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가 일본에서 연일 화제다. 도쿄모터쇼의 진짜 주인공이 한국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본 오다이바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도쿄모터쇼에 참가한 일본차 임원들에게 일본 언론이 끊이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 "한국차"와 관련된 얘기다. 실제 지난달 30일 닛산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디자인 총괄 부사장 시로 나카무라에게 한 일본 기자가 "한국차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무서울 정도"라며 "한국차의 저력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뛰어나고, 일본차와의 격차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스바루 북미법인 타케시 타치모리 사장도 한국차를 호평했다. 그는 최근 북미에 판매되는 한국차에 대해 "굉장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한국차의 발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대응에 따른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한국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높은 관심에 따라 현대차 상용차 부스에는 수 많은 인파가 자리를 메웠다. 통상 승용차 중심으로 모터쇼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일본 기자들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기자들도 현대차 상용차 부문 프레스 컨퍼런스를 유심히 지켜봤다.
현장을 찾은 일부 기자들에게 "어째서 승용차는 참가도 하지 않은 한국차에 이토록 많은 관심을 보이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후지 산케이 비지니스i 다케시 히라오 기자는 "한국차가 일본차의 라이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국내 상황이 어찌됐든 간에 해외 시장에서 일본차와 가장 치열한 경쟁자가 한국차라는 것.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한 상용차 지만 한국차, 그것도 "현대"라는 브랜드가 가져다주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차는 과거 기술적으로 일본차에 많은 의지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발전을 했다"며 "때문에 위기감이 든 일본 업체들이 과거 삼성이 소니를 넘어선 것처럼 한국차가 일본을 넘을까 관심을 모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일본 전국시대의 카게무샤(影武者)가 떠오른다. 카게무샤란 막부의 우두머리인 쇼군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역 무사를 뜻한다. 막부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진 지금에는 어떤 현상이나 집단 행동 등의 배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도쿄모터쇼의 배후가 한국차라는 얘기다. .
한국차의 달라진 위상은 좋은 일이다. 2년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2009년 도쿄모터쇼 취재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업체들은 일본차만을 이야기 했다. 2년 후인 지금 한국차를 부러워하는 일본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차가 여기서 만족해선 곤란하다. 일본차도 나름대로의 대안을 찾는 중이고, 변신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일본이 "위기"라고 직접 언급하는 상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이미 구체적인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일본차와 한국차의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는 뜻이다.
도쿄(일본)=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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