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레이 전기차, 실용성은 충분

입력 2011년12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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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가 최근 발표한 미니 CUV 레이에 전기차 시스템을 얹은 "레이EV"를 내놨다. 레이EV는 지난해 발표된 현대차의 시범전기차 "블루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순수 전기차로 50kw 전기모터와 164kwh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68마력, 17.0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139km(새 연비기준으로는 91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5.9초가 걸린다. 레이EV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서 시승했다.


 디자인은 톨보이 형태의 박스카 CUV 레이와 동일하다. 2열 도어에 슬라이딩 방식을 적용한 점도 똑같다. 그러나 가족차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가솔린 버전과 달리 소상공인을 위한 "밴(VAN)"이 추가됐다. 역할로 보자면 한국지엠 다마스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패밀리 룩이 적용됐지만 전기차여서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이 없는 점은 독특하다. 그릴의 공기 흡입구를 모두 막아 놓은 것. 내연기관이 아니어서 공기를 흡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뚜껑이 여닫히는 완속 충전기 커넥터를 설치했다. 이 부분을 통해 충전기와 연결되며, 6시간으로 배터리 용량의 90%를 충전할 수 있다. 원래 주유구가 있던 자리에는 급속 충전구가 장착됐다. 25분 충전으로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실내도 레이와 전반적으로 같지만 곳곳에 전기차 전용 장치들이 들어갔다. 계기반의 경우 기본 주행 정보를 담은 속도계, 트립컴퓨터 등이 위치해 있다. 왼쪽에는 모터 작동 표시계가 있는데, 소비 전력과 회생 제동 브레이크 전기 에너지 충전/방전 현황을 시각적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오른쪽은 구동용 배터리 충전량 표시계다.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배터리 잔량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각종 전기차 관련 경고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과 달리 지도상에 주행가능 영역을 표시했다. 또한 전기충전소 표기 및 검색을 할 수 있고, 배터리 기본 정보를 나타낸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 도로 상황, 심지어 경사도까지 모두 고려해 주행 가능거리를 표시한다.


 기어 레버도 일반 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주차는 "P", 후진은 "R", 주행은 "D" 등으로 이뤄져 있다. 주행 모드인 "D"에는 부가적으로 "E"모드와 "B"모드를 지원한다. E모드는 에코 모드로 가속 시 구동력을 제한하고 감속 시 회생제동을 증대해 에너지 소모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흔히 말하는 "경제 운전 모드"인 셈이다. B모드는 가솔린의 엔진 브레이크 같이 감속을 일으켜 회생 제동을 최대한 유도하는 주행 모드다. 고속도로 긴 내리막이나 산길, 비탈 등지에서 효과적인 변속 모드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갔다. 마련된 코스는 왕복 1.6km 정도의 매우 짧은 구간. 전기차의 미세한 부분까지 체감하기는 부족하지만 구동력 등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전기차에는 "시동"이라는 말이 없다. 그냥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운행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이어 계기판에 "READY"라는 문자가 표시된다. 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연기관과 달리 청각으로 출발 준비를 알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음성 안내 기능이 들어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기어 레버를 "D"에 놓고 서서히 출발시켰다. 매우 조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지나치게 정숙해서 고요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과도한 정숙 주행은 이미 해외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보행자들이 소리로 차를 인지할 수 없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를 방지하기 위해 레이EV에는 VESS라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갔다. 20km/h 저속 주행 시 차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 접근을 알리는 기능이다. 가솔린과 가장 유사한 음질로 튜닝됐으며 속도에 따라 음압을 조절한다. 전원을 켬과 동시에 자동으로 동작된다.

 점차 속도를 높였다. 튀어나가는 맛은 없지만 가속은 꾸준하다. 애초에 성능을 위한 차가 아니어서 큰 불만은 없다. 게다가 배터리에 담아낼 수 있는 전기의 양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급가속 등은 오히려 자제돼야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5.9초가 걸리는데, 기아차에 따르면 가솔린 제품보다 빠르다. 토크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가속 페달을 안쪽 깊숙하게 밟아 속력을 냈다. 대략 15초쯤 100km/h에 이르렀다. 시승 코스는 편도 800m 정도의 직선이어서 속도를 높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직진안정성이나 급격한 차선 변경은 자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차고가 높고 휠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이미 가솔린 제품에서도 동일한 단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후 상품성 개선 모델을 통해 휠 크기를 조금 더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전기차의 숙명이라면 주행 가능 거리다. 레이EV의 경우 완충 시 139km를 갈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전기는 언제 바닥날 지 모른다. 따라서 장거리는 피하는 게 요령이다. 도심형 이동수단인 시티코뮤터라는 개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출발 전 배터리 잔량에 따른 주행거리를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초 주행 가능 거리는 91km. 성능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을 하고 급제동 등을 실시한 결과 3.5km 시승이 끝날 무렵에는 74km까지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 있었다.

 전기차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로 불린다. 성능은 물론이거니와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없어 경제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실제 레이EV 소개 때 기아차는 연간 연료비가 가솔린과 비교해 100만 원 정도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를 바꿔 생각하면 구입가격은 가솔린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다. 가솔린과 전기차의 가격차가 1,000만원이라면 10년을 타야 경제성을 운운할 수 있다는 소리다. 정부의 인센티브 제도를 이용한다고 해도 워낙 제작 단가가 높기에 새로운 배터리 기술의 등장을 기대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따라서 현실 가능한 전기차의 시대는 아직 멀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이EV의 등장이 고무적인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양산이 가능하도록 생산 체제를 갖췄다는 점이다. 레이 EV는 모닝, 레이 가솔린 제품과 함께 동일한 라인에서 혼류 생산된다. 기아차는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 서비스 분야에 약 2,50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후 2013년 일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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