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4세대 GS 글로벌 시승회 가져
렉서스가 4세대 신형 GS를 공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에서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를 가졌다. 시승회에는 내년 상반기 국내에 투입할 450h, 350, 250 등 모든 트림의 차종이 선보였다. 특히 4세대 GS는 BMW 5시리즈를 겨냥한 만큼 역동성이 듬뿍 담겼다. 그러나 렉서스 개발철학처럼 여기는 편안함도 잃지 않았다. 이틀동안 시내도로와 테크니컬코스를 달렸다.
4세대로 등장한 렉서스의 중형 스포츠 세단 GS의 엔진은 모두 3종이다. 250은 V6 2.5ℓ 직분사엔진에 6단 시퀀셜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최고출력은 207마력이며, 최대토크는 25.7㎏·m(4,800rpm)에 달한다. 이 엔진은 GS 라인에 처음 적용한 것으로, 일종의 보급형에 해당한다. 주력인 350의 경우 V6 3.5ℓ 직분사 엔진으로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8.5㎏·m를 발휘한다.
플래그십 450h는 350에 렉서스의 2세대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 효율을 위해 전자식 CVT를 연결, 100㎞ 주행에 5.9ℓ의 연료만 쓴다. 이는 250의 8.9ℓ, 350의 10.2ℓ와 비교해 월등히 앞선 것으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450h의 경우 성능은 V8 엔진에 버금가되 연료효율은 한국산 1.6ℓ급 소형차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렉서스 L-피네스 디자인 적용
전반적으로 GS 디자인은 앞모양을 강조했다. 이른바 렉서스 LF 컨셉트가 선보였던 L-피네스를 적용한 것. 하나의 그릴이 마치 모래시계처럼 상하 균형미를 이루는 형태다. 좌우 헤드 램프 아래에 자리잡은 LED의 경우 주간주행등 역할과 동시에 앞모양을 보다 공격적인 형태로 보이도록 한다.
새 차의 디자인이 구형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변한 건 GS의 성격 때문이다. GS의 경우 렉서스의 스포츠 세단이지만 3세대까지 디자인 포커스는 렉서스의 편안함이었다. 실제 렉서스 개발본부 부수석 엔진니어 사토 코지 책임연구원은 역동적인 앞모양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3세대 GS를 타고 독일 아우토반을 달렸는데, 고속주행 차선에서 속도를 높여도 앞선 운전자들이 잘 비켜주지 않았다는 것. 반면 3세대보다 느린 속도로 BMW를 타고 달렸더니 순순히 양보하는 현상을 보면서 4세대 GS의 앞모양이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뒷모양도 원형을 가미한 램프에서 벗어나 날카롭게 다듬었다. 트렁크 리드에 맞춘 램프가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 GS의 역동성을 외형에서부터 느끼도록 했다. 하단의 트윈머플러는 역동성에 품격을 더하기 위해 좌우로 늘렸다.
이 밖에 측면은 앞을 낮추고, 뒤는 높이는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 디자인을 추구했다. 특히 C필러의 끝부분은 약간의 곡선을 넣어 개성을 담아냈다.
인테리어 변화의 핵심은 센터페시아다. 최근 고급차에서 강조하는, 넓어보이는 트렌드를 따랐다.특히 아날로그 시계로 고급스러움을 살렸고, 12.3인치의 넓은 LCD 디스플레이를 대시보드 안으로 깊숙히 배치해 맑은 날 햇빛에 반사돼 시인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스티어링 휠 너머의 계기판은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수온계와 연료계가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 가죽시트도 질감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계기판은 주행모드 선택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데, CT200h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에코 모드는 초록색이고, 스포츠 모드는 모두 붉은 색이다.
센터콘솔 앞에는 주행모드 선택 레버가 원형으로 위치해 있다. 차종에 따라 주행모드가 다른데, 하이브리드에는 에코 모드를 포함해 모든 주행모드가 있는 반면 350의 경우 노멀과 스포트만 있다. F스포트 버전은 스포트 외에 스포트 플러스가 있어 상황에 따라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 시내주행, 운동성능 코스를 돌다
시승 첫날은 시내주행으로 먼저 450h를 탔다. 말 그대로 GS의 플래그십이어서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움이 넘쳐난다. 대나무 원목을 적용한 스티어링 휠은 450h에만 있는 품목이다. 차를 더욱 품격있게 보이려는 시도일지 모르나 없다고 해서 고급스러움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시동버튼을 눌러도 하이브리드카답게 별 다른 엔진 반응이 없다. 하지만 배터리가 충전이 덜 돼 있는 탓에 잠시 후 엔진이 스스로 작동했다. 변속레버를 옮긴 후 도로에 들어섰다. 주행모드는 노멀(N). 가속 페달을 지긋히 밟으며 나아갔다.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점에서 역시 렉서스임을 느낄 수 있다. 시내도로는 고속주행이 불가능해 흐름에 맞춰 운행했다. 정지 상태에선 엔진 작동이 멈추며 효율을 높였다.
