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i40 디젤, 유럽 감성을 꿈꾸다

입력 2011년12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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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해치백이나 왜건형 모델은 "실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넓은 적재 능력 등이 분명한 장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인식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세단형 승용차를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이 강해서다. 그런 인식은 현대차 i30 출시 이후 조금씩 바뀌어 갔다. 예상을 깬 인기가 소비자 성향도 조금씩 바꿔 놓은 것. 내수 시장에서 유럽 스타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때부터다. 


 현대차가 i40를 내놨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신차의 이름이 "쏘나타 왜건"으로 정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현대는 신형의 이름을 i40로 정했다. 왜건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판매의 불리함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대신 현대는 "유럽 스타일"을 강조했다. 국내 유러피언 해치백 시대를 연 i시리즈의 가장 큰 형님 격으로 포지션을 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디젤 엔진을 조합해 실용적인 적재 능력과 함께 연료효율을 갖췄다. 과연 i40가 내수 시장에서 진정한 유러피언 붐을 가져올 수 있을까? i40 디젤을 시승했다.

▲스타일  

  왜건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치부심한 흔적들이 보인다. 쏘나타를 기반으로 제작됐지만 쏘나타의 분위기와는 색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앞 모습은 현대 소형차 계열의 실루엣을 닮아있다. 신형 엑센트나 아반떼, 그리고 i40보다 뒤늦게 출시된 i30와도 디자인 궤를 함께 한다. 


 2.5마일 충돌 범퍼를 장착해야 하는 국내 안전기준상 유럽형과 다르게 내수용은 범퍼 부분이 보다 돌출돼 있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했다는 헤드램프는 눈매가 바깥쪽으로 날렵하게 뻗어 있다.


 측면으로 돌아보면 길게 뻗은 차체가 인상적이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왜건 측면은 A필러에서 루프를 지나 C필러 직전까지 땅과 평행을 이루기 마련이다.  그러나 i40는 뒤쪽으로 갈수록 루프의 선이 아래로 향한다. 쿠페형 디자인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심심한 왜건형 디자인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후면의 모습은 언뜻 투싼ix를 연상케 한다. 앞면이나 옆면처럼 역동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싶었던 고심으로 다가온다. 밋밋한 왜건 디자인을 탈피하겠다는 의지인 것. 리어 램프 사이에는 크롬바 장식을 넣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중형 세단임에도 "국민차"라는 인식이 강한 쏘나타와 차별을 두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실내는 쏘나타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원가절감 차원에서 그랬으리라 짐작해본다. 대시보드의 각종 스위치들이 들어갔다. 운전자가 편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위치를 잡 잡았다는 느낌이다. 
 

 주차 관련 기능 스위치들은 기어 레버 뒤에 넣었다. 계기반은 중앙의 LCD 트립컴퓨터 창을 기준으로 좌우로 엔진회전계와 속도계를 적용했다. 각각의 중심부에는 역시 LCD를 이용한 수온계와 연료계도 자리했다.  


▲성능
 엔진은 1.7ℓ VGT가 올라갔다. 배기량 1,685cc, 최대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0kg·m을 낸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 조합됐다. 연료효율은 18.0km/ℓ로 높은 수준을 구현했다. 


 자리에 앉아 시동을 거니 디젤 특유의 밸브작동 소리가 소리가 귀를 울린다. 조용하다고 하기 어렵다. 바깥이야 소음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지 몰라도 실내에서까지 엔진음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들리니 프리미엄을 강조한 사실이 무색하다. 가솔린 제품이 뛰어난 방음 능력을 보여준 것과는 비교된다. 그러나 효율이 좋은 디젤 엔진임을 감안하면 개인적으로 큰 불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다. 게다가 소음 부분은 상당히 주관적인 요소가 반영될 수 있음을 미리 전제한다. 혹자는 정숙함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의외의 즉각적인 반응이 재미있다. 높은 토크를 가진 디젤엔진 덕분이겠지만 내수 소비자들이 디젤의 출발 굼뜸 현상을 싫어했다는 점에서 호평의 소지가 다분하다. 
 
 급격히 속도를 높여도 변속 충격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가속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 시속 120km에 올랐다. 쏘나타보다 무게에서 100kg 이상 차이 나지만 가속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시속 150km 이상에서는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더 높은 속도를 내기 힘들다. 


 풍절음은 조금 느껴진다. 시속 100km 이상에서 옆 사람과의 대화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야 한다. 그런 부분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유럽 소비자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국내 소비자의 성향은 조금 다를 것 같다. 대중차를 타더라도 고급차 이상의 감성을 원하는 특성상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럽식의 견고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탓이다. 가솔린의 경우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해 전용 서스펜션 튜닝이 가해졌지만 디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앞선다. 오히려 높은 토크로 인해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들은 좋아할만한 승차감이라는 생각이다. 


 왜건의 특성상 곡선 주로에서 바깥쪽으로 뒷 바퀴가 흐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잘 빠져 나간다. 좌우 흔들림도 충분히 잘 억제됐다. 전반적으로 도로에 밀착되는 느낌이 강하다. 유럽 스타일이라는 특성이 적절히 반영됐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기존 현대차에 비해 무거운 편이지만 여전히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총평
 유럽 감성, 높은 효율 등을 강조했지만 사실 i40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쏘나타와의 차별성을 두며 프리미엄을 강조했지만 생소한 장르라는 벽이 판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왜건이라는 것 자체가 국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 탓이다.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판매 가격도 약점이다. 세단과 SUV 사이에 끼인 차종이라는 점도 영향을 받았다. 첫 달 성적은 542대로 나타났다. 두 번째 달 성적은 이보다 떨어진 410대를 기록했다. 성적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성향은 아직도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크다. 그런 이유로 연간 2만대라는 현대차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제품만 놓고 보면 완성도가 높은 차다. 단단한 승차감, 안정성 등은 그동안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야외 활동이 많은 가족 단위 소비자들은 적재공간은 뒤로 해도 독특한 디자인과 주행 맛에 구입을 고려해도 좋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가격은 선택항목에 따라 2,775만~3,050만원이다. 고급 중형 왜건에 더해진 효율성, 그게 바로 i40 디젤의 매력이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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