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블룸버그=연합뉴스) 올해로 탄생 125주년을 맞은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는 고급차 시장에서 높은 시장가치를 보이며 경쟁사인 BMW에 대한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러한 다임러의 강세는 최근 들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다임러의 시장가치는 올해 1월18일 52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현재 42% 감소한 365억유로(한화 약 55조2천억원)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BMW는 다소 미미한 수준인 6%의 하락세를 보였고 현재 시장가치는 359억유로다. 과거 다임러의 시장가치가 BMW보다 170억유로나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이러한 격차 축소는 다임러가 독일 고급 차 시장에서의 우세를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5년까지 전 세계 고급 차 시장에서 판매율 1위를 유지했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BMW에 자리를 빼앗기고 현재 폴크스바겐 아우디에 뒤처진 3위로까지 떨어진 현상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임러의 약세에 대해 경영진의 사업전략 실패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다임러의 디터 제체 최고경영자(CEO)는 젊은 도시형 소비자들을 목표로 저렴한 소형 메르세데스 모델 출시에만 공을 들였고, 지난달에는 마이바흐 제품을 접기로 하면서 BMW의 롤스로이스와의 대결에서도 실패하며 전략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반면 BMW의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최고경영자(CEO)는 생산비용을 40억유로 이상 감축했고 중국 및 미국에서의 생산 확대, 소형 SUV X1과 같은 신형 모델 출시 등의 전략을 펴면서 "혁신"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강조했다.
결국 전략 실패에 따른 다임러의 약세로 올해 9월까지 다임러의 매출은 8% 늘어난 423억유로를 기록, 20% 증가해 464억유로를 기록한 BMW의 매출보다 낮았다. 수익성 면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가 9.4%를 보여 BMW의 12.8%, 아우디의 12.2%에 비해 뒤처졌다.
전문가들은 다임러의 일부 낡은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감소와 신형 소형차량 출시에 드는 높은 비용 때문에 내년에도 다임러의 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크레디트스위스 런던지사의 애널리스트인 아른트 엘링호스트는 "다임러는 대형기업이어서 (경영) 노선을 변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경영진은 여전히 다임러가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이미 침수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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