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넘볼 자신감 곳곳에서 표출 제11회 델리 오토 엑스포가 막을 열었다. 6일부터 11일까지 불과 1주일이 열리지만 관람객은 1,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나다. 일반인 공개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도 발 디딜 곳 없을 만큼 수많은 취재진과 일반인, 그리고 관계자들로 넘쳐났다. 델리 한 복판에 자리한 프라가티 마이단 실내 전시관은 물론이고, 이동로까지 사람들로 늘어선 모습은 중국 못지 않은 인구대국 인도의 현 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입구에 들어선 때부터 자동차가 아닌 수 많은 인파와 한바탕 경쟁을 치러야 했다. 모터쇼 무대장치를 위해 사용했던 각종 폐자재가 쌓여 있는 한쪽에 마련된 전시장 부스를 일일이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18개의 전시관 중 특정 브랜드를 알리는 표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12번 전시관을 찾았다. 최근 급부상하는 인도 SUV 전문업체 마힌드라&마힌드라와 쌍용차 무대가 마련된 곳이다. 쌍용차로선 인도에 첫 발을 디디는 기념비적인 역사인 만큼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게다가 불과 10여 전만 해도 농기구 트랙터 만들던 회사가 인도 SUV 시장 내 강자로 부상한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시너지 극대화에도 관심이 쏠렸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마힌드라&마힌드라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와 시너지가 분명 있을 것이고, 렉스턴 디젤은 현지 조립생산을 통해 연간 5,000대 정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 이유일 사장도 "인도에 첫 발을 디디는 만큼 관심있게 지켜봐 달라"며 "코란도 C 등도 현지 시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쌍용차 전시장을 빠져 나와 이번에는 현대차 전시관으로 발을 옮겼다. 헥사 스페이스라는 컨셉트를 전시한 만큼 실물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대차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옷차림이 낡은 사람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이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사이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왔고, 곧 쫓겨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를 두고 인도 현지인들은 "공존(?)"이라고 부른다.
현대차 전시관에서 특별한 차는 헥사 스페이스 외에 없었다. 대부분 국내에 이미 공개된 차종이고, i10과 i20 등 현지 차종이 전부다. 그럼에도 쌍용차 전시장처럼 사람들로 붐빈 이유는 현대차가 인도 내수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10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율로 5,000만원이 넘는 싼타페도 있었지만 역시 현지 사람들의 관심은 현지 생산되는 이온 등의 작은 차에 집중됐다.
현대차 옆에는 르노가 마련돼 있었다. 이 곳에서 국내 QM5로 판매되는 르노 꼴레오스를 발견했다. 옆에 배치된 도우미에게 모듈 부품의 수입처를 물으니 르노삼성 부산공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르노삼성도 인도를 CKD 수출의 교두보 전략지역으로 분류했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이 순간 떠올랐다.
르노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인도 토종 브랜드 차종을 살피기 위해 계획없이 전시관을 마구 뒤지고 다녔다. 그러다 ICML이 개발한 익스트림 SUV를 보게 됐다. 외형상 특별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실내가 의외로 잘 정리된 느낌이다. 조립 단차 등을 보면 아직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지만 인도의 자동차 개발능력이 어느새 많이 높아졌음을 새삼 알아차린 대목이다.
토종 브랜드에 뒤질세라 쉐보레와 포드 등도 별도 공간을 확보해 전시장을 꾸몄다. 특히 쉐보레는 캡티바 2.2ℓ 디젤을 적극 부각시키며 인도 현지 차종과 차별화 된 프리미엄 SUV 이미지 굳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현대차를 비롯해 쌍용차, 쉐보레까지 인도 내수 공략에 적극 나선 것과 비례해 스즈키와 혼다 등도 작은 차를 앞세워 인도 선점에 전력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배기량 1.5ℓ 미만 차종을 전면에 배치, 실제 판매로 연결하려는 자세가 역력했다. 세계 최초 차종보다 당장 서민들이 구입 가능한 차종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민 것도 델리 오토 엑스포의 성격 가운데 하나다.
인도 토종 브랜드로 유명한 타타자동차로 발 길을 옮기니 나노를 기반으로 한 픽셀 컨셉트가 걸윙도어 설계로 주목을 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나노"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델리 오토 엑스포를 보면서 마땅히 주목할 만한 차종은 없지만 인도 자동차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상당하다는 점을 체감했다. 10억이 넘는 인구 대부분이 자동차를 구입하면 중국과 맞먹는 규모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모터쇼에 참가한 국내 업체 고위 관계자는 "10년 전 델리 오토 엑스포 관람객 일부는 신발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정말 없어서 못 신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실제 구매자만 모터쇼에 1,000만명이 넘게 온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델리 오토 엑스포는 세계 최초, 아시아 최초 등의 수식어가 없지만 조용히 힘을 키워 가는 인도의 산업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델리(인도)=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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