고속도로에 오른 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니 약간의 부밍 후 속도를 재빨리 높인다.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밟는대로 속도를 높인다. 구형에 비해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토크가 더 많이 발생하도록 설계한 덕분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선 "가가속도(加加速度)"라고 한다. 앞유리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있어 속도와 방향을 표시한다.
450h에 이어 350에 앉았다. 하이브리드는 초기 가속 때 전기모드가 있어 조용하고도 부드럽지만 350은 확실히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전통적인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게다가 350 주행 때는 "스포트" 모드를 선택해 보다 빠른 가속력을 체험했다. 역시 힘이 부족하지는 않다. 미국 고속도로의 특성 상 속도를 크게 높일 수는 없지만 시속 140㎞까지 속도가 거침없이 오른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도 무거워지고 승차감도 단단해진다. 4세대 GS의 성격이 확실히 역동성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시내주행 후 GS의 운동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테크니컬 주행코스에 모였다. 사실 스포츠 세단 또는 스포츠카에서 중요해지는 항목이 운동성능이다. 가속력의 경우 성격에 따라 기어비 등의 변화로 조정이 가능하지만 운동성능은 정밀한 전자제어와 순간적인 반응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성능은 충돌 직전까지 사고를 막는 역할이어서 스포츠 성격이라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기계의 달리기 성능은 직분사, 터보 등으로 얼마든지 높일 수 있지만 운동성능은 종합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테크니컬 체험코스는 직진하다 2회 급차선 변경하고, 급코너를 지나 다시 심한 S굴곡, 이어 슬라럼을 통과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시속 80㎞로 달리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져나가면 된다.
먼저 350을 탔다. 스포트 모드에 놓고 속도를 높인 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렸다. 차선변경 거리가 비교적 길어 흔들림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단숨에 차의 모든 흔들림을 제어하며 자세를 잡는다. 운동성능이 기대 이상임을 체감하며 이번에는 좀더 과격하게 차선을 변경했다. 역시 전혀 흔들림이 없다. S굴곡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 동승자도 옆에 타면서 같은 소감을 피력했다.
1인당 2랩의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이번에는 속도를 더 높이고 핸들링 포인트를 최대한 늦췄다. 한계에 도달해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임계속도에 따른 타이어 비명만 조금 들릴 뿐 차가 밀리는 현상은 거의 없었다. 주행모드를 스포트에 놓을 때와 평상시 주행(N)의 차이점은 전자제어장치의 개입속도다. 스포트 모드의 경우 조금 늦게 개입하지만 노멀 모드에선 차가 중심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여지없이 차의 자세를 잡는다.
다음은 450h의 순서. 자신감이 붙어 스포트 모드에 놓고 속도를 더 높였다. 하지만 350과 달리 흔들림이 조금 커진다. 차체가 무거운 탓도 있겠지만 속도를 지나치게 높여 나타난 현상이다. 노멀 모드에 놓고 350과 비슷하게 주행하면 역시 즉각적인 전자제어 개입이 나타나며 흔들림을 제어한다.
이번에는 350에 F-스포트 패키지가 더해진 차를 운전했다. 350보다 역동적인 주행은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차체 반응이 상당히 빠르고, 스포트 플러스에 놓으면 뒤를 살짝 흘리며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 렉서스가 4세대 중형 스포츠 세단 GS를 개발하면서 역동성을 내세우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테크니컬 코스주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았다. 노멀 모드로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뒤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렉서스 특유의 점잖음이다. 엉덩이에 잔잔하게 전해오는 진동마저 부드럽다.
▲총평
4세대 GS는 3세대에 비해 확실히 진일보했다. 외형은 물론 운동성능까지 근본적인 체질변화 흔적이 역력하다. 편안함을 지키면서 역동성으로 다가가겠다는 렉서스의 의지를 100%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소형차에 버금가는 450h의 연료효율, 독일차를 집중 겨냥한 350, 여기에 보급형 250의 추가는 렉서스가 GS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F-스포트 패키지를 마련한 것도 역동성에 다가가려는 렉서스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편안함이라는 제품철학은 결코 잃지 않으려 했다. 시승을 하면서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단어는 "두 마리"였다. 역동과 편안함을 동시에 잡아냈다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 한국에 들어오면 반향이 꽤 클 것 같다.
라구나(미국)=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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