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홍콩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 빼고,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음식문화는 유별나다. 홍콩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의 음식천국답게 온갖 음식과 수많은 음식점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홍콩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샥스핀, 제비집, 전복요리? 물론이다. 화려하고 호화로운 고급음식들도 유명하지만 각양각색의 딤섬, 허름한 국숫집의 완탕면, 홍콩사람들의 "국민간식"이라 불리는 길거리의 달걀빵도 놓칠 수 없는 홍콩의 맛이다.
중국요리는 지역에 따라 크게 베이징요리(산둥요리), 광둥요리, 상하이요리, 쓰촨요리 등으로 나눠지는데, "남쪽인 광둥요리는 달고, 북쪽의 산둥이나 베이징요리는 짜고, 동쪽인 쓰촨의 요리는 맵고, 서쪽인 산시의 요리는 시다"는 말로 요약된다. 홍콩 음식은 광둥 지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본토 남부의 광둥인들이 이주해서 정착했기 때문이다. 광둥요리의 특징은 철저하게 살아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 생선요리를 할 때는 다른 재료를 모두 준비해놓고 그때부터 생선을 잡으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 만큼 홍콩 요리는 신선한 야채와 싱싱한 해산물 음식이 많다.
광둥요리 전문점은 아이스퀘어 30층에 위치한 "난하이 넘버원"이 넘버원으로 손꼽힌다. 멋진 전망과 숙련된 서비스, 정성을 다한 요리로 홍콩을 찾는 이들이 버킷리스트에 올려놓는 곳이다. 특히 화려한 야경이 펼쳐지는 매일 오후 8시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시작되는 시간 전후로 창가 테이블은 예약하지 않고는 차지할 수 없는 자리다.
뭐니뭐니해도 홍콩음식의 대명사로 딤섬을 빼놓을 수 없다. 한자로 딤섬(点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 라는 뜻인데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으려면 먼저 마음(위장)을 채워야한다는 의미다. 미슐랭가이드 평점 별 셋을 받은 특급 호텔의 광둥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호화로운 딤섬이 있는가 하면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딤섬집에서도 무궁무진한 종류의 딤섬을 만날 수 있다. 노란 만두피 안에 곱게 간 돼지고기와 게살을 넣어 만든 슈마이, 부추와 버섯 물밤 등이 가득 든 고우초이가우, 왕새우 만두인 하가우, 쌀로 만든 얇고 투명한 피를 여러 겹 겹쳐서 그 안에 새우, 바비큐 돼지고기, 채소, 관자 등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만든 장펀, 생일날에 먹는 연꽃씨와 오리알 노른자로 만든 장수빵 서우 빠우 등등 그 종류를 일일이 손꼽기도 어렵다. 셩완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딤섬 전문점 "딤섬스퀘어"가 있다. 딤섬 한 접시에 10홍콩달러부터 있다.
딤섬과 함께 완탕도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 센트럴에 있는 "침차이키"는 미슐랭 가이드를 비롯해 수많은 미식 가이드에 소개된 유명한 맛집. 이곳에서는 다른 식당에서 볼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완탕을 맛볼 수 있다. 쑨원이 활동했던 노호지역에는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국수집 "공차이키"가 있다. 이곳에도 완탕면이나 쇠고기 국수 등 다양한 종류의 면요리가 있지만 이 집에서는 직접 만든 어묵을 올린 쌀국수를 꼭 맛보아야 한다. 깔끔한 쌀국수와 쫄깃한 탄성이 살아있는 어묵이 담백하게 어우러진 맛이 별미다. 노호의 또다른 국수집 "카우키"는 영화배우 양조위 등 홍콩의 유명 연예인들이 엄청난 인파를 무릅쓰고도 찾아와 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는 맛집이다. 쇠고기의 갈빗살과 쇠심줄을 각종 한약재에 푹 고아 익혀 만든 진한 육수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맛이 일품이라고.
이맘때 홍콩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은 뜨거운 탕과 찜요리의 대표격인 핫팟과 클레이팟. 핫팟은 홍콩식 샤브샤브이고, 클레이팟은 뚝배기에 열을 가하여 먹는 뜨끈뜨끈한 음식이다. 밥을 아래에 깔고 위에 올라가는 메뉴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뚝불과 비슷한데, 올라가는 메뉴가 개구리, 뱀고기 등인 경우도 있다. 뱀껍질이 그대로 보이는 세에 깡(영양뱀탕)은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일단 맛을 보면 반응이 180도 달라진단다.
이밖에도 홍콩 거리와 비좁은 골목길 곳곳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발길을 잡는다. 꼬들꼬들한 곱창을 비롯해 소시지, 닭 연골, 문어다리, 채소튀김, 카레어묵을 이용한 꼬치가게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마치 와플팬 같은 전용 프라이팬에 묽은 달걀 반죽을 넣어 구워낸 달걀빵은 홍콩사람들의 국민간식이라 할 만큼 사랑받는 거리음식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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