 본 숫자지만 실제 장거리를 달릴 경우 어느 정도 효율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회차지점에 경사로가 있어 정차 후 출발 과정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전 차종엔 "힐 스타트 어시스트" 기능이 없어 차가 약간 뒤로 밀렸다. 차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혼다 최초로 해당 기능이 추가돼 언덕에 정차한 뒤 출발하더라도 뒤로 밀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심리적 불안감 해소와 함께 안전도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 같다.
강촌역에서 교대, 직접 차를 몰고 출발지로 돌아왔다. 이번엔 가속감을 비롯해 전반적인 차의 핸들링을 느끼며 주행했다. 앞뒤 밸런스도 좋은 편이다. 대형 하이브리드와 달리 휠베이스가 짧고, 연료통과 배터리가 큰 편이 아니어서다. 뒤가 무거운 탓에 "원하는대로 잘 따라오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금세 잊혀졌다. 바로 따라 붙는다.
상하 움직임은 적절히 허용해 튀는 느낌을 줄였고, 좌우 롤링은 인사이트보다 안정감이 늘어난 것 같다. 하이브리드 부품 무게로 스포츠 드라이빙에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운전이 즐겁다.
하지만 직접 운전하며 느낀 주행 소음은 조금 아쉬웠다. 속도를 높이자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내부로 꽤 들어온다. 날이 갑자기 추워진 데다 노면 상태, 타이어 패턴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도로 포장을 새로 한 구간에서는 조용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가솔린 차종을 시승했다.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조수석에 먼저 앉았다. 시야가 탁 트여 좋았다. 사이드미러가 A필러에 붙어있지 않고 도어에 직접 연결, 빈 공간은 작은 사이즈의 유리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운전 중 시야 확보에 유리할 것 같다.
경유지에서 행사 참가자들과 차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체로 차가 시끄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것.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아닌 콘트리트 도로라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면이 거칠어 소음이 심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리는 크기보다 들었을 때 느낌이 중요하다. "토널 퀄리티(Tonal Quality)"라고 일컫는 부분이다. "음색"은 외관 컬러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직접 운전할 경우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험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구형에서도 그랬듯 운전이 즐겁다. 차체 밸런스가 뛰어나고, 핸들링 감각도 좋다. 코너링 시에도 불안함은 없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종에 적용한 리어스포일러는 일반형에 필요할 것 같다. 뒤를 조금 더 눌러주면 보다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해 보인다. 계기판은 상하로 나뉘어 현재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쉽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여러 장치들은 쉽게 작동할 수 있었고, 스티어링 휠에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버튼이 준비됐다.
신나게 주행하다 보니 거슬렸던 주행 소음은 잊혀졌다. 신호대기를 위해 멈춰 섰을 땐 아무런 소음,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요하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신호가 다시 바뀐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시엔 배기량의 한계를 극복하긴 어렵다.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같은 과급기를 장착한 차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차가 운전자에게 모든 걸 맞춰주긴 어렵다. 차에 맞춰서 운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빅은 1.8ℓ급 엔진을 탑재해 142마력을 내며,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근 출시된 동급 국산차에 기본 적용되는 6단과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적의 정밀한 세팅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이브리드에만 적용된 이콘(ECON)모드가 처음 탑재돼 차의 효율을 능동적으로 제어하고,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연료효율은 ℓ당 14.5km다.
▲총평
9세대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 시빅은 균형감각이 좋은 차다. 구형보다 조금 더 경쾌해진 느낌이다. 커브 길이나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한다. 독일차의 묵직한 안정감과는 다른 시빅만의 날렵한 매력이 있다. 운전이 즐겁다. 하지만 구형과 비교해 약간 개선된 소음 수준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음 문제는 몇 가지 조치를 통해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우선 저소음 패턴이 적용된 타이어를 끼우는 것만으로도 주행 소음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된다. 또한 휠하우스와 도어에 흡음재를 보충해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잘 들리지 않던 다른 소리에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려면 타이어 선택폭을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춘천(강원)=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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