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아차 레이, "다른 차와 비교 거부"

입력 2011년11월3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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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공간활용성에 경차 혜택 매력

 기아자동차가 CUV 경차 "레이"를 내놨다. 국내에선 새로운 세그먼트라는 상징성과 함께 경차의 선택폭이 넓어진 덕분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차다. 이 차가 그 동안 "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건 개발 프로젝트명이 "TAM"이어서다. 발음나는 대로 읽은 것. 그러나 기아차는 희망의 빛, 서광, 한 줄기 광명을 의미하는 "레이"라는 차명을 지었다. 삶을 더 밝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햇살과 같은 차를 지향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7년부터 4년간 1,5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레이를 내년부터 내수시장에 월 5,000대씩 판매할 계획이다. 레이의 생산은 모닝과 마찬가지로 동희오토가 담당하며, 수출은 당분간 예정이 없다.

 기아차는 지난 29일 제주도에서 레이의 신차발표회와 함께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총 주행거리 64km로, 그리 길지 않은 코스다. 그럼에도 제주의 특성 상 짧은 시간에 다양한 환경의 도로를 경험할 수 있어 레이를 체험하기에 큰 무리는 없다.


 ▲스타일
 첫 인상은 쏘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적용한 탓이다. 물론 좀더 작고 귀여운 레이만의 개성이 있다. 면을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각 모서리를 최대한 둥글고 부드럽게 처리해 장난감같은 느낌을 준다.


 앞모양은 작지만 크고 당당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넓은 시야를 위해 큰 앞유리를 적용했다. 또 A필러를 수직으로 세워 박스 형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도 겉모양은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공기저항 측면에선 조금 불리할 수 있지만 차의 성격이 분명하기에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라디에이터에는 3차원 그라데이션 그릴을 사용, 입체감을 표현했다. LED 면발광 차폭등를 채택한 헤드 램프로 산뜻한 이미지를 풍긴다.


 옆모양은 레이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인 휠베이스를 가장 길게 확보하면서 바퀴와 범퍼 사이의 거리, 즉 오버행을 짧게 했다. 따라서 넉넉한 실내공간을 밖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레이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국산차 최초로 앞문과 뒷문 사이의 기둥인 B필러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수석 도어는 90도 개폐가 가능하면서 2열엔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 승하차 시 편리함을 더했다. 최근의 일본 박스형 차에도 적용하는 디자인이다. 간단히 보면 차의 오른편이 모두 개방되는 셈이다. 아이들은 선 채로 차에 탈 수도 있다. 


 문을 열고 실내를 살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수납공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머리 위 공간인 헤드룸이 높아 남는 공간에 루프콘솔을 설치했고, 콘솔 내부는 내용물이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었다. 또 운전석 오픈 트레이, 도어 트레이와 함께 조수석 아래에도 수납공간을 마련했고, 조수석은 앞으로 젖힐 경우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다.

 실내를 살피며 가장 놀란 건 운전석 뒤 2열 시트 앞 발판 부분 수납공간이다. 카펫을 들어올리면 숨은 수납공간이 드러난다. 레이 개발팀 관계자는 "나중엔 이러다 비밀금고를 탑재한 차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건네며 "차의 대부분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게 만들었기에 레이의 실제 활용도는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충되는 여러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와 시도를 거듭해 개발한 차"라고 덧붙였다.


 ▲주행&승차감
 레이는 위아가 만든 카파 1.0ℓ 가솔린 엔진, LPG 및 가솔린 겸용이 가능한 카파 1.0ℓ 바이퓨얼 엔진 등 두 가지로 출시됐다. 시승차는 가솔린엔진이었다. 최고 78마력, 최대 9.6kg·m의 토크를 낸다. 4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탑재했고, 연료효율은 ℓ당 17.0km다.

 이 날 직접 운전하며 기록한 최고시속은 140km.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의외로 좋았다. 차체가 높아졌으나 무게중심이 낮고, 서스펜션 느낌도 만족스러웠다. 연료효율을 고려치 않고 신나게 달리자 계기판 LCD창에 ℓ당 8.0km의 효율을 보인다고 표시됐다. 다시 세팅한 뒤 한적한 시내주행 상황에서 다시 효율을 확인했다. ℓ당 15km 정도로 높아졌다. 공인효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큰 덩치에도 불구, 상당한 수준이다. 시속 80km로 주행할 경우에는 공인연비를 넘어섰다.


 계기판은 3실린더 타입이다. 가운데 실린더는 속도계가 위치하며, LCD로 돼 있다. 디지털 방식이다. 왼쪽 실린더는 엔진회전, 오른쪽은 연료정보가 나온다. 스티어링 휠은 도톰하다. 가벼운 시내주행은 물론 구불구불한 산길을 통과하며 타이어 단면폭이 좁다는 점과 차체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 채 운전했다. 일부 운전자는 불안하다는 평을 내놨지만 개인적으로는 핸들링 안정감이 생각보다 "매우" 뛰어났다.


 승차감은 모닝과 큰 차이가 있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더라도 기본적으로 차의 컨셉트에 맞게 부시 사이즈를 키우는 등 하체를 튜닝했기 때문이다. 덩치가 커지고 무게가 늘어난 데다 짐을 실었을 경우를 가정한 설계다. 타이어가 얇고 바퀴의 총 지름이 짧아 과격한 운전은 삼가야 하지만 웬만한 운전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보인다. 예상보다 밸런스가 좋았다.

 속도방지턱 앞에선 속도를 많이 줄여야 했다. 바퀴가 작아서다. 레이 개발팀 관계자에 따르면 경차 규격을 유지하면서 큰 바퀴를 사용하려면 하체를 새로 설계해야 할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난관이 많다. 이 경우 차값이 훨씬 높아져 경차의 장점이 반감된다. 결국 모닝 플랫폼을 활용, 레이의 특성에 맞도록 세밀한 튜닝을 거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가속성능은 1,000cc 경차로는 만족스럽다. 물론 성인 2명이 탔을 경우인데, 짐을 싣고 가족이 함께 탄다면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경차에선 여유있는 운전이 필수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됐다. 

 제동감도 좋다. 서스펜션 세팅에 신경쓴 덕분에 제동력이 향상됐다. 물론 네 바퀴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고, VSM 등이 적절히 제어해 안정감을 높였다. 차가 무거워졌을 때는 생각보다 빨리 제동해야 한다. 차의 특성을 먼저 이해한 뒤 운전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총평
 "경차인데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묻는 소비자가 많다. 맞는 말이다. 최저 1,240만원부터 최고 1,625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경차로는 분명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그러나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다. 레이는 경차 규격만 만족시킬 뿐 상품성은 경차 이상이다. 모닝과의 일부 간섭을 우려하면서도 기아차가 레이를 내놓은 이유다. 높은 공간 활용도와 함께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사진으로 볼 때와 확연히 구분되는 레이만의 매력이 있어 직접 시승한 뒤 차를 다시 평가해달라"고 강조한다.


 서귀포=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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