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북도
2012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보름여. 신년 아침에 세웠던 계획이 작심삼일로 흐물흐물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보는 리마인드(!) 나들이는 어떨까. 차가운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몸과 마음에 움트려는 게으름과 나태함을 훌훌 털어내보자.
인천직할시 옹진군 북도면은 신도와 시도, 모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이 섬들은 바다에 따로 있지만 이들을 연결하는 연도교가 놓여 있어 세 섬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자동차를 페리해 섬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지만 트래킹이나 자전거로 섬일주를 하는 게 리마인드 나들이에 더 적절할 듯.
섬을 일주하려면 우선 신도로 가야 한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0분이면 신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소박한 신도선착장 풍경은 겨울이라 휑하고 을씨년스럽다. 선착장에서 나오면 수십 대의 자전거가 늘어선 대여소가 보이지만 이 또한 겨울철이라 무용지물로 전락해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근처 가게에 문의하면 더 싼 값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세 섬을 넘나드는 길은 해변과 야산을 굽이돌며 30km에 걸쳐 펼쳐진다. 휴가철 인파로 북적이는 섬의 모습과 달리 인적 드문 고요한 풍경 속으로 페달을 밟으며 빠져드는 기분이 꽤 괜찮다. 매운 바람이 뺨을 얼얼하게 만들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해풍이 더없이 상쾌하게 다가온다. 섬을 일주하는 공영버스도 있으니 꼭 자전거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신도는 조선말인 1880년경부터 화염을 제조했다 해서 "진염" 이라 불렸다. 그러나 1914년 강화군 제도면에 속하게 돼 이 곳의 명칭을 주민들의 순박함과 성실성을 고려해 믿을 신(信)자와 섬 도(島)자를 따 신도라 부르게 됐다.
신도에 있는 구봉산은 높이 178m의 나지막한 산인데 임도가 잘 발달돼 있어 MTB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임도에서 500m 정도 올라가면 구봉정이라는 정자가 나오는데 이 곳에서 바라보는 인천대교와 인천공항 야경이 좋다. 산중턱에 약수터와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어 산책코스로 찾는 이들이 많다.
신도와 시도를 연결하는 연육교는 2005년에 준공됐다. 길이 579m로, 밤에는 가로등 불빛과 어우러진 야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시도는 활연습을 했던 곳이라 하여 활 시(矢)자를 써 시도라 불린다.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각광받는 수기해변과 함께 드라마 세트장이 있어 외지인의 발길이 잦다.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KBS 드라마 <풀하우스>와 MBC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세트장이 있다.
시도와 모도를 잇는 다리는 2002년 만들었다. 모도는 옛날에 한 어부가 이 곳에서 고기는 잡지 못하고 띠(풀뿌리)만 잡았다 해 띠 모(茅)자를 써 모도라고 한다. 모도는 세 섬 중 가장 작은 막내 섬이다. 신도의 면적이 약 7㎢, 시도 2.4㎢인 데 비해 모도는 겨우 0.2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이 두 형님 섬보다 더 유명세를 치른다. 모도의 배미꾸미 해변에 있는 조각공원 덕분이다.
2003년 조각가 이일호 씨가 이 곳에 터를 잡고 개인작업실 겸 앞마당 잔디밭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 "모도와 이일호"라는 조각공원을 열었다. 초현실주의를 추구한다는 작가는 에로티시즘을 담은 작품 50여 점을 해변에 선보이고 있다. 에로틱한 조각품들이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 풍경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맛집
신도리에 횟집 바다로(032-752-8254)를 비롯해 음식점들이 있지만 성수기가 아니어서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아낙들이 둘러앉아 굴을 까는 가게에서는 즉석 굴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가는 길
서울에서 88올림픽대로나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인천공항 가는 고속국도(130번)로 옮겨 탄다. 영종대교를 지나 화물터미널 방향(신도/장봉)으로 빠져나와 약 5km 직진 후 우회전하면 삼목선착장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