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Z는 "혁신적인 소형 저공해(Compact Renaissance-Zero)"라는 의미다. 여기서 제로(Zero)는 무공해를 추구한 저공해를 뜻한다. 완전한 전기차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나는 것은 혁신을 나타내는 "르네상스"다. 이 말에는 세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둘째는 고성능 스포츠, 셋째는 고기능 실용이다. 그래서 혼다는 CR-Z의 주행모드를 세 가지로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드를 바꿀 때마다 입체감 넘치는 3D 계기판의 색상은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 디자인
형태는 해치백이고, 크기는 소형이다. 혼다는 여기에 "스포츠" 개념을 잔뜩 담아 CR-Z를 "스포츠 하이브리드"로 정의했다. 통상 해치백은 실용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수납공간이 적지 않다. 여행용 가방 두 개가 충분할 정도다. 콘솔 칸막이를 접으면 대용량 골프백까지 들어간다. 하지만 넓은 공간은 뒷좌석을 포기해 얻은 기회비용이다.
역동성은 외형과 실내에서 동시에 추구됐다. 앞모습이 낮고 넓어 보이도록 대형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측면은 쿠페처럼 루프에서 해치로 갈 때 낮아진다. 치켜 오르거나 편평하면 아무래도 디자인 멋이 반감될 수 있음을 고려한 흔적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뒷모습이다. 좌우 밀착된 리어램프 하단에 넓게 포진한 일체형 범퍼가 군더더기 없음을 보여준다. 스포츠카 감각은 뒷모습에서 물씬 풍긴다. 해치백이어서 단순 실용에 그칠 것 같은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실내에서 스포츠감각은 일단 계기판이다. 3D 입체형으로 배치됐는데, 속도계와 엔진회전계는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표시 방식을 따랐고, 전압계와 수온계, 연료계 등도 마치 가로막대형 같은 그래픽으로 처리됐다. 소형차라는 점에서 젊은 감각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각종 스위치와 조작 버튼은 손가락에 쉽게 닿는다. 계기판 주변에 일괄 적용해 운전 중 집중력 분산을 최대한 차단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외 변속레버 앞에는 컵홀더가 있고, 열선 버튼도 들어온다.
변속레버는 다소 크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차(P)로 레버를 옮길 때 상단 버튼을 눌러야 하기에 작은 것보다 조금 넉넉한 게 나은 것 같다. 엄지손가락에 에포트(effort)를 넣을 때 레버의 크기가 지지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 성능
버튼 방식이 아니라 키를 홀더에 넣고 돌려야 시동이 걸린다. 경쾌하고 절도감이 있다. 스티어링 휠을 움켜쥐고 먼저 이콘(Econ) 모드로 출발했다. 계기판이 녹색으로 변하며 친환경 하이브리드 면모를 드러낸다. 가속페달에 힘을 줘도 원하는 만큼 가속이 되지 않는다.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신 효율은 높다.
이번에는 노멀모드를 선택했다. 카멜레온처럼 계기반 색상이 달라진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니 청색으로 변하며 "급가속" 경고를 보내온다. 발을 살짝 떼면 녹색으로 전환되며 친환경 운전상태를 알려준다. 계기판 색상만으로 자신의 주행패턴을 알 수 있다. 혼다는 이를 코칭 모드로 부른다.
이번에는 스포트(Sport)를 눌렀다. 순간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며 배기음이 강렬해진다. 핸들링도 묵직해지며 달릴 준비를 한다. 114마력 1.5ℓ 엔진에 추가된 10㎾ 전기모터가 효율은 뒤로 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변속 또한 수동모드로 전환했다. 스티어링 칼럼 뒤에 위치한 패들시프터로 업 다운(up down)을 해보니 재미있다. 스티어링을 좌우로 돌려도 단단함을 유지하며 심한 흔들림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소형 하이브리드에 모양만 스포츠 성격을 낸 것 같다는 오해와 편견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역동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CR-Z는 효율이 중요한 하이브리드다. 계기판 색상이 변하도록 한 것도 제대로 된 친환경 운전을 가르치기 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운전습관을 바꾸는 게 그 어떤 연료절감기보다 낫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셈이다.
▲총평
CR-Z의 연료효율은 ℓ당 20.7㎞다. 이제 하이브리드에서 ℓ당 20㎞ 이상 효율은 상식이 돼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 차에는 스포츠 모드가 있다. 언제든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을 때 즐기면 된다. 흔히 "즐거움을 주는 차"의 영어식 표현으로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라는 말을 사용한다. CR-Z에 들어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운전하면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CR-Z를 굳이 젊은 사람만을 위한 자동차로 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숨 가쁘게 인생을 달린 후 이제는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노년 부부에게도 어울리는 차다. 때로는 젊음을 주는 스포츠카로, 그리고 경제적인 노후차로, 더불어 일상에서 넓은 공간이 도움되는 운송수단으로 제격이다.
물론 소형차로만 본다면 가격은 부담일 수 있다. CR-Z의 가격은 오디오가 장착되면 3,380만원이고, 내비게이션이 적용되면 3,490만원이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임을 감안하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다.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와 취득세가 일부 감면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연료비도 아끼고, 달릴 때 달릴 수 있는 차가 바로 CR-Z다. 분명 매력이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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