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효율성 인상적, 가솔린과는 반응 달라
SUV 카이엔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2008년 가을, 4도어 4인승 스포츠 쿠페 파나메라의 등장은 또 하나의 이변이었다. 브랜드 특유의 역동성을 살리면서 탑승객 모두가 편안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그란투리스모 컨셉트"를 적용, 기존 차종과 성격을 달리한 차가 바로 파나메라다. 즉,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차를 표방한 셈이다.
파나메라는 2009년 가을에 국내 출시됐다. 당시 수석 디자이너 마이클 마우어가 직접 방문, 새로운 4도어 스포츠 쿠페를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성능을 구현키 위해 공력성능 향상에 집중, 포르쉐 디자인 DNA를 충분히 반영했다. 개구리가 웅크린 듯한 모양새를 기반으로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후 다양한 버전의 파나메라가 출시됐고, 결국 디젤 버전도 내놨다. 장거리 주행에 더욱 적합해진 포르쉐, 파나메라 디젤을 시승했다.
▲스타일
앞문 앞 펜더에 "Diesel(디젤)"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점, 그리고 디젤 전용 배기구를 제외하면 가솔린 버전과 외형은 같다.
앞모양은 911 등 정통 스포츠카보다 대체로 굴곡이 적은 생김새다. 보닛과 헤드램프 등은 카이엔과 비슷하다. 범퍼를 기준으로 흡기구는 아래에 있고, 위는 최대한 단순 처리를 통해 공기역학을 고려했다. 앞 범퍼에서 낮고 완만하게 시작돼 A필러에서 정점을 찍는 측면 라인은 루프를 지나면서 C필러를 향해 다시 낮아져 뒷유리를 지난다. 트렁크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C필러 각도는 세단이다. 전형적인 쿠페 스타일을 입었다.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봤다. 카이엔과 닮은 점이 많다. 기어 변속 레버 주변에 많은 버튼이 있다. 잠깐 탈 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적응되면 오히려 편하다. 직관적인 배열이기 때문이다. 기능 하나를 작동시키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운전석에 앉았다. 포르쉐만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세미 버킷시트가 몸을 감싼다. 완전히 고정시키는 레이싱 버킷시트와 달리 적당히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계기판은 5실린더로 구성돼 여타 스포츠카 못지 않은 분위기다. 흔히 회전계와 속도계가 같은 크기로 구성되지만 포르쉐는 회전계가 중심이다. 과거 911 등 스포츠카에서 엔진 소리를 들으며 수동 변속을 하던 데서 유래한 방식이다. 현재는 자동변속기가 대부분이어서 의미가 퇴색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차를 직접 몰아보면 생각이 바뀐다.
▲주행 & 승차감
파나메라 디젤은 배기량 2,967cc V형 6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다. 웬만한 대형 SUV 못지 않은 힘을 낸다. 엔진은 앞에 있지만 뒷바퀴를 굴려 구동하는 FR방식이다.
가속감은 가솔린과 다르다. 반응이 한 박자 느리다. 터보차저가 작동하기 전까지 약간의 주춤거림이 있지만 이내 엄청난 파워를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은 6.8초. 포르쉐 특유의 역동성을 표현했다기보다 고성능 디젤 스포츠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차에 맞춰 운전법도 달라져야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최고시속은 242km다. 실제 운전시 180km도 가뿐하다.
변속기는 자동 8단 팁트로닉S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성능 위주의 주행을 원한다면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된다. 하체가 단단해지는 건 물론 엔진 반응이 빨라지며 변속은 최대한 늦게 이뤄진다. 높은 RPM에서 발휘되는 엔진과 배기 사운드는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고배기량 엔진의 낮고 우렁찬 소리와 다르지만 디젤 특유의 밸브소리를 포함한 직관적인 사운드다. 디젤이지만 배기음에 꽤나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파나메라 디젤에는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가 탑재했다. 매끈한 C필러 공기 흐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리어 스포일러를 통해 다운포스를 발생시킨다. 고속주행안정성을 높이면서도 디자인과 효율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 주행시 차이가 있다. 공기 흐름이 차 뒷부분을 눌러주기에 속도를 높여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듯 편안한 주행도 가능하다. 엔진 회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시속 100km에선 1,000rpm을 조금 넘는다. 연료효율 중심의 부드러운 운전이 된다. ℓ당 11.8km의 효율은 포르쉐로선 경이적이다. 80ℓ 연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포르쉐는 1회 주유로 서울-부산 왕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총평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국내 판매는 신통치 못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SUV 카이엔 디젤도 출시 이후 등록대수가 얼마되지 않았지마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포르쉐에 무슨 디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싼 유지비 부담"을 외치는 이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파나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크다. 애스턴 마틴 래피드, 페라리 FF, 아우디 A7 등 비슷한 컨셉트의 차종이 속속 출시된다는 점은 파나메라의 영향이 분명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포르쉐는 이들 차종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라인업을 다양화했고, 특히 최근 디젤까지 추가하며 효율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포르쉐를 느끼고 싶지만 낮은 연료효율과 2인승이라는 제한, 큰 덩치의 카이엔이 싫은 소비자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차가 틀림 없다. 강력한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돼 포르쉐에 대한 열망을 끓게 만드는 그런 차는 아니지만 적당히 감염된 차가 바로 파나메라 디젤이다. 캐주얼한 포르쉐, 바로 파나메라 디젤이다. 가격은 1억2,280만원.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시승/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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