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회 도쿄모터쇼가 30일부터 개막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도쿄모터쇼는 그야말로 일본차의 잔치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 모터쇼에 등장한 일본차의 대부분은 친환경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로 구성돼 있다. 친환경 시장에서 패권을 쥐려는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른 셈이다. 토요타가 세계 최초 양산형으로 선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연료효율이 최장 ℓ당 64㎞에 달하고, 닛산은 전기차 리프의 스포츠 버전 등을 내놓으며 전기차 시대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처럼 일본 업체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집중 내세우는 이유는 유럽 클린 디젤의 대항마 성격이 강하다. 경량화와 유선형 디자인을 통한 효율 경쟁이 한계에 다다랐을 만큼 내연기관 기술경쟁이 수평화되자 전기 등을 새로운 동력원으로 삼아 디젤 확대를 경계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도쿄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여러 일본 업체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하이브리드 등으로 디젤과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내비쳤다. 신흥국의 폭발적인 자동차 수요 증가로 기름 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효율은 이제 "생존의 필수"이고, 디젤 대비 가솔린의 약점은 전기로 극복하면서 또 다시 세계 자동차 시장을 흔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이 무작정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관련 인프라가 중요한 만큼 기술개발에 매진하되 신흥 시장 등에선 여전히 고효율 가솔린 차 판매에 집중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적극 활용된다. 한국차가 일본차를 턱 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내연기관 경쟁을, 또 다른 쪽에선 미래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사전에 확보하는데 치중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일본 업체들의 한국차 공부하기 움직임은 나름대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친환경 분야는 일본이 한국을 앞서 있지만 내연기관은 한국차의 약진이 일본차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현대차의 속도를 경계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일차를 잡는 것, 그것이 바로 일본의 목표임을 감안할 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일본의 생각이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의 한 언론인도 "일본 제조업의 부활은 지금부터"라며 "지진 이후 침체됐던 분위기를 벗어나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차의 부활, 한국이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도쿄(일본)=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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