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스트레스, 기대치 따라 달라
최근 한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입차 보유자들 중 고급차 브랜드가 자동차 품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높다는 것. 이번 조사를 위해 리서치회사는 지난 3년간 수입차를 산 1,38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입차 소비자들은 1인 당 평균 1.30건의 품질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이는 국산차의 1.60건에 비해 약간 우수했다. 평가에 포함된 7개 수입 브랜드 중 토요타는 0.63건으로 가장 적었고 혼다는 0.73건, 폭스바겐이 1.04건으로 집계됐다. 고급 브랜드인 벤츠는 1.09건, 인피니티 1.22건, BMW는 1.35건, 아우디는 2,17건을 기록했다.
리서치회사는 이에 대해 대중 브랜드의 품질만족도가 고급 브랜드에 비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또 고급차 브랜드들이 품질문제에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실제적인 통계자료를 제시했기에 누가 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말 고급 브랜드 제품일수록 문제가 많을까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느꼈을 뿐 실제 품질면에서 절대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차가 고급차에 비해 품질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은 외국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100대 당 품질문제를 조사한 미국 JD파워의 신차품질만족도조사(IQS)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프리미엄 SUV 브랜드 랜드로버가 100대 당 170건으로 가장 불만이 많은 차로 조사됐다. 당시의 산업평균은 109대로, 랜드로버는 평균보다 61건이나 많은 품질문제가 있었다. 반면 현대차는 102건으로 산업평균보다 낮았다. 고급차 브랜드인 링컨(106건), 인피니티(107건), 캐딜락(111건), BMW(113건), 재규어(130건)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 현대차보다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결과도 비슷하게 나왔다. 대중차 브랜드인 혼다는 100대 당 86대에 불과했으나 고급차 브랜드인 포르쉐 100건, 아우디 113건, 뷰익 114건 등으로 대중차보다 불만이 더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고급차 브랜드의 품질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해서 실제 문제가 많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근거가 된다. 스트레스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크고 작은 문제가 고급차든 대중차든 모두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했느냐에 따라 상대적인 실망감은 달라진다. 저가차보다 고가차를 샀을 때 기대치가 더 높고,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더 크다는 말이다.
국내 수입차시장 초기에 이런 현상들이 극명히 드러났었다. 과거 국내에서 수입차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어렵게 구입한 수입차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생기면 용납하지 않았다. 비싼 돈 주고 산 수입차는 절대 고장나면 안된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이 받았을 품질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번 조사는 수입차 소비자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실제적인 숫자로 통계화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통계의 허점이 무엇이고, 어떤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는지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는 "정보 왜곡"을 부를 수도 있다. 조사표본수가 너무 적었다는 점도 아쉽다. 3년간 판매된 수입차는 21만대를 넘는다. 이 중 개인구매를 절반으로 추정해도 10만명 이상이 수입차를 샀다. 그럼에도 조사는 불과 1,400명을 통해 이뤄졌다. 게다가 7개 브랜드만 조사결과에 반영했다. 물론 사례 수가 적어 배제했다고 전제했으나 이는 결국 조사군의 허술함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확한 통계는 산업척도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통계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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