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임진년이 밝았다. 언제나 그렇듯 자동차업계도 힘찬 희망을 가슴에 지닌 채 떠오르는 해를 바라봤다. 일출을 주시하는 자동차회사의 속마음은 제각각이겠지만 적어도 국내외 대량 판매 욕심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수 규모를 고려할 때 당찬 포부로만 희망이 보인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지난해 11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승용자동차 시장은 2008년 95만8,000대, 2009년 117만4,700대에 이어 2010년에는 121만,7000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승용 내수는 11월까지 110만4,000대로 2010년 같은 기간 110만2,000대와 비교해 2,000대 증가에 그쳤다. 사실상 내수에서 승용 시장의 성장이 더 이상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임진년 새해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의 경우 아반떼 MD와 그랜저 HG 등 이른바 인기 차종의 선전으로 승용 내수에서 38.3%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2010년 대비 0.2%P 확대했던 것. 그러나 올해는 싼타페 외에 별 다른 신차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실제 현대차 관계자도 "신차가 없어 승용 내수 38% 점유율 지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기아차는 지난해 점유율이 34.4%에서 33.3%로 이미 하락했다. K5와 K7 신차효과가 떨어졌고, CUV 레이의 출시가 늦어 연간 판매량 견인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다만 레이의 본격적인 판매량이 올해부터 집계된다는 점에 기대를 걸지만 생산여력이 많지 않아 숫자 올리기에 큰 보탬은 되지 못한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경쟁할 K9도 준대형급이어서 "숫자"로서 눈부신 활약은 없을 수 있다.
쉐보레를 내세운 한국지엠도 2012년 내수가 어둡기는 매 한 가지다. 2010년 8.4% 점유율을 깨고, 지난해 9.6%까지 늘었지만 신차 7종을 벼락치듯 쏟아냈던 점을 감안하면 웃음짓기 어렵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슈퍼 스포츠카 콜벳이 신차로 예정돼 있다.
이에 반해 수입 브랜드와 판매 차종은 지금보다 더욱 늘어난다. 시트로앵과 피아트가 한국에 발을 담그고, 미쓰비시도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토요타와 닛산 등은 엔고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수입선을 FTA가 발효되는 미국으로 돌리는 우회전략을 채택했다. 게다가 FTA로 배기량 2,000㏄ 이상 중대형차 관세 및 개별소비세율 인하에 따른 각종 세금 하락이 수입 업체들의 신차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수입차의 공략은 지난해도 거셌다. 2010년 11월까지 점유율은 5.1%였지만 2011년은 8%까지 상승했다. 그래서 올해는 10%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내수 증가의 80%가 수입차였음은 이른바 "수입차 전성 시대"가 도래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가격 부담이 줄면서 선택폭이 넓어졌고, 그만큼 수입차도 보폭을 크게 가져갔다. 수입차의 걸음 폭과 속도를 줄이는 게 국산차의 목표가 된 배경이다.
수입차 내수 공략을 현대기아차가 반가워 할 리는 결코 없다. 하지만 관세 장벽이 사라진 FTA를 체결한 상황이어서 막아낼 별 다른 방법도 없다. 오로지 제품력, 가격 경쟁력, 그리고 브랜드 가치로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진정한 정면 승부 마당이 펼쳐진다.
기업의 치열한 생존 경쟁은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 그만큼 제품가격 인상이 제어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쟁은 유지비 차이로 옮겨오고, FTA 체결로 부품 관세는 이미 사라져 가고 있다. 2012년, 그 어느 때보다 국산차와 수입차와의 경쟁이 심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결국 1월1일 떠오른 해는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는 자연의 공정한 선물이다. 양 업계가 큰 싸움을 벌여야 하는 "내수"라는 링 위의 조명처럼 말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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