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누구나 백만장자가 된다

입력 2011년11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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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가장 대표적적인 명소 중 한 곳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빅토리아 피크다. 홍콩을 처음 찾는 이방인은 물론이고, 홍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빅토리아 피크는 가슴 설레는 낭만의 장소로 손꼽힌다. 말 그대로 빅토리아 정상(Peak)에 오르면 낮에도 밤에도 그 각각의 환상적인 전경이 눈앞 가득 펼쳐진다. 홍콩섬의 빼곡한 마천루 빌딩숲과 아름다운 빅토리아 항구며 그 앞바다에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과 바다 저 건너편의 침사추이까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밤이 되면 더욱 황홀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이곳에 펼쳐진다. 점점이 흩어져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불빛이 만들어내는 전경은 가히 "백만불 짜리 야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을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쉼 없이 이곳을 찾는다. 빅토리아 피크로 가기 위해 홍콩의 또 다른 명물, 피크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그 인기를 말해준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빅토리아 피크는 영국 식민지 시절 해발 552m의 타이핑산(太平山)정상에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붙여 만든 공원이다. 1860년대 말부터 이곳에 돈 많은 부유층들이 별장을 짓고 살기 시작했고, 고급맨션과 호텔들이 들어섰다.


 그런데 가파른 길이라 도로가 없었던 당시에는 말이나 마차를 주로 이용했는데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1888년 피크트램이 개통되었다. 당시 피크트램은 석탄을 이용하는 증기기관차였으나 1926년 52명을 수용하는 전차로 바뀌었다. 이후 조금씩 규모를 늘려 1989년에는 120명을 수용하는 현재의 전차로 바뀌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경사를 운행하는 케이블전차로 지금까지 운행되고 있는 이 피크트램은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5분 간격으로 하루 90회를 운행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120여 년 동안 운행되면서 지금껏 단 한 번의 사고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는 시간은 아주 짧다. 8분 남짓한 짧은 이동 시간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재미있다. 373m의 높이를 45도 가까운 가파른 경사로 올라갈 때면 마치 주변 빌딩들이 누워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승객들의 탄성과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고층건물들의 옆구리를 감상하다보면 금방 정상에 도착한다. 


 종점에는 피크타워가 기다린다. 특이한 모양의 건물에는 360도의 파노라믹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686평방미터 너비의 전망 테라스가 있다. 홍콩섬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또 건물 내부에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만날 수 있는 마담 투소 밀랍인형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각 코너별로 세계유력 정치인, 홍콩의 주요 영화배우 및 세계적이 뱅와 가수, 운동선수 등을 모아놓았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유명인의 밀랍인형과 기념촬영하는 관광객의 모습들이 보인다. 

 더러는 굳이 피크타워를 찾지 않고 피크하이킹 코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폭푸람저수지 쪽으로 난 길을 걸으면서 삼림욕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피크타워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홍콩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루가드 로드를 거닐기도 한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빅토리아 피크에 오른 모든 이들은 그 순간만은 백만불짜리 야경을 맘껏 즐기는 백만장자인 셈이다.    


▲Tip
 피크 트램과 트램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통수단이다. 피크 트램은 빅토리아 피크와 도심을 연결하는 케이블전차이고, 트램은 홍콩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1904년 운행을 시작한 2층 트램은 홍콩도심의 가장 번화한 도로를 오가며 홍콩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어 여행자에게 특히 유익한 교통수단이다.

 바깥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는 2층 창가 자리로, 노선을 따라 홍콩의 가장 다채로운 구역인 서부 지구, 완차이, 코즈웨이 베이, 노스 포인트를 둘러볼 수 있다. 요금은 거리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HK$2.3으로 균일하다(65세 이상 연장자와 12세 이하 어린이는 HK$1). 주의할 점은 거스름돈이 지불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잔돈을 준비해야 하고, 우리나라 버스들과 달리 뒷문으로 승차하여 앞문으로 내릴 때 요금을 낸다(옥토퍼스 카드도 사용 가능).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방법은 피크 트램 뿐만 아니라 2층 버스, 미니버스, 택시 그리고 도보로도 가능하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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