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현대차 i40 세단,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

입력 2012년01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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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자동차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각 자동차의 개별적인 특성도 점차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차를 파느냐"보다 "어떤 방법으로 차를 팔아야 하는 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이유로 제조사들의 판매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특별하게 포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전통적인 차급 구분도 모호해져 SAV, MPV, 크로스오버, 4도어 쿠페 같은 새로운 장르도 생겨났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현대차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2+1 도어라는 독특한 컨셉트로 등장한 벨로스터의 경우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현대차 또한 기술력은 이미 확보한 만큼 디자인이나 컨셉트로 승부수를 띄우는 셈이다.  

 최근 선보인  유럽 공략 차종 i시리즈의 플래그십 i40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선 i10, i20, i30처럼 해치백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되 왜건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세단"을 추가하면서 i40의 판매 전략은 개성 다변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유럽에는 쏘나타가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도 i40 세단의 역할론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포지션은 애매하다. 현대차는 i40 왜건을 내놓을 때도 쏘나타와 그랜저 중간이라는 어정쩡한 설명을 내놨는데, 세단도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설득력이 부족할 뿐더러 어떤 소비층을 공략한 것인지 정확한 해석을 내기도 쉽지 않다. 크기를 중요시 하는 한국 소비자 성향상 i40 세단은 절대 쏘나타와 그랜저 중간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크기보다 내장이나 선택항목 등의 가치 판단에 있어 i40 세단은 쏘나타보다 그랜저에 가깝다"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이 그것을 온전히 받아드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차라리 i40 왜건은 형태상의 특징이라도 있었지만 세단은 다르다.  

 그럼에도 디젤 엔진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국산 중형 가운데 디젤은 i40 세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쏘나타 하이브리드와의 판매 간섭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미래적 이미지의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이번 i40 세단 출시는 중형 내수의 약해진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여러 마케팅 키워드로 i40 세단을 포장하고 있지만 현대차 관계자의 "어차피 많이 팔릴 차가 아니다"라는 말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결국 브랜드 집중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어떤 의미에선 i40 세단이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게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다. 많은 축복을 받고 출시돼 브랜드 판매력에 기여해야 하는 신차임에도 회사의 기대가 낮다는 건 분명 절망적인 일이다. 쏘나타보다 비싸지만 크기는 작고, 그랜저보다는 싸지만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어느 쪽을 살까 망설이는 소비자에 대한 "미끼"로 전락한 것인데, 이런 점에서 i40 세단에 대단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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