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개발에서 플러그 인 시스템이 대세다. 그렇다면 플러그 인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보면 직접 충전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기차에서 스마트 그리드나 "비히클 투 그리드(V2G)"로 접목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흔히 전력공급의 지능화(스마트 그리드)에서 파생되는 V2G의 요점은 플러그 인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 에너지를 지능화된 전력 공급망( 스마트 그리드) 속에 넣어 쌍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전력공급의 지능화라니? 이게 무엇이며 어떤 의미일까? 언제부터인가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전기 공급라인에 포함되면서 전기 에너지 공급원이 다양화 됐다. 여기에 발맞춰 새롭게 만들어진 전기의 공급 자체를 여러 경로로 활용하자는 게 바로 스마트그리드다.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력공급망이 구축되면 소비자들은 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자동차에 충전을 해두었다가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가정에 사용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하나의 에너지 저장 도구로 활용될 수 있고, 동시에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전기 운용이 가능하게 된다. 플러그인이 가능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사용자가 조만간 실제 직접적인 "생비자(Prosumer)"로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프로슈머(Prosumer:생비자)" 개념은 1972년 마샬 맥루언과 베링턴 네빗이 <현대를 이해한다(Take Today)>에서 처음으로 언급했으며, 1980년 앨빈 토플러가 유명한 저서 <제3의 물결>에서 "Producer(생산자) 또는 Professional(전문가)과 Consumer(소비자)가 결합돼 만들어진 Prosumer(생비자)"란 신조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자동차 한 대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여러 가정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과 맞먹을 만큼 많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자동차가 소형발전소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충족할 조건이 있다. 먼저 모든 주차장이나 가정 및 직장의 일반 전력망에 충전시설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일정 숫자 이상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사회적 인프라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독일의 수도 베를린 중심가에서 다양한 전기차 발표가 있었다. 에너지회사인 RWE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주최하고, 연방정부가 공식 후원했으며, 독일 최대 자동차클럽인 아데아체(ADAC)와 스마트, 루프,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이 협찬에 나섰다. "미래의 전기충전소"라는 주제로 다양한 홍보행사가 있었고, 언론의 카메라는 이모빌리티(E-Mobility)의 다채롭고 화려한 로드쇼에 집중됐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 스마트와 미국의 테슬라 로드스터를 비롯해 루프(Ruf)사가 개발한 이루프(eRuf) 등 이른바 컨버전 차종이 주목받았다.
재미나는 것은 행사의 주최사인 RWE다. 독일의 대표적인 에너지 회사인 RWE는 1981년 폭스바겐 골프를 기반으로 한 "시티 스트로머"라는 첫 전기차 프로젝트를 완수한 적이 있다. 2008년 초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스마트를 기본으로 전기차의 시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전기차 운용은 곧 전력회사의 매출증대를 의미하기에 RWE가 앞장서는 셈이다.
플러그 인 전기차는 일단 충전 인프라가 필수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연결방식에 따라 경제성만 맞다면 곧바로 실용화와 스마트 그리드 적용이 가능하다. 이미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주요도시는 병렬형 하이브리드차가 일반 택시로 운영되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일반 영업용 택시로 사용된다는 것 자체가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친 혁명과 패러다임의 변화로 읽혀진다.
이번 베를린 RWE의 이모빌리티 프로젝트에는 연방정부도 적극적이다. 특히 수도 베를린은 오래전부터 전기차에 대한 재정 및 정책적 뒷받침이 지속돼 온 덕에 베를린 시내 공영주차장 등에는 RWE의 충전기가 어김없이 마련돼 있다. 물론 다른 에너지공급회사의 충전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는 특정 업계가 주력한다고 해결되는 과제가 아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이 있어야 하고, 소비자 의식이 변화돼야 한다. V2G가 실현되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를 타는 사람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 경제성이 확보돼 전기차 시장은 보다 확실해질 수 있다는 게 독일의 판단이다.
베를린=이경섭 kyungsup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